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중앙일보] 쓰레기, 폐기물, 폐비닐, 생분해성 비닐

FERRIMAN 2019. 6. 6. 18:42

쓰레기산 파보니 트럭까지···120만t 치우는데 세금 500억

입력 2019-05-23 00:00:00
수정 2019-05-23 09:54:27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야적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폐덤프트럭이 나왔다. 심석용 기자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야적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폐덤프트럭이 나왔다. 심석용 기자

22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야적장. 닫힌 정문에는 해당 업체의 건설 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를 취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정문을 밀치고 부지 깊숙이 들어서자 삼면이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둘러싸인 공터가 나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폐기물이 방치된 이른바 ‘의정부 쓰레기산’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곳에는 26만t에 이르는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의정부시는 지난 15일부터 해당 부지에 방치된 폐기물을 치우고 있다. 현재까지 처리된 양은 2%도 안 되는 5000t 남짓이다. 중간처리 업체가 폐기물을 운반한 뒤 선별작업을 거쳐 소각·매립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동행한 의정부시 자원순환과 직원은 "혼합폐기물처리 업체와 t당 12만원, 소각처리 업체와 t당 25만원, 건설폐재류처리 업체와 t당 4만원에 각각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야적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폐덤프트럭이 나왔다. 심석용 기자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야적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서 폐덤프트럭이 나왔다. 심석용 기자

하지만 운반 작업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며칠 전부터 중단됐다. 폐기물을 조금씩 걷어내던 중 쓰레기 더미 속에서 고장 난 덤프트럭과 폐섬유 등 예상치 못한 혼합폐기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처리 업체는 계약을 다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신곡동 부지에 쌓인 방치 폐기물 처리에 책정된 예산은 22억원이다. 이중 국비가 70%고 경기도가 10%, 의정부시가 20%를 부담한다. 의정부시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불법 폐기물을 우선 처리한 뒤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처리 책임자에게 처리 비용을 징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신곡동 부지에 방치 폐기물을 쌓아놓은 폐기물 업체는 소유 재산이 없는 상황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구상권 청구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의성 쓰레기산, 세금 53억으로 치운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된 모습.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 폐기물 처리장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방치된 모습. [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에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산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산'도 세금으로 치운다. 의성군은 국비 등 53억원을 들여 다음 달 17일부터 쓰레기 치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환경 관련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마쳤다.

의성 쓰레기 산에 쌓인 각종 폐기물은 비닐·플라스틱·목재·섬유 등 17만3000여t 규모다. 재활용 가능 폐기물이 7만5000여t, 소각 가능 쓰레기가 3만2000여t, 땅에 묻어야 하는 매립 쓰레기가 6만6000여t이다.



권현수 의성군 폐자원관리 TF 팀장은 "쓰레기 더미 사이로 화재가 발생하고, 악취와 침출수로 낙동강 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해 더는 해당 업체 스스로가 치우길 기다릴 수 없어 행정대집행 형태로 쓰레기 산 정리에 들어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내 모두 처리키로…예산 500억 이상 투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환경부는 올해 초만 해도 전국에 쌓여 있는 120만t의 불법 폐기물을 3년 이내에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 폐기물 책임자에게 처리를 촉구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예산을 투입해 대집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처리 시한을 앞당기라고 지시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추경 예산까지 편성해 올해 안에 방치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기존 예산(58억원)의 5배가 넘는 313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 각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예산까지 합칠 경우 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쓰레기 치우는 데 쓰는 셈이다.



환경부는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지자체 공공 소각장을 통해 쓰레기를 처리하기로 했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공처리시설을 활용해 방치된 불법 폐기물을 소각하고, 추경 예산은 대부분 운반비에 투입할 것"이라며 "일부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은 선별해 시멘트 공장 등의 연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소각장 포화…세금 더 써야 할 수도"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야적장 앞에 방치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지자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심석용 기자

경기 의정부 신곡동의 야적장 앞에 방치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지자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심석용 기자

하지만 지금도 매일 쏟아지는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불법 쓰레기까지 공공소각장에서 감당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120만t 중 16%인 19만t밖에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은 6개월여 동안 100만t이 넘는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또 다른 지역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경우 "왜 남의 쓰레기를 우리 동네에서 태우느냐"며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소각장의 여유량을 조사했는데 불법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일부는 민간 소각장까지 불가피하게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각장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소각장의 경우 최근 몇 년새 소각 처리 단가가 급등하면서 t당 25만~30만원의 처리비를 내야 한다. 추가로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불법 투기 브로커들이 활개 치는 상황에서 방치 폐기물을 모두 치운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격하게 오른 상황에서 t당 2만~3만원이라도 싸게 처리해 주겠다는 브로커들의 유혹을 견디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쓰레기를 치워도 어딘가에 불법 쓰레기가 또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의성=심석용·김윤호 기자,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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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썩는 비닐 쓰라면서 55%는 안묻고 소각하는 정부

입력 2019-05-23 05:00:06
수정 2019-05-23 05:52:29
 
 
22일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대형백화점 내 의류매장에서 산 옷을 담은 생분해 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22일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대형백화점 내 의류매장에서 산 옷을 담은 생분해 비닐봉투를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몰. 취재 기자가 이곳의 한 의류매장에서 티셔츠 두 장을 고르자 매장 직원은 자연스럽게 흰색 비닐봉투에 담아줬다. 대형 매장인 IFC몰의 모든 상점은 비닐봉투 제공이 금지됐지만, 봉투값도 받지 않고 무상 제공했다. ‘생분해성 비닐’이기 때문이다.

22일 찾은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백화점 매장에서는 비닐봉투 제공이 금지됐지만, 생분해성 비닐은 예외였다.



생분해성 봉투 하단에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 문구가 쓰여 있다. 김정연 기자

생분해성 봉투 하단에 '폐기 시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주세요' 문구가 쓰여 있다. 김정연 기자

 


'비닐 규제 프리패스' 된 생분해성 비닐
 생분해성 봉투 안내문구. '무상배포 가능' '생분해 가능'을 강조하며 '일반쓰레기' 배출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프로팩]

생분해성 봉투 안내문구. '무상배포 가능' '생분해 가능'을 강조하며 '일반쓰레기' 배출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프로팩]

생분해성 비닐(환경표지 EL724 인증을 받은 생분해성 수지 제품)은 옥수수 전분이나 고구마 전분 등으로 만들어져 토양 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땅에 묻힐 경우 이론적으로 90일 만에 자연으로 돌아간다. 환경부는 지난달 비닐봉투 단속 이후에도 생분해성 비닐은 ‘유‧무상 제공’이 가능하게 예외를 뒀다. 생분해가 비닐 규제 시대의 ‘프리패스’가 된 셈이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100장에 7000~8000원꼴(도매가 기준)로 100장에 2000원꼴인 일반 비닐보다 3~4배 비싸다. 그런데도 시중에서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생분해 비닐 문의‧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도 생분해성 비닐을 이용한 종량제 봉투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국내 생분해성 비닐봉투 제조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도 포천의 ‘프로팩’의 경우 지난 1월 주문량이 60t이었으나 이달에는 150t으로 급증했다. 프로팩 관계자는 "4월 1일 규제 직전엔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모자랄 정도였고, 아직도 밀려 지금 주문하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생분해 안 되고 절반 이상 ‘소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땅에 묻히면 분해되는 생분해성 비닐이 실제 땅에 묻힐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생분해성 비닐은 현재 일반쓰레기로 배출된다. 일반쓰레기 매립률은 2012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2017년 종량제봉투에 담겨 일반쓰레기로 배출된 플라스틱류(비닐류 포함) 하루 4600t 중 매립된 것은 898t(19%)이고, 55%인 2571t은 소각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하는 일반 비닐과 섞이지 않게 생분해성 비닐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분해성 비닐이 섞일 경우 성분이 달라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땅에 묻지 않는 생분해성 비닐은 단순 폐기물에 불과한 셈이다.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역시도 ‘폐기물’이다. 기존 비닐 생산 과정에서는 자투리를 녹여 다시 비닐을 만들지만, 생분해성 비닐은 녹여 사용할 수가 없다. 생분해성 비닐봉투 생산업체 사장 A 씨는 "재생이 안 되는 자투리는 돈을 들여 소각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팩의 경우 한 달에 발생하는 자투리 비닐이 8~9t에 달한다. 다만 프로팩 측은 "최근 생분해성 비닐 자투리를 활용해 다시 생분해성 수지를 만드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불가피한 비닐은 '재생비닐'로 교체하려니…'사용 금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 흙 묻은 채소 등을 담을 때 예외적으로 제공이 가능한 '얇은 속 비닐봉투(비닐 롤백)' 사용 자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 흙 묻은 채소 등을 담을 때 예외적으로 제공이 가능한 '얇은 속 비닐봉투(비닐 롤백)' 사용 자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비닐업계 관계자들은 생분해성 비닐만 허용하는 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비닐을 재활용한 ‘재생 비닐’ 활용을 늘리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비닐 공장 사장 B 씨는 "재생 비닐은 기존 생산 라인에 재생 수지만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비닐 제작자들이 생분해성 비닐보다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도 '닫힌 순환(closed recycling)'으로 가고 있다"며 "대부분 소각하는 국내 상황에 생분해 비닐은 큰 의미가 없고, 불가피하게 비닐 봉투를 사용해야 할 경우 새 비닐보다는 재생비닐이 낫긴 하다"고 말했다.



새비닐(왼쪽)과 재생비닐로 만들어진 종량제봉투. 천권필 기자

새비닐(왼쪽)과 재생비닐로 만들어진 종량제봉투. 천권필 기자

현재 재생비닐은 대부분 산업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종량제봉투 등 일반 봉투로 제작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합성수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폐합성수지 재활용 비율이 40% 이상인 종량제봉투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선 재생 수지가 60% 들어간 재생비닐도 일반 비닐과 똑같이 '금지' 대상이다. 재생비닐을 생산하는 폴리사이언텍 전승호 대표는 "환경부 친환경 마크를 받은 것인데도 규제 대상이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백화점 등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속 비닐을 '재생비닐'로 교체하려는 문의가 많이 온다"며 "수요가 많은 데도 재생비닐을 사용할 수 없고, 새 비닐을 줄이는 효과도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생분해 봉투도, 재사용 봉투도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린피스 코리아 김미경 플라스틱캠페인팀장은 "생분해 비닐은 마음껏 써도 되는 것처럼 인식된 건 잘못된 솔루션의 결과"라며 "‘감축’에 더 집중해 감축-재사용-재활용 순서로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를 대부분 소각하는 상황에서 생분해 비닐이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생분해 비닐도 줄여야 할 것"이라며 "재생 비닐에 대해서는 관련 규제를 정비해 가장 나은 자원 활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