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이 또 한 계단 하락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던 한국은 2016년 인도에 추월당한 데 이어 2년 만에 멕시코에도 뒤졌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8834대로 전년(411만4913대)보다 2.1% 줄었다. 같은 기간 멕시코는 연간 생산량을 406만9389대에서 411만499대로 끌어올리며 한국을 7위로 밀어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4.2%에서 0.1%포인트 줄어든 4.1%로 집계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 455만6000대 수준이었지만 2016년 422만9000대, 2017년 411만5000대로 감소하는 등 3년 만에 50만대 이상 줄었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하고 생산시설을 해외에만 추가한 데 따른 것이지만, 고질적인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도 생산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은 국내 자동차 생산이 줄어든 원인으로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고착으로 경쟁력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협회 관계자는 "생산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이 150만대 선에서 정체된 동안 수출마저 줄어든 게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 자동차 수출은 2015년 297만4000여대에서 2016년 262만2000대, 2017년 253만대로 줄었고 지난해엔 245만대에 그쳤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과 함께 연비·배출가스 등 환경규제, 안전·소비자 관련 규제 등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법·제도 개선 등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 1위 국가는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2780만9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1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2901만5400대) 대비 4.2% 줄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이 감소한 건 28년 만에 처음이다.
2위는 1130만6499대를 생산한 미국이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내 자동차 생산 드라이브와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1.0% 생산량이 늘었다.
일본은 전년보다 0.4% 늘어난 972만7189대를 생산해 3위에 올랐다. 수출 호조와 함께 일본 완성차 업체의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복귀) 효과가 생산량 증가에 힘을 보탰다. 혼다는 2016년 이후 멕시코 공장을 사이타마현으로 옮겼고, 토요타도 2017년 미국에서 생산하던 중형세단 캠리의 생산물량을 아이치현 공장으로 배치했다. 닛산 역시 북미시장용 중형 SUV 캐시카이 물량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했다.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스페인도 유럽시장 자동차 판매 감소로 순위가 밀렸다. 저임금을 앞세운 신흥시장의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브라질(288만724대)이 스페인을 밀어내고 8위에 올랐고 한국을 제친 멕시코도 전년 대비 생산량이 1% 늘었다. 517만4401대를 생산한 인도는 5위 독일(563만9000대)을 바싹 추격했다.
올해에도 세계 경기 둔화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정체가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0.1% 증가한 9249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중국 자동차 판매가 2300만대 수준으로 정체되고 미국·유럽·일본 선진국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전망도 어둡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올해 13종의 신차를 선보이는 등 판매목표를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GM·르노삼성 등 나머지 완성차들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르노삼성은 오는 9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종료되지만 8개월 넘게 계속된 노사갈등으로 신차 배정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