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조선일보] 올레드, OLED

FERRIMAN 2018. 5. 1. 20:10

[IT·AI·로봇] 스스로 빛내는 '올레드'… 곡면 TV 화면 만든 비결이죠

입력 : 2018.04.24 03:09
  • [디스플레이]

    빨강·파랑·초록빛이 섞인 '화소', 숫자 높을수록 정교한 영상 만들어
    LCD는 액정에 빛 통과시키는 방식… 올레드는 번짐 현상 극복이 과제죠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는 속담 들어본 적 있나요? 우리 몸에서 눈의 역할과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걸 의미해요. 그렇다면 여러분과 여러분 부모님이 가장 많이 쓰는 전자기기인 스마트폰에서 가장 값이 많이 나가는 부품은 무엇일까요?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 표시 장치'랍니다. 영어 단어로는 '디스플레이(display)'라고 부르지요. 우리 말로 보통 '액정'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액정은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100% 정확한 용어는 아니에요. 오늘은 차세대 산업의 바탕이라는 디스플레이의 세계를 알아보도록 할게요.

◇수백만 개 점으로 그린 화면

빨강·초록·파랑 점으로 이뤄진 화면 속 픽셀(화소).
빨강·초록·파랑 점으로 이뤄진 화면 속 픽셀(화소). /위키피디아

미술 시간에 점묘화(點描畵)를 그려본 적이 있을 거예요. 하얀 종이 위에 색색의 점을 콕콕 찍으면서 특정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요. 가까이서 보면 튀는 색이 뒤엉켜 있는 거 같지만, 멀리서 보면 색이 어우러져 그럴싸해 보여요.

우리가 쓰는 디스플레이도 점묘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해요. TV에 하얀색 화면을 틀어놓고 아주 가까이 들여다보세요. 멀리서 봤을 때는 화면 전체가 하얗게 빛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화면 가득 하얀 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보일 거예요. 이 작은 네모 모양 점들을 화소(畵素) 또는 픽셀(pixel)이라 부르는데, 이미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라는 뜻이에요.

이 화면을 돋보기로 더 자세히 볼게요. 하얗게 보이는 점은 사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세 가지 색 점이 뭉쳐져 있어요. 이를 '빛의 삼원색'이라고 불러요. 빛의 삼원색은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이 실은 빨강·초록·파랑 세 가지 빛이 섞인 결과라는 것을 보여줘요. 보통 화소 수가 높을수록, 즉 같은 면적 안에 픽셀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더 선명하고 정교한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구형 고화질(HD) TV에는 207만개 넘는 화소가 있어요. 요즘 나오는 초고화질(UHD) TV에는 그 4배인 829만개 넘는 화소가 있어요. TV보다 화면이 한참 작은 스마트폰의 경우, 최근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S9+(플러스) 화소가 426만개랍니다. 사람들이 TV보다 스마트폰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기 때문에 화소를 더 작게 만들어 오밀조밀하게 집어넣은 거지요.

◇액체인 듯 액체 아닌 '액정'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디스플레이는 크게 '액정(液晶) 화면'과 '올레드(OLED)'로 나눌 수 있어요. 과거엔 TV나 컴퓨터 모니터 등에 '브라운관'이라고 불리는 장치를 썼지요. 전자총이란 부품으로 전자 신호를 쏘아서 화면을 만드는 방식인데요. 극장에서 스크린과 영사기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필요한 것처럼, 브라운관도 화면과 전자총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두께가 두꺼웠답니다.

1973년 일본 샤프사가 세계 최초로 액정 화면을 사용한 전자계산기를 개발하면서 '액정 화면 시대'가 시작됩니다. 1990년대 액정 화면을 쓴 '평면 TV'가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디스플레이 두께가 급격하게 얇아지기 시작했어요.

액정 화면은 영어로는 'Liquid Crystal Display(리퀴드 크리스털 디스플레이)', 줄여서 'LCD(엘시디)'라고 불러요. 즉, 물 같은 액체(液·liquid)이면서 얼음 같은 고체 결정(晶·crystal)이라는 뜻으로,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 물질을 사용한다는 뜻이지요. 평상시엔 빛이 통하는 상태(액체)로 있다가 전기를 가하면 빛이 안 통하는 상태(고체)가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LCD는 빨강·초록·파랑 빛깔을 내는 점 하나하나에 전부 액정이 들어 있어요. 하지만 액정 자체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액정 뒤쪽에 빛을 내는 부품(후방 조명·back light)을 따로 달고 있어야 해요. 뒤쪽 조명에서 빛을 쏘아 보내면, 그 앞에 달린 수십~수백만 개 액정을 빛이 통과하면서 특정한 밝기로 바뀌고, 이것이 다시 빨강·초록·파랑 빛 필터를 통과하면서 특정한 색을 띠게 된답니다. 전등에 색깔 있는 비닐을 씌우면 조명색이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디스플레이 장치는 '올레드(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입니다. 아주 적은 양의 전류만 흘려줘도 빛을 내는 물질을 이용한 건데요. 올레드는 화소를 이루는 점마다 이 물질을 발라서 각 점이 스스로 빛을 내도록 만들었어요.

LG전자가 유럽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IFA’에서 선보인 ‘올레드(OLED) 터널’. 55인치 곡면 올레드 디스플레이 216장을 이어 붙여 만들었어요.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는 검은색을 아주 선명하게 표현해요.
LG전자가 유럽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IFA’에서 선보인 ‘올레드(OLED) 터널’. 55인치 곡면 올레드 디스플레이 216장을 이어 붙여 만들었어요.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는 검은색을 아주 선명하게 표현해요.

올레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액정 화면이 가진 단점을 해결했기 때문이에요. 액정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화면 뒤에 빛을 내는 조명이 꼭 있어야 하고, 그래서 TV나 스마트폰을 아주 얇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요. 또 액정이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완전히 막지 못하기 때문에 검은색이 완전히 까맣지 않고 약간 뿌연 회색으로 보이는 단점이 있죠.

하지만 올레드는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뒷면에 조명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전자기기를 아주 얇게 만들 수 있고, 특수 유리나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화면을 구부리거나 휘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검은색도 아주 깜깜한 밤처럼 새까맣게 표현해요.

요즘은 최고급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이 올레드 방식을 많이 쓰고 있어요. 미국 애플사는 그동안 스마트폰에 액정 화면만 써왔는데 최근 출시한 '아이폰X'에는 올레드를 넣었답니다. LG전자도 대표 스마트폰 제품인 'V30'에 올레드를 넣었고, 삼성전자는 '갤럭시S'제품에 모두 올레드를 쓰고 있어요.

물론 올레드도 단점이 있어요. 이른바 '번인(burn-in·화면 번짐)' 현상으로, 화면에 오랫동안 표시된 장면이 다음 장면으로 바뀐 뒤에도 마치 얼룩처럼 남는 것을 말해요. 스마트폰의 경우 홈 버튼처럼 고정적으로 표시되는 자리에 자주 나타나지요. 이는 올레드가 영원히 빛을 내는 게 아니라, 일정한 수명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자주 쓰는 점일수록 빠르게 수명이 줄어서 다른 부분보다 빨리 어두워지는데, 이때 색깔 조합에 문제가 생기면서 화면 잔상이 얼룩처럼 남는 것입니다.

[접는 스마트폰 언제 나올까]

세계적인 전자제품 전시회를 가보면 화면을 접는 스마트폰이나 종이처럼 돌돌 말린 디스플레이 장치를 볼 수 있어요. 과연 이런 제품을 우리가 실제 쓸 수 있을까요? 기업에서 손님들에게 보여줄 만한 전시용 제품을 만들 수는 있어도, 실제 사람들이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기는 아직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화면을 접는 스마트폰을 실생활에서 쓴다면 화면을 접었다 폈을 때 접힌 부분이 빈틈없이 이어져 있어야 할 거예요. 또 수만 번 접었다 폈다 해도 접힌 부분이 갈라지거나 깨지지 않아야 하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렇게 만들 기술이 부족하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