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로 함축되는 자동차의 미래 모습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산업에 ICT (정보통신기술) 물결이 흐르고 있다. 그럼 4차 산업혁명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어디일까? 자동차 산업일 것으로 추측해본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여러 ICT와의 융합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세계 최대 ICT 컨퍼런스 ‘국제전자박람회 (CES)’에 자동차 제조 기업이 참여할 정도이다. 좀 더 황당한 사실은 자동차의 미래 모습을 자동차 전시회가 아닌 CES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미래 모습은 어떠할까? 이러한 질문에 CASE라는 키워드로 답할 수 있다. CASE는 ‘연결성 (Connected)’, 자율성 ‘(Autonomous)’, ‘공유성 (Shared & Services)’ 그리고 전기 (Electric)’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키워드이다. 해당 키워드에 자동차의 미래 모습이 모두 담겨있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래 자동차는 네트워크 기술로 모두 연결되고 인공지능 (AI)으로 자율적으로 주행하게 된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 구조가 소유에서 공유로 변할 것이고, 석유보다는 전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벤츠가 제시한 자동차의 미래
CASE는 벤츠가 처음 제시한 키워드이다. 2017년 CES에서 벤츠는 ‘컨셉EQ (Concept EQ)’라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 (SUV)형 전기차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다이어 AG와 벤츠의 회장인 ‘디터 제체 (Dieter Zetsche)’는 벤츠 자동차의 미래 전략으로 ‘CASE’를 제시한 것이다. 당시 CASE와 컨셉EQ를 함께 제시한 이유는, CASE 자동차 구현에 컨셉EQ를 초석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현재 CASE는 벤츠의 전략을 넘어서 자동차의 트렌드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벤츠 외 다른 자동차 기업도 CAS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령 현대자동차는 자체 운용하는 블로그에서 CASE 키워드를 소개함과 동시에 이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외 영국 컨설팅 업체인 ARUP (에이럽) CASE와 유사한 ACES (Autonomous Connected Electric and Shared Vehicle)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자동차의 미래 모습을 전망했다.
CASE가 자동차 트렌드의 전부라면, 이러한 트렌드에 비춰볼 때 자동차의 미래 모습은 어떠할까? 이를 알기 위해 CASE에 함축하고 있는 네 가지 트렌드를 살펴보자.
CASE에 비춰서 본 미래 자동차의 모습
연결성은 자동차가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기기와 연결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자동차에 5G와 사물인터넷 (IoT)이 스며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G는 5세대 무선 네트워크이다. 기존 4G보다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고, 네트워크의 지연도 10분의 1수준이다. 5G의 빠른 속도는 자동차가 주변 기기와 연결되는 것을 더욱 더 수월하게 할 전망이다.
또한 5G는 자동차 내에 콘텐트를 제공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5G는 전송량이 많은 고화질 영상을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 안에서 고화질 영상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5G에서는 10GB 용량의 영화를 4초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4G는 160초 정도 소요된다.
5G가 자동차의 연결을 더욱 더 매끄럽게 돕는다면, IoT는 자동차가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의 수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는 IoT로 인해 도로의 주변 기기뿐만 아니라 가정 내의 가전 기기와도 연결될 수 있다. 가령 벤츠는 구글의 온도조절기와 연결해 집안 온도를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이외 테슬라는 지멘스의 냉장고와 연결해 냉장고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율성은 말 그대로 자동차의 자율주행을 뜻한다. 컨설팅 전문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wC)’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의 비율은 2030년에 49%를 차지한다.
자율주행차의 등장 배경은 AI의 학습 알고리즘 ‘딥 러닝’ 덕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딥 러닝이 전부는 아니다. 엣지 컴퓨팅과 주행 시뮬레이터도 자율주행차 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엣지 컴퓨팅은 자동차 내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했다. 가령 엔비디아 (NVIDIA)는 자율주행차 전용기기 ‘드라이브 PX2’를 개발했는데,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에서 해당 기기를 탑재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차가 딥 러닝만 탑재했다고 자율주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을 할 수 있게 학습이 돼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주행 시뮬레이터가 맡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물리적인 제약으로 주행 시험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주행 시뮬레이터는 이러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많은 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작년에 웨이모는 주행 시뮬레이터를 통해 ‘50억 마일 (80.46킬로미터)’ 거리의 주행 테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실에서의 주행 테스트 거리는 ‘0.1억 마일 (1,600만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공유성은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 셰어링 (Car Sharing)’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산업 구조는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할 전망이다. 컨설팅 전문 기업 ‘맥킨지 (McKinsey)’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의 공유 시장의 매출 규모는 30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자동차의 매출 규모에 1%도 안 되는 수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의 매출 규모는 2030년에 1.5조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매출 규모의 22%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맥킨지의 이러한 전망은 자동차 시장이 소유에서 공유로 이동함을 보여준다.
전기는 자동차의 연료가 전기로 바꿔 가는 추세임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전기차의 확산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기차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2030년의 전기차 대수는 1.25억 개다. 이는 2017년 310만 개 대비 40배나 증가한 수치이다.
복합적으로 엉켜있는 CASE 트렌드
지금까지 CASE 트렌드를 항목별로 살펴봤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될게 하나 있다. CASE의 트렌드가 항목별로 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CASE의 네 가지 트렌드는 서로 얽혀서 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자동차의 내연기관 구조를 단순화함에 따라 연결성과 자율성의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자율성의 경우에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으로 연결성과 공유성을 촉진하게 했다.
결국, CASE는 자동차의 하위 트렌드가 서로 엉켜져서 나타난 거대 트렌드로 볼 수 있다. 자동차가 급변하게 바뀔 것이라는 뜻이다. 미래의 자동차 모습을 기대해본다.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 저작권자 2019.02.2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