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삼성, 화웨이, 노키아, 5G,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

FERRIMAN 2019. 5. 19. 17:39

4G로 노키아 깼던 삼성…‘5G 강자’ 화웨이와 격전 예고

입력 2019-05-18 00:58:55
수정 2019-05-18 01:51:28
 
 
[SPECIAL REPORT] 5G 세상 주도권은 누가
2003년 삼성전자에서 TV 분야를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DM)총괄을 맡은 최지성 당시 부사장은 "3년 안에 소니를 잡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소니는 트리니트론 브라운관 기술로 197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세계 TV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무리한 목표라는 우려를 딛고 최 회장은 2006년 TV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소니는 평판TV라는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비슷한 일이 휴대전화 분야에서도 벌어졌다. 2007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앞두고 최지성 당시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3년 안에 휴대전화 판매량을 세 배로 늘려 노키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10% 남짓이었다. 핀란드 노키아가 40%, 미국 모토로라가 20%의 점유율을 과시하고 있을 때다. 한 달 전 정보통신 분야를 맡게 된 신임 사장의 패기 정도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TV 분야에서의 성공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삼성전자는 그로부터 4년 뒤인 2011년 3분기에 처음으로 노키아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삼성도 잘했지만 TV와 마찬가지로 노키아·모토로라의 실수도 컸다. 2009년부터 고속 데이터통신을 제공하는 4세대 LTE가 보급되면서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타지 못한 것이다. 2008년 40%이던 노키아의 점유율은 2012년 6%로 떨어졌고,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모토로라는 2011년 모바일 부문을 아예 구글에 매각했다. 이후 모토로라 브랜드는 중국 레노버로 넘어갔다.

이처럼 휴대전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업계의 주도권 다툼도 가열됐다. 2차대전 때부터 미군에 무전기(워키토키)를 납품하던 모토로라는 83년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인 다이나택 8000X를 내놓으며 이 분야를 석권했다. 모토로라 천하는 96년 최초의 폴더폰인 스타택을 내놓을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01년 3G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노키아가 단순하고 튼튼한 3310시리즈(2000년), 세계에서 2억5000만 대가 팔렸다는 1100시리즈(2003년) 등을 내놓으며 모토로라를 넘어선 것이다.

4G의 도입은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휴대전화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간 것이다. 저가 피처폰과 자체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고집했던 노키아는 순식간에 시장에서 밀려났다. 그 자리를 발빠르게 안드로이드OS를 도입한 삼성전자와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AS)에 따르면 2010년 노키아(33%)-애플(16%)-삼성전자(8%) 순이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불과 2년 뒤에는 삼성전자(30%)-애플(19%)-노키아(5%) 순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에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2위로 올라섰다. 시장점유율도 15.5%로 끌어올려 1위 삼성전자(20.4%)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대표는 지난해 8월 "이르면 내년 4분기에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화웨이의 밑천은 통신 분야 전반에 걸친 기술력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1%의 점유율을 기록해 에릭슨(27%)과 노키아(23%)를 제치고 1위다. 유무선 전송망,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화웨이의 장비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5G 분야에서는 2008년부터 60조원을 투자해 기지국 장비와 통신 알고리즘 등을 개발했다. 세계지적재산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5G 관련 특허 출원 개수는 화웨이가 1529개로 노키아(1397개)나 삼성전자(1296개)보다 많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경쟁업체보다 30% 정도 저렴하고, 기술적으로는 3~6개월 앞서있지만 미·중 갈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하는 문제가 있다"며 "삼성전자가 목표대로 2020년 5G 장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중장기적으로 휴대전화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가상현실(VR) 세상을 그린 ‘레디 플레이어 원’(2017년 제작)이란 영화가 현실이 되는 겁니다."

김병석(52) KT 차세대기술팀장(상무)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를 예로 들며 5G의 미래를 얘기했다. 영화는 2045년을 배경으로 원하는 캐릭터가 돼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 가상현실을 그렸다. 김병석 상무는 KT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에릭슨·인텔과 함께 5G 기반의 초고화질(UHD) 영상 실시간 전송을 성공적으로 시연한 5G 분야 전문가다.

5G로 무엇이 달라지나. "이제 모바일 유저들은 다운로드 대신 스트리밍을 통해 노래를 듣고 영화를 감상한다. 끊어지면 안 된다. 게이머들도 멀티게임 시 0.1초의 지연시간에 민감해 한다. 가상현실은 물론 증강현실(AR)·혼합현실(MR)·홀로그램은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런 것들을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무엇을 꼽나. "초고속·초저지연성·초연결성이다. 5G는 네트워크 속도가 LTE의 20배다. 초저지연성은 송수신 거리와 서버의 지연 등을 LTE의 10분의 1로 줄였다는 것이다. 원격제어·자율주행차를 실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요하다. 초연결성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감당할 것이다. 1㎢ 내에서 100만 개의 기기들을 연결한다. 5G는 단순히 속도만 빠른 게 아니라 효율적 기기 연결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다운로드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안정화할 것이다. 현재 5G 단말기로는 다운로드 속도가 1기가비피에스(Gbps)까지 가능한데, 서비스와 단말기가 업그레이드되면 내년 말에는 5기가까지 가능할 것이다. 초당 5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한다는 의미다. 최종 목표는 20기가다. 기다려 달라."

5G는 개인 통신 혁명을 넘어 기업 혁신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데. "바로 스마트팩토리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고용량 데이터 전송, 로봇의 실시간 제어를 위해선 초연결·초저지연이라는 5G의 특성이 필수다. KT는 현대중공업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5G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나. "이동통신의 구텐베르크로 볼 수 있다. 5G는 인터넷처럼 사회경제 전반에 획기적 전환점이 되는 범용목적기술(GPT)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신체로 비유하면 실핏줄과 신경의 역할을 할 것이다. 2014년 미국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150억 달러)이 극장 매출을 추월했듯이 5G 기반의 새로운 산업군이 계속 생길 것이다."  

 


675조원 5G 황금 캐라…삼성·애플·퀄컴 ‘적과의 동침’

입력 2019-05-18 00:02:03
수정 2019-05-18 01:52:28
 
[SPECIAL REPORT] 5G 세상 주도권은 누가
지난달 정부는 5G 상용화를 계기로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창출을 위한 ‘5G+ 전략’을 내놨다. 네트워크·단말, 스마트 디바이스, 무인 이동체, 보안·컴퓨팅 등 4가지 분야에서 10대 핵심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모바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방송과 게임 등의 실감 콘텐트, 로봇·클라우드·인공지능(AI)이 연결되는 스마트공장,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자율주행차, 드론·로봇을 활용한 스마트시티, 무선 통신으로 응급의료 및 건강 관리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난달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쇼(WIS)’는 5G의 미래상을 살펴볼 기회였다. SK텔레콤 부스에서는 거대한 로봇팔에 매달린 의자에 앉은 관람객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공중을 누볐다. 이들은 로봇들이 펼치는 시가 전투에 직접 참전하는 가상현실을 즐겼다. KT 부스에서는 신나게 배트를 휘두르며 VR 야구를 체험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SKT 관계자는 "무선으로 고화질 동영상이나 VR 등을 즐기려면 데이터 전송속도가 충분치 않아 화면이 끊기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런 단점을 해결한 5G 기술이 다양한 콘텐트와 접목되면 우리 생활이 눈에 보이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전 세계 5G 관련 산업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2024년 13억 달러(약 1조5500억 원)에서 2034년 5650억 달러(약 675조 원)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VR·홀로그램 등을 활용한 다양한 몰입형 콘텐트가 나오고 AR을 기반으로 차량 정비, 선박 건조까지 하는 등 새로운 산업군이 계속 생길 것"이라며 "4세대 LTE의 대중화에 따라 2014년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150억 달러)이 북미 극장 매출을 추월했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눈앞에 다가오는 5G 시장을 놓고 글로벌 통신·단말기·장비업체 간의 합종연횡은 이미 시작됐다. 공공의 적은 중국 화웨이다. 지난달 애플과 퀄컴이 특허 소송전을 끝내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애플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2년 넘게 최대 27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초대형 법정 공방을 치르고 있었다. 2016년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퀄컴의 모뎀칩 독점 공급을 끝내고 인텔과 퀄컴 양쪽으로부터 공급받기 시작했다. 이후 애플은 퀄컴이 수년간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청구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퀄컴과 거래를 끊고 인텔 모뎀칩만을 사용해 왔다.

문제는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이 지연되면서 불거졌다. 삼성과 화웨이가 5G폰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애플은 최소 내년까지 선보이기 어려운 상황에 몰린 것이다. 올 2월 화웨이가 "인텔 대신 5G 모뎀을 공급하겠다"고 나서자 미국 정부가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5G 경쟁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주"라며 "다른 나라가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애플은 퀄컴과 화해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선통신 업계가 5G 기술에 2750억 달러(329조원)를 투자해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애플과 삼성전자의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퀄컴과 삼성은 LTE 모뎀 시절부터 경쟁자였다. 한편으로는 퀄컴이 5G 모뎀칩 양산을 삼성에 맡기고 있다. 2012년 이후 디자인·특허를 놓고 법정 공방을 펼쳤던 애플도 삼성 모뎀칩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모바일용 5G 모뎀칩을 생산하는 곳은 퀄컴·삼성·화웨이 외에는 대만 미디어텍과 중국 유니SOC 정도다. 인텔은 애플과 퀄컴의 화해 이후 5G 모뎀 개발을 포기했다.

김창우·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