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중앙일보] 멘토링 자료, 플라스틱, 환경오염, 지구 오염, 비닐

FERRIMAN 2019. 12. 29. 19:57

[김기흥의 과학 판도라상자] 임박한 세상의 종말에 대한 경종

입력 2019-12-16 00: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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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장의 달력을 뜯어내면서 밀려오는 감정은 빠른 시간에 대한 놀라움과 아쉬움일 것이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의 소중함과 후회가 갑작스럽게 밀려오기도 한다. 시간은 항상 알 수 없는 종점을 향해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종말에 대한 막연함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선언한 대로 "인간은 모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라는 생각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연한 느낌이 갑자기 눈앞의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최근 과학자들은 지구 환경의 총체적 위기와 인류를 포함한 생물체의 대멸종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기 회복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자기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이미 지구는 본래 자연 상태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간의 손길에 변화되었다. 주변을 돌아본다면 그 증거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세워진 거대한 도시는 물론이고 인간이 숨 쉬는 공기에는 중금속이 섞여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했던 연구팀은 해저 1만994m의 해저에 떠돌아다니는 비닐봉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지구 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허핑턴포스트]

지구 오염의 주범인 플라스틱. [허핑턴포스트]

노벨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인 파울 크뤼천은 현재 지질학적 시간은 과거와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선언했다. 크뤼천은 지층에 인간의 영향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시대를 인류세 (Anthropocene, 人類世)라고 지칭했다. 인류세의 가장 확실한 특징은 플라스틱이다. 미국 지질학회는 플라스틱이 암석처럼 변화된 플라스티글로머리트 (plastiglomerate)라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했다. 대기에 배출된 지독한 오염물질과 바다에 뿌려진 미세플라스틱 그리고 기후 온난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었다. 이미 인류의 활동으로 야생 포유류의 83%와 해양 포유류의 80%가 사라졌다. 인류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지구 생명체의 멸종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10일 인류세를 연구하는 세계의 석학들이 서울에 모였다. ‘국제 인류세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분야의 최고 석학인 윌 스테판 교수는 "지구가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멸종에 대해 경고하는 순간 학회장의 모든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서울의 미세먼지 수준이 최악의 재난 수준을 경고하는 재난문자였다. 마치 인류의 종언을 경고하듯 울리는 재난문자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신호였다. 

모두가 영구적 경제발전과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가져올 치명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외면한다. 지금까지는 발전과 풍요를 고민했지만 미래세대는 멸종과 생존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논의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물·공기 그리고 대지는 우리가 미래세대에 넘겨줘야 하는 절체절명의 유산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이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숨 쉴 수 없는 회색의 공기, 빈번한 산불과 태풍은 지구가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는 구조요청 신호이며 경고음이다. 이제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바꿀 때다. 

김기흥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