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으로 세포크기 로봇 개발
환경 따라 나노 차원에서 스스로 움직여
코넬대 연구팀이 꿈의 나노물질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으로 세포 크기의 로봇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8일 ‘디지털 저널’이 보도했다. 이 로봇은 빠른 속도로 형태를 바꾸면서 주변의 화학적, 온도 변화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미소규모의 초소형 로봇은 생체의학(biomedical) 차원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전자와 광자, 화학물질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런 만큼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mm 이하 미생물 크기로 제작됐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코넬대 이타이 코헨(Itai Cohen) 박사는 “이 초소형 로봇 안에 무인우주선 보이저 호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운용 능력(computational power)을 집적시킬 수 있으며, 그래핀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열·화학적 반응
탄소 원자 1개의 두께로 이루어진 얇은 막 그래핀은 탄소를 6각형 벌집모양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께가 100억 분의 2m 정도로 엄청나게 얇으면서 물리적·화학적 안정성이 매우 높이 기적의 물질로 알려져 있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단결정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강철보다 200배 이상의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고, 탄성이 뛰어나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그래핀이 이처럼 뛰어난 구조와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로봇에게 필요한 능력, 즉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코넬대 연구팀은 이 문제를 바이몰프(bimorph)란 특수 모터 기술을 통해 해결했다.
바이몰프란 반대 방향으로 분극한 두 장의 압전소자를 맞붙인 다음 중간에 금속을 끼워서 한쪽 단자로 하고, 양면에 붙인 전극을 연결하여 다른 쪽 단자로 한 소자를 말한다. 픽업이나 마이크로폰 등의 진동자로서 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그래핀과 유리(grass)를 원료로 바이몰프를 제작했다. 그리고 열 또는 화학 반응, 또는 전압이 가해지면 두 물질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환경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특수 모터 제작에 성공했다.
화학적인 자극이 주어질 경우 나노 차원에서 유리가 길어지거나 휘어지는데 이 성질을 활용해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나노 차원에서 평면 패널을 부착했을 때에는 삼각형 피라미드, 사각형 큐브의 모습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이 로봇 개발이 가능했던 또 다른 이유는 원자층 증착(Atomic Layer Deposition)이란 기술 때문이다. 이 기술은 화학적으로 박막을 입히는 기존의 증착 기술과 달리 원자층을 한 층씩 늘려 박막을 성장시킬 수 있다.
초소형 로봇 움직일 수 있는 인공근육 만들어
반도체 제조 공정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나노 박막 증착 기술로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웨이퍼 표면에 분자의 흡착과 치환을 번갈아 진행함으로써 원자층 두께의 초미세 층간에 증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 습식전사법(wet-transferring)에 의해 그래핀 층을 한 겹으로 분사해 접었을 때 적혈구 세포보다 3배 큰 로봇과 같은 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관련 논문은 미 국립학술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Graphene-based Bimorphs for Micron-sized, Autonomous Origami Machines’이다.
코언 교수는 “그동안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해 나노 로봇을 만들었지만 그 로봇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근육과 같은 기능을 만들어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인공근육을 만들고 있다.”며, “이 기술이 나노로봇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언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주변의 전기와 빛, 온도, 화학적 특성 등에 따라 골격 구조를 신속하게 바꿔가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또한 미세 구조 내에서 여러 가지 특성 등을 파악해나갈 수 있는 미생물 크기의 초소형 로봇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것.
그동안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통해 다양한 기기를 개발해왔다. 지난해 3월 영국 글래스고우대학 라빈다 다히야(Ravinder Dahiya) 교수는 태양광을 이용해 스스로 동력을 생산하는 그래핀 소재의 로봇 핸드를 개발한 바 있다.
이 로봇 핸드는 사람의 손보다 훨씬 민감하게 터치감을 느낄 수 있어 팔이 절단된 장애인이 보조 핸드로 사용하거나 자연스런 터치감을 인식할 수 있는 로봇 팔을 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동화대 연구팀이 그래핀을 소재로 ‘오리가미’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손톱크기보다 작은 이 로봇은 그래핀의 성질을 활용, 빛과 열을 투사할 경우 스스로 걷거나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초소형 로봇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넬대에서 선보인 이 그래핀 로봇은 나노 수준의 크기로 기능 면에서 월등함을 보여주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 로봇이 분자 수준의 미세 공간에서 화학물질을 가감하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8.01.0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