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융합되는 자동차 산업
자동차에 신뢰·탈중앙 가치까지 더해져
자동차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완전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4차 산업혁명의 유망 기술이 더 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5G, 사물인터넷 (IoT), 인공지능 (AI) 등이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가령 벤츠에서 선보인 미래형 자동차 F015은 AI를 적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선보인 인포테인먼트 ‘디지털 콕핏 (Digital Cockpit)에서는 자체 음성 AI ’빅스비 (Bixby)’를 통해 가정에서 자동차 시동, 온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서 변하고 있다. 이는 과거 휴대폰의 과도기 모습을 보는 듯하다. 기존 휴대폰은 통화가 주된 목적이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진화함에 따라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됐다. 이에 따라 휴대용 컴퓨터로 변모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자동차에 각종 정보통신기술 (ICT)이 탑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는 스마트 카로 진화할 전망이고, 운송 수단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과 같은 신생 유망 기술이 자동차에 덧붙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동차가 IoT로 인해 주위 사물과 연결됨에 따라 블록체인과 융합될 수 있다. 자동차가 블록체인의 참여자 (노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자동차에 블록체인 기술이 스며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융합은 생각보다 활발하다. 자동차의 블록체인 적용 관련 협의체가 등장할 정도이다.
작년 5월 ‘자동차 공유 블록체인 협의체 (MOBI)’가 출범했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회사의 절반 이상이 MOBI에 가입한 상태이다. 포드, 제너럴 모토스 (GM), BMW 등이 참여해있다. 주요 블록체인 회사도 참여해있다. IBM, IOTA, R3 등이 참여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세 가지 가치
그럼 블록체인은 자동차에 어떤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지닌 가치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P2P)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은 한 곳에 정보를 모아뒀다면, 블록체인은 이러한 정보를 노드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투명성을 제공케 한다.
그런데 정보를 다수에게 공유하면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악의적인 노드 혹은 시스템 오류에 의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드 A와 노드 B에 저장한 동일 정보의 내용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합의 알고리즘’이다. 기존 시스템은 중앙에서 정보의 저장을 관리한다면, 블록체인에는 중앙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합의 알고리즘은 정보의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의 해결 방식을 담은 알고리즘이다. 이러한 기능 외에도 블록체인 운영 방식을 정의하는 데에 활용되기도 한다.
정보의 무결성을 보증하는 알고리즘으로도 볼 수 있다. 대부분 합의 알고리즘은 다수 노드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돼 있기 때문에, 높은 무결성을 가진다. 내·외부의 악의자가 블록체인의 정보를 조작하려면 하나가 아닌 다수의 대상을 해킹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더 어렵다.
블록체인의 이러한 특성은 세 가치 가치를 제공케 한다. 첫 번째 가치는 ‘공유’이다. 블록체인은 공유 플랫폼이기 때문에 공유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 가치는 ‘신뢰’이다. 정보의 투명성과 무결성은 신뢰로 이어지게 한다. 마지막은 ‘탈중앙’이다. 블록체인은 중앙 관리자가 없고, 정보의 신뢰를 가진다. 제3기관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특히 탈중앙은 ‘스마트 콘트랙트 (Smart Contract)’ 기능이 블록체인에 추가되면서 더욱더 강화됐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특정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뤄지게 하는 기능이다. 계약 중개까지도 제3기관에 맡길 필요가 없는 셈이다.
블록체인까지 더해진 자동차 산업
블록체인의 세 가지 가치를 살펴보았다. 그럼 이제 블록체인이 자동차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자.
2017년 보쉬 (BOSCH)는 주행 거리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적용했다. 보쉬는 위성항법시스템 (GPS)을 이용해 자동차의 거리를 파악하게 한 뒤, 이를 블록체인으로 저장케 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스마트폰에서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참고로 보쉬는 논문에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이더리움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BMW도 스타트업 ‘도부 (DOVU)’와 함께 보쉬처럼 블록체인 기반의 주행 거리 기록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런데 보쉬가 개발한 것과는 약간 다르다. 시스템 참여자에게 토큰을 제공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BMW가 개발한 시스템은 중고차 거래에 활용될 전망이다. 중고차 구매자에게 믿을 수 있는 주행거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포르쉐는 작년 2월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자동차 소유를 인증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해당 시스템은 독일 스타트업 ‘자인 (XAIN)’이 개발한 것으로, 2017년 포르쉐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에 우승한 바 있다.
해당 시스템이 기존과 다른 점은 중앙에서 자동차 소유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이를 보유하고 관리되게끔 하는 것이다. 당연히 무결성 등 신뢰 문제가 당연히 뒤따른다. 내·외부에서 이를 해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포르쉐는 블록체인으로 해결한 것이다. 블록체인의 높은 무결성이 내·외부의 해킹 문제를 완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증 속도도 기존보다 6배가량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1.6초면 자동차의 문을 여닫을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소유주를 중앙 시스템이 아닌 자동차가 자체적으로 인증하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중앙과 통신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벤츠는 작년 3월 스페인에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 ‘모바일월드콩그레스 (MWC)’에서 ‘모비코인 (MobiCoin)’을 선보였다. 해당 코인을 벤츠가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자동차 이력 시스템 참여자에게 주어지는 가상화폐이다. 2018년 2월부터 3개월간 벤츠 운전자를 대상으로 해당 시스템의 실증을 진행했다. 그리고 모비코인 최대 보유자에게는 자동차 레이스 베를린 패션위크 등 여러 행사의 티켓을 제공했다.
도요타 연구소 (TRI)는 미국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MIT)와 함께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일환으로 자동차 운전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하게끔 하는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이력을 자동차 보험, 중고차 거래, 카세어링 등에 활용시킬 계획이다.
이외 GM은 작년 12월에 블록체인 플랫폼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다. 자동차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게끔 하는 특허 내용이다. 지난 2월 13일에는 현대커머셜이 IBM 콘퍼런스 ‘IBM 씽크 2019’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커머셜은 IBM과 협업해 블록체인 플랫폼 ‘하이퍼레저 (Hyperledger)’를 적용해 자동차 등 임대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는 현황을 살펴보았다. 기존 4차 산업혁명의 유망 기술에 더해 블록체인까지 합세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혁신 바람은 더욱더 거세게 불 전망이다.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 저작권자 2019.03.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