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에서 배우는 새해 교훈
입력 2020-01-01 00:13:00
쥐의 해가 밝았다. "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던 때의 일이다. 시험을 앞두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쥐 그림을 가져왔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저 뒷걸음질로 쥐 그림을 밟아 보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쥐 그림을 밟았다. 그러자 그 친구가 껄껄 웃으며 이번 시험에 꼭 합격할 것이라고 한다. 내가 시험에 될 가능성이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밟을 정도로 낮은데, 뒷걸음질로 쥐 그림을 밟았으니 합격할 것이라는 게다. 그렇게 쥐 그림이라도 밟은 덕분인지 그해 시험에 무사히 합격하였다. 아직도 그 친구는 내가 사시에 붙은 것은 쥐 그림을 밟은 덕분이라고 한다. 그만큼 확률이 낮은 일이었는데, 내가 운 좋게 붙었다고 놀리는 뜻이다.
굳이 시험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많은 일은 확률적으로 정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확률성은 인공지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동작하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확률 계산이다.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은 어느 수를 두어야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을지 바삐 계산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제품 추천 인공지능은 고객 구매 확률이 가장 높은 제품을 보여준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에 포착된 주변 물체가 자동차일 확률, 보행자일 확률, 자전거일 확률 등등을 끊임없이 계산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내가 인공지능 스피커에 한 말이 어떤 단어에 해당할지 확률을 계산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끔 우리 음성을 잘못 알아듣는 이유는 이렇게 확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확률 계산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원래 세상에 100% 확실한 일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우리가 결코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예컨대 인공지능이 의료 영상을 판독하더라도 항상 정확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판독 결과를 확률적으로 고려하므로 병이 있는 환자를 놓칠 수도 있고, 병이 없는 환자인데 병이 있다고 잘못 진단할 수도 있다. 게다가 통계학적으로 이러한 오류를 완벽하게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다. 병이 있는 환자를 잘못 놓치지 않으려면 병이 없는 환자를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병이 없는 환자에게 잘못된 경고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병이 있는 환자를 놓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두 종류의 오류는 상호 선택적 관계가 있어서 어느 쪽을 중시하면 반대쪽을 반드시 희생해야 한다. 그래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이 처리하는 경우보다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 낮거나, 적어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류 가능성이 적다는 것과 오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도입하고자 할 때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항상 정확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다가 정작 실제 기술을 보고 실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를 막으려면 확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의 근본 원리가 바로 확률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률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다 보면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새해에는 확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사업에서 성공했다고 하면 이는 확률에 따라 좋은 결과가 있게 된 것이다. 운이 조금이라도 나빴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한층 더 겸손해진다. 더욱이 확률로 세상을 이해하면 패자에 대해 더 관용을 베풀게 된다. 가령 스타트업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확률이 낮은 게임에 도전했으니, 패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도 누군가는 성공의 기쁨을, 누군가는 실패의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승자는 더 겸손해지고, 패자에게는 더 관대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독자 여러분들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도 쥐 잡는 운수 좋은 한 해를 맞으시길 바란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굳이 시험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의 많은 일은 확률적으로 정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확률성은 인공지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 동작하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확률 계산이다.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은 어느 수를 두어야 승리할 확률이 가장 높을지 바삐 계산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제품 추천 인공지능은 고객 구매 확률이 가장 높은 제품을 보여준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에 포착된 주변 물체가 자동차일 확률, 보행자일 확률, 자전거일 확률 등등을 끊임없이 계산한다. 음성인식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내가 인공지능 스피커에 한 말이 어떤 단어에 해당할지 확률을 계산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끔 우리 음성을 잘못 알아듣는 이유는 이렇게 확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확률 계산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고 행동하는 이유는, 원래 세상에 100% 확실한 일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우리가 결코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예컨대 인공지능이 의료 영상을 판독하더라도 항상 정확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판독 결과를 확률적으로 고려하므로 병이 있는 환자를 놓칠 수도 있고, 병이 없는 환자인데 병이 있다고 잘못 진단할 수도 있다. 게다가 통계학적으로 이러한 오류를 완벽하게 없애는 것도 불가능하다. 병이 있는 환자를 잘못 놓치지 않으려면 병이 없는 환자를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병이 없는 환자에게 잘못된 경고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병이 있는 환자를 놓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두 종류의 오류는 상호 선택적 관계가 있어서 어느 쪽을 중시하면 반대쪽을 반드시 희생해야 한다. 그래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준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이 처리하는 경우보다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 낮거나, 적어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류 가능성이 적다는 것과 오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도입하고자 할 때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항상 정확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다가 정작 실제 기술을 보고 실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를 막으려면 확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의 근본 원리가 바로 확률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률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다 보면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새해에는 확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사업에서 성공했다고 하면 이는 확률에 따라 좋은 결과가 있게 된 것이다. 운이 조금이라도 나빴더라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한층 더 겸손해진다. 더욱이 확률로 세상을 이해하면 패자에 대해 더 관용을 베풀게 된다. 가령 스타트업을 세우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확률이 낮은 게임에 도전했으니, 패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도 누군가는 성공의 기쁨을, 누군가는 실패의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승자는 더 겸손해지고, 패자에게는 더 관대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도 독자 여러분들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도 쥐 잡는 운수 좋은 한 해를 맞으시길 바란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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