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에너지 ‘수확’ 하려면?
신재생, 압전, 광전 에너지 등 방법 다양해
사실 수많은 일상 속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면서도 ‘비의 위치 에너지와 지면과 부딪치는 압력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데’라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혼자만 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상생활에서 흘려보내는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첫 연구는 1954년 미국 벨 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당시 태양광을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 연구가 진행됐는데, 이때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하베스팅을 직역하면 ‘에너지를 수확한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에너지를 얻자는 뜻인데, 좀 더 풀어쓰면 ‘버려지는 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연금술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유용한 기술이다. 가치가 없는 것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시장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츠 앤 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16년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 규모는 약 3.1억 달러이다. 마켓츠 앤 마켓츠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이 무려 10.62%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2023년에는 6.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국내서도 관련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경북 영천시는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 활성화를 위해 2023년까지 영천하이테크파크 일대에 1,7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450억원은 올바른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실현을 위한 인증시험평가센터 건립에 활용될 계획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수확
에너지 하베스팅은 실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신재생에너지다. 자연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활용 가능하도록 바꾸기 때문이다. 가령 풍력 발전소의 경우 바람의 힘을 에너지 자원으로 바꿔준다. 풍력 발전소가 없으면 바람은 그냥 바람으로 끝나버린다.
한편 에너지 하베스팅은 신재생에너지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대표적인 활용 원천 에너지로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열전, 압전, 전자기, 광전이다.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에너지 하베스팅에 사용하는 원천 에너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열전(46%)이다. 이어 압전 21%, 전자기 19%, 광전 12%, 기타 2%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에너지 하베스팅이 원천 에너지에서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개별로 살펴보자. 열전은 열에 의해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말한다. SK에너지는 2009년부터 울산 공장에서 버려지는 열을 공장 가동에 활용하고 있다. 시간당 40톤의 폐열 증기를 에너지 원천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의 열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조병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2014년 체온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압전은 압력 혹은 진동의 힘에서 얻은 에너지를 말한다. 일본 음지발전사는 2006년 자동차, 자전거, 사람 등이 지나갈 때 생기는 압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마루’를 개발했다. 가로, 세로 길이가 각 50cm인 이 마루는 하루 최대 200kW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러한 기술은 지하철 통로와 개찰구에 설치됐으며, 2010년에는 일본 신 에노시마 수족관에 도입됐다.
영국 에너지 회사 페이브젠(Pavezen)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의 축구장에 압전 기술을 활용했다. 낮에 뛰어 노는 아이들이 만들어 낸 압력과 진동을 모아 밤에 6개 LED 불을 밝히는 것이다.
전자기에서도 에너지를 얻는다. 대표 사례가 스마트 폰의 전자기파를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다. 와이파이의 전자기파를 에너지로 바꾸는 와이파이 백스캐터(Wi-Fi Backscatter)라는 기술도 있다.
광전은 빛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말한다. 앞서 언급한 1954년 벨 연구소 개발 태양전지가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작년 9월 UNIST는 태양광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웨어러블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저탄소 사회 실현하는 그린 에너지 기술
에너지 하베스팅은 지구 온난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에너지만을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앞서 언급한 SK에너지 사례의 경우, 열전 기술을 활용해 연간 75,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2017년 에너지 전망(2017 Outlook for Energy) 보고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68%가 에너지 분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에너지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된다.
아울러 에너지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공급 부족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참고로 IEA에 따르면 2040년 에너지 수요는 2015년 대비 무려 40% 증가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에너지 하베스팅은 저탄소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그린 에너지 기술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한편 생산성을 높여 에너지 수급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8.06.1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