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 曰] 수학 홀대로 AI 강국 가능한가
입력 2019-12-21 00:24:00
수정 2019-12-21 06:43:59
수정 2019-12-21 06:43:59
굳이 손정의 회장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AI)이다. AI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13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해 글로벌 GDP가 연평균 1.2%씩 추가 성장할 거란 전망이다(맥킨지 글로벌연구소). 증기기관(0.3%), 자동화(0.4%), 정보기술(0.6%) 효과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인류 문명 자체를 바꿔놓을 태세다. 각국이 AI 패권을 잡으려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까닭이다. 국가전략을 발표한 나라도 20여 개국에 이른다.
우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가자"며 모처럼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 합동으로 지난 17일엔 국가전략도 발표했다. AI 생태계 구축, 데이터 활용 확대, 인재 양성이 골자다.
다행이긴 한데 액션플랜이 엉성하다. AI 기술이 발달해도 그 핵심은 사람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논리력·사고력·상상력·창의력이 왕성한 젊은이가 많은 국가가 패권을 잡는다. IT 시대를 SW 인재가 지배했듯 말이다. 전문가들은 AI의 핵심은 수학이라고 말한다. 수학 중에서도 선형대수학(線形代數學), 즉 행렬과 벡터다. 원리는 간단하다. AI는 학습을 통해 똘똘해진다. 그 과정이 행렬 계산으로 이뤄지는데 입출력 데이터는 벡터로 표시된다. 선형대수학이 AI를 강력하게 만드는 마법인 것이다.
"AI의 핵심 알고리즘인 심층기계학습(Deep Machine Learning)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고 있어요. 하지만 컴퓨터 성능과 창의력이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따라가지 못해 설계나 최적화 과정에서 선형대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행렬·벡터를 모르면 AI 주역이 될 수 없어요. 문·이과 모두 수학이 중요한데 거꾸로 가네요."(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
과학자들의 볼멘소리일까. 실제로 고교 교육과정을 보면 퇴행적이다.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은 행렬과 벡터를 배우지 않은 세대다. 공부 짐을 덜어주겠다며 2018년부터 고교 1학년에게 적용한 제10차 교육과정에서 행렬과 벡터를 뺐다. 교육부 근시(近視)가 낳은 결과다. 반면 싱가포르는 둘 다, AI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벡터가 기본이다. 미국·영국·호주도 당연히 가르친다.
물론 모든 학생에게 ‘수학 고문’을 할 필요는 없다. 수학을 잘한다고 결혼 잘하고, 일 잘하고, 돈 잘 벌고, 정치 잘하는 건 아닐 터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청소년기에 수학 자체를 멀리하면 논리력·창의력 세포가 죽는다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 6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자. 전국 중3의 수학 기초학력미달 비율(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이 11.8%였다. 5년 전 5.7%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50점 미만도 절반이다.
‘수포자’ 현상은 더 심화할 우려가 있다. 정시 확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찍는 수학’으로 흥미가 더 떨어질 게 뻔해서다. 말만 화려했던 스토리텔링 수학은 꼬리를 내렸다. 교육부가 헛발질하니 과기정통부라도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새해 국가 예산이 512조원인데 인재 양성 투자액은 겨우 130억원(0.0025%)이다. 세계 최고의 AI 인재 양성 토양을 만들겠다는 구호, ‘쇼’ 아닌가. 글로벌 정상급 AI 인력 2만2400명 중 절반은 미국, 11%는 중국에 있다(캐나다 ‘엘리먼트 AI’ 분석). 우리는 고작 0.75%(180명)라는데 답답하다.
정부가 그 모양이니 대학이 나서야 한다. 차라리 행렬·벡터를 대학에서 가르치자. 상위권 대학부터 1학년 필수과목으로 도입하자는 얘기다. 개념과 구조를 알아야 창발적 아이디어를 AI에 녹일 수 있다. 정부 탓, 등록금 탓만 말고 할 것은 해야 한다. 커리큘럼 개발에 명운을 걸자. 총장의 의지와 교수의 헌신이 필요하다. 인재는 저절로 키워지지 않는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우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가자"며 모처럼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 합동으로 지난 17일엔 국가전략도 발표했다. AI 생태계 구축, 데이터 활용 확대, 인재 양성이 골자다.
다행이긴 한데 액션플랜이 엉성하다. AI 기술이 발달해도 그 핵심은 사람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논리력·사고력·상상력·창의력이 왕성한 젊은이가 많은 국가가 패권을 잡는다. IT 시대를 SW 인재가 지배했듯 말이다. 전문가들은 AI의 핵심은 수학이라고 말한다. 수학 중에서도 선형대수학(線形代數學), 즉 행렬과 벡터다. 원리는 간단하다. AI는 학습을 통해 똘똘해진다. 그 과정이 행렬 계산으로 이뤄지는데 입출력 데이터는 벡터로 표시된다. 선형대수학이 AI를 강력하게 만드는 마법인 것이다.
"AI의 핵심 알고리즘인 심층기계학습(Deep Machine Learning)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고 있어요. 하지만 컴퓨터 성능과 창의력이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따라가지 못해 설계나 최적화 과정에서 선형대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행렬·벡터를 모르면 AI 주역이 될 수 없어요. 문·이과 모두 수학이 중요한데 거꾸로 가네요."(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
과학자들의 볼멘소리일까. 실제로 고교 교육과정을 보면 퇴행적이다.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은 행렬과 벡터를 배우지 않은 세대다. 공부 짐을 덜어주겠다며 2018년부터 고교 1학년에게 적용한 제10차 교육과정에서 행렬과 벡터를 뺐다. 교육부 근시(近視)가 낳은 결과다. 반면 싱가포르는 둘 다, AI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벡터가 기본이다. 미국·영국·호주도 당연히 가르친다.
물론 모든 학생에게 ‘수학 고문’을 할 필요는 없다. 수학을 잘한다고 결혼 잘하고, 일 잘하고, 돈 잘 벌고, 정치 잘하는 건 아닐 터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청소년기에 수학 자체를 멀리하면 논리력·창의력 세포가 죽는다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 6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자. 전국 중3의 수학 기초학력미달 비율(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이 11.8%였다. 5년 전 5.7%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50점 미만도 절반이다.
‘수포자’ 현상은 더 심화할 우려가 있다. 정시 확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찍는 수학’으로 흥미가 더 떨어질 게 뻔해서다. 말만 화려했던 스토리텔링 수학은 꼬리를 내렸다. 교육부가 헛발질하니 과기정통부라도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새해 국가 예산이 512조원인데 인재 양성 투자액은 겨우 130억원(0.0025%)이다. 세계 최고의 AI 인재 양성 토양을 만들겠다는 구호, ‘쇼’ 아닌가. 글로벌 정상급 AI 인력 2만2400명 중 절반은 미국, 11%는 중국에 있다(캐나다 ‘엘리먼트 AI’ 분석). 우리는 고작 0.75%(180명)라는데 답답하다.
정부가 그 모양이니 대학이 나서야 한다. 차라리 행렬·벡터를 대학에서 가르치자. 상위권 대학부터 1학년 필수과목으로 도입하자는 얘기다. 개념과 구조를 알아야 창발적 아이디어를 AI에 녹일 수 있다. 정부 탓, 등록금 탓만 말고 할 것은 해야 한다. 커리큘럼 개발에 명운을 걸자. 총장의 의지와 교수의 헌신이 필요하다. 인재는 저절로 키워지지 않는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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