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사이언스타임즈] 압전체, 유연 압전

FERRIMAN 2018. 7.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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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만 해도 에너지가 생긴다

압력 이용해 전기 만드는 압전 하베스팅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지난 6월 18일 움직이거나 휘어지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는 새로운 압전 하베스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압전 하베스팅은 압력을 전력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유연 압전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휘는 압력에 의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적용 가능하다. 그러면 웨어러블 기기는 외부 전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가발전으로 작동될 수 있다.

유연 압전에 사용되는 물질. ⓒ Flickr

유연 압전에 사용되는 물질. ⓒ Flickr

유연 압전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물질을 섞어야 한다. 압력을 받으면 전력을 생산하는 ‘압전 특성을 가진 물질’과 ‘탄성을 가진 고분자 물질’을 잘 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학 처리를 거치지 않은 유연 압전의 경우, 입자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압력을 줘도 전력이 조금밖에 생산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화학연은 세라믹 나노 입자와 고분자 물질을 화학적으로 단단하게 결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화학 처리를 거치지 않은 것보다 100배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에너지환경기술 (Energy&Environment Science)’ 2018년 6월호 전면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참고로 논문명은 ‘화학처리 물질 기반의 고효율 압전 나노 생성자 (High-performance piezoelectric nanogenerators based on chemically-reinforced composites)’이다.

자동차가 누르는 압력을 이용

지난 3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종윤 전자재료연구단장 연구팀이 이소불화비닐(Poly Vinyldienfluoride·PVDF)을 이용한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를 개발했다.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는 도로 위 자동차가 누르는 압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기존과 다른 점은 인체에 해로운 납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력 성능도 뛰어나다. 기존 장치 출력보다 5배 이상 높다. 가로 30cm, 세로 30cm 면적의 발전장치에서 생산한 전력은 최대 620.2mW이다. 내구성도 좋아서 1천만 번 이상의 물리적 충격을 받아도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다.

해당 연구는 지난 2월 에너지 전문 연구 학술지인 ‘응용 에너지(Applied Energy)’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유연 압전 폴리머 기반의 도로용 에너지 하베스팅 (Flexible piezoelectric polymer-based energy harvesting system for roadway applications)’이다.

버려지는 진동과 충격을 에너지원으로

앞서 살펴본 두 연구 결과처럼 압전 하베스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압전으로 전력을 충당하는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압전 하베스팅은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일까?

우선 개념부터 명확히 짚고 가자. 압전 하베스팅은 에너지 하베스팅 분야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유용한 전력으로 바꾸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버려지는 자연 에너지를 전력으로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 ⓒ Flickr

버려지는 자연 에너지를 전력으로 활용하는 신재생에너지. ⓒ Flickr

일반적으로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하면 버려지는 자연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꾸는 ‘신재생에너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 하베스팅의 전부는 아니다.

유렵집행위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에너지 하베스팅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천 에너지는 열전(46%)이다. 이어 압전 (21%), 전자기 (19%), 광전 (12%), 기타 (2%) 순으로 비율을 차지한다. 압전이 에너지 하베스팅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압력은 밀어내거나 누르는 힘에 의한 것도 있지만, 진동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진동은 짧은 순간이지만 물체에 힘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동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전력도 압전 하베스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하베스팅으로 보기 위해서는 ‘해당 에너지 원천이 낭비되고 있다’ 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가령 사람의 걸음이 지면에 가하는 압력은 낭비되는 에너지로 볼 수 있다. 이를 필요한 에너지로 바꾸면 압전 하베스팅 기술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압력을 어떠한 원리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일까? 어떤 물질에 외부 압력을 가하면 물질에 속한 이온의 상대적 위치가 변하면서 분극화가 발생, 전력의 밀도가 순간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 자연스럽게 전류가 생성되면서 전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압전의 원리는 상당히 오래전에 발견된 것이다. 1880년 자크 퀴리(Paul-Jacgues Curie)와 피에르 퀴리(Pierre Curie)가 해당 법칙을 알아냈다.

걷는 행위는 지면에 압력이라는 힘을 생성케 한다.  ⓒ Pixabay

걷는 행위는 지면에 압력이라는 힘을 생성케 한다. ⓒ Pixabay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압전 하베스팅

현재 압전 하베스팅은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곳이 ‘걸음’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걷는 것 또한 압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전력을 얻을 수 있다.

2006년 일본 음지 발전사는 사람의 걸음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마루’를 개발했다. 가로, 세로 길이가 각 50cm인 이 마루는 하루 최대 200kW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러한 기술은 지하철 통로와 개찰구에 설치됐으며, 2010년에는 일본 신 에노시마 수족관에 도입됐다.

영국 에너지 회사 페이브젠(Pavezen)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의 축구장에 압전 기술을 활용했다. 낮 동안 아이들이 만들어 낸 압력과 진동을 모아 밤에 6개 LED 불을 밝힌다.

국내의 경우 2014년 서울대 김연상 교수와 전자부품연구원(KETI) 권순형 책임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이용한 전력 생산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외에도 2001년 필립스는 스위치를 누르는 압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압전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 압전 하베스팅 기술이 더욱 발전해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그린 에너지를 구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8.07.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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