도자기 분야에도 디지털기술 접목
3D 프린팅 기술로 디자인작업 효율 높여
‘조선 도자기의 재발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2017년 전통문화과학기술 워크숍이 10일 오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것. 전통적인 도자기 전문가들과 과학기술자들이 한 자리에 만나 첨단 과학기술을 전통문화에 어떻게 적용해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이 워크숍은 KIST 전통르네상스지원단이 주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한일 도자기 기술과 관련 산업의 역사를 짚어보면서 ‘조선백자 제작기술의 특징’(장기훈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장), ‘제4차 산업혁명과 도자기 제조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조우석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분원 도자세라믹센터장) 등에 관한 발표 내용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건축용 타일 산업의 혁신 가져온 잉크젯 프린팅
첨단 도자 기술의 개발을 위한 최근의 시도를 소개한 조우석 박사는 타일 분야에서의 잉크젯 프린팅의 적용 현황과 함께 도자 분야에서 3D 프린팅 공정을 활용한 제품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의 접목된 새로운 도자 디자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3D 스캐너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컴퓨터 수치 제어)와 CAD(Computer-Aided Design) △잉크젯 프린터 △3D 프린터의 활용이 최근 도자기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시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센터장은 우선 건축용 도자 타일 제작 공정을 예를 들면서 “잉크젯 프린팅을 활용하면 기존의 실크스크린 프린팅 공정에 비해 보다 간결해지고 선명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마음대로 바꾸면서도 빠르게 타일을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잉크젯 프린팅을 이용하면 음각과 양각 같은 입체감을 넣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수요자 맞춤형 세라믹 타일과 대형 이미지 타일의 제작이 가능해졌다는 것. 디지털프린팅 기술로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타일에 표현이 가능해져 영원히 변색하지 않는 그림을 타일에 담는 방법으로도 예술가들이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앞으로 도자 분야에서의 잉크젯 프린팅의 연구 도전 과제는 △보다 더 적합한 세라믹 용 잉크젯 프린터의 개발 △열과 유약에 안정적인 세라믹 염료의 개발 △타일 등 도자의 열처리 뒤에도 원하는 색깔을 구현하는 염료 소재와 색관리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발전 △프린팅 공정 기술의 발전 등을 꼽았다. 그는 특히 “고화도 세라믹 잉크가 신소재로 개발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프린팅으로 도자 세라믹스 디자인에 새 지평
조 센터장은 3D 프린팅의 도입으로 도자 분야의 디자인에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도자기를 불에 구워서 생산하는 방식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그러나 디자인을 빨리해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려면 과거처럼 손으로 만들어 보고 수정해서 다시 만들어보는 방식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디자인 과정에 CNC와 CAD, 3D 스캐너, 3D 프린팅을 활용하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디지털 도자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삼베의 질감을 도자기에 표현한 제품 디자인 17건과 함께 시제품 14건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3차원 형상의 스캔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작성하면 손쉽고 빠른 도자 디자인 작업이 가능해진다. 또 디지털 문양을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CAD를 활용하고, 완성된 디자인은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제작해보고 불에 구워 도자 완성품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도자 디자인의 수정과 변경이 쉽다는 이점과 함께 디지털 데이터의 활용에 따라 새로운 문양과 모양의 변형과 창출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점은 세라믹이 모델 제작 후 열처리를 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수축과 변형이 일어나 제품이 깨지거나 모양이 뒤틀리고 부숴진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기존 3D 프린팅 소재 개발이 주로 금속과 플라스틱 소재에 국한되어 있어서 세라믹의 3D 프린팅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기술 개발의 초기단계”라며 “3D 프린팅용 세라믹 소재는 3차원 적층 조형에 필요한 물성과 동시에 고온 소결을 해야 하는 세라믹 소재 고유의 특성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밖의 3D 프린팅에서의 과제로는 △평면의 문양이 곡면 등 여러 가지 표면에 이전할 생기는 왜곡현상을 방지하는 새로운 연산 방식의 개발 △유약 처리로 인한 문양의 해상도 감소를 방지하는 기술 등을 꼽았다.
‘조선 백자 제작 기술의 특징’을 설명한 장기훈 관장은 “‘조선 백자는 질감이 백설기라면, 중국과 일본의 백자는 인절미 같다’는 표현이 있다.”며 “조선에서는 도석을 빻아서 쓴 흔적이 없다. 백토를 수비(흙을 물에 섞어서 부유물은 건져내고, 가라앉은 모래는 걸러내서 미세한 흙만 체로 쳐서 도자기 원료를 확보하는 방법)해서 썼기 때문에 입자는 거칠어도 강도는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청자는 조각적 장식 기법이 발달해 화려했지만 백자는 모양이 단순하고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발전했는데, 이는 도자를 만든 흙의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백자가 조선시대 유교 문화의 검소 검약 정신과 잘 맞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가 도자기 기술을 전수한) 조선 사기장에서 얻는 교훈’을 발표한 조용준 작가는 토론회에서 “현재 도자기가 안 팔리는 이유는 디자인에 원인이 있다. 일본시장에서도 역시 유럽도자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타일도 이탈리아의 타일은 아트 그 자체”라면서 도자기가 아트테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도자기만 하려면 안 되고 인접 분야와 협력 협동해나가며 발전시켜야 한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인 베르사체도 도자기 분야와 같이 협업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성하운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7.11.1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