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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TV, 디스플레이, LCD, LED, OLED, 세계 TV 시장점유율

FERRIMAN 2020. 2. 9. 11:27

마이크로 LED vs 롤러블…TV전쟁 이번엔 ‘공간’이다

입력 2020-02-08 0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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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전시한 292인치 마이크로 LED 스크린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가 전시한 292인치 마이크로 LED 스크린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0’ 현장을 찾은 세계 관람객의 눈은 한층 진화한 최신 TV 기술로 향했다.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신기술 중 하나는 292인치짜리 초대형 마이크로(micro)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앞서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능가하는 약 7.4m 너비 화면으로 화면비와 해상도 구현, 베젤(테두리) 등에서 제약이 없다. 상업용이 아닌 가정용 TV로 어필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웬만한 가정집 거실 벽면을 뒤덮고도 남을 크기까지 마이크로 LED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TV 한대로 ‘나만의 영화관’과 같은 공간을 만드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줬다. 

LG전자가 선보인 롤다운과 롤업 방식의 롤러블 OLED TV. [연합뉴스]

LG전자가 선보인 롤다운과 롤업 방식의 롤러블 OLED TV. [연합뉴스]

이에 맞서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의 새로운 롤러블(rollable) TV 기술을 공개했다. 종이처럼 돌돌 말아 보관했다가 펼칠 수 있는 65인치짜리 스크린이다. 지난해 CES에서 TV 형태로 처음 공개했을 때는 하단 스탠드에서 말아 올리는 롤업(roll up)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롤다운(roll down) 방식이었다.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도록 천장 등에 설치할 수 있어 공간 활용이 자유롭다. TV 볼 때 화면을 내렸다가 끄고 돌돌 말아 올리면 마치 TV가 원래 집안에 없었던 것처럼 보관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CES 2020’서 선보여 

차세대 TV 전선이 ‘화질’을 넘어 ‘공간’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매출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46.7%(지난해 1~3분기 평균,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 집계)로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고, 관련 기술 역시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이 만든 신풍경이다.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으로 나만의 인테리어와 공간 활용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의 취향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안에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5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75·88·93·110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의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실험적으로 내놨던 146인치 제품은 대당 4억원이 넘어 시장성이 떨어졌다. 가격을 낮추고 크기를 다양화해 마이크로 LED TV 자체의 수요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다. LG전자도 롤업 방식의 65인치 롤러블 OLED TV를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안에 출시하면서 시장성을 본격 타진할 계획이다. 시장 저변이 넓어지면 올 CES에서 선보인 롤다운 방식 롤러블 TV 상용화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사람 머리카락 하나의 굵기 정도인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 LED 소자를 기판에 이어 붙여 만든다. 따라서 기존 OLED 디스플레이보다도 얇은 두께로 TV를 만들 수 있고, 화면을 모듈 방식으로 분리·결합할 수도 있어 화면 크기의 제약이 없다. 또 별도의 광원과 컬러 필터 없이 LED 소자들을 직접 광원 겸 화소로 사용해 빛과 색을 표현한다. 화소로 자체 발광해 명암비 등에서 탁월한 기존 OLED와도 공통된 강점을 지니되, OLED와 달리 유기 화합물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 OLED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번인(burn-in, 같은 이미지가 한 위치에서 장시간 반복 노출될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롤러블 OLED도 세계 TV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OLED만의 강점을 고스란히 지닌 데다, 보관·관리가 쉽고, 다용도성까지 갖춰 마이크로 LED와 함께 ‘꿈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된다. 돌돌 말리는 특성을 살려 TV를 보지 않을 때 롤러블 화면 일부만 올려 초고음질 오디오처럼 활용하거나, 취침할 무렵 모닥불 같은 영상과 조명 제공이 가능하게 만드는 식으로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하다. 

다만 두 디스플레이 모두 제조 기술력 강화 못잖게 비용 절감이 관건이다. 일반 소비자가 볼 때 비현실적인 제품 가격으로 이어질수록 시장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제조 난이도 높고 가격이 비싼 게 흠 

IHS마킷은 세계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출하량)가 올해 80만대에서 2022년 590만대로 커질 것으로 보면서도 "제조 난이도가 높고 생산 단가가 아직 너무 비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기준 마이크로 LED 1대를 만드는 데 재료비만 최소 4900달러(약 570만원)로 65인치짜리 OLED(400달러) 1대를 만들 때의 1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330만개에 이르는 LED 칩을 기판 위로 일일이 옮기는 공정 난이도가 워낙 높아 수율(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이 기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처럼 마이크로 LED TV 개발을 진행 중인 LG전자 측도 시장성엔 아직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CES에서 "가정용 (TV) 제품에선 마이크로 LED가 OLED 대비 강점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롤러블 OLED TV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롤러블 TV의 출시 가격은 1억원대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둘 다 전도유망한 신기술이지만 마이크로 LED TV는 가격이 700만원선, 크기가 100~150인치일 때 기존 제품과 경쟁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롤러블 TV도 예상되는 선보다는 낮은 가격대여야 시장 경쟁력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 소비자원 평가는 OLED, 세계 판매량은 QLED가 앞서「
삼성전자의 2019년형 QLED TV.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2019년형 QLED TV. [사진 삼성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냐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냐.’ 마이크로 LED 등의 신기술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분산됐지만, TV·디스플레이 산업에서 OLED 대 QLED 화질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프리미엄 TV 기반 기술로 삼성전자가 앞세운 QLED, LG전자가 이끄는 OLED 중 어느 쪽이 더 우수한지를 놓고 업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소비자 사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최근 일부 평가에선 OLED가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55인치 TV 6종을 대상으로 영상·음향 품질, 입력 지연, 소비 전력량, 내구성, 전원 켜짐 시간, 안전성 등을 시험 평가한 결과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300만원대 고가 제품군에서 LG전자 OLED TV는 모든 항목에서 별 다섯개 만점을 받은 반면, 삼성전자 QLED TV는 영상 품질 중 시야각 항목에서 별 네개를 받았다. 전원 켜짐 시간은 삼성 TV가 3초로 LG TV(4초)보다 덜 걸렸지만 연간 전기료는 LG TV가 4만3400원으로 삼성 TV(5만1000원)보다 덜 들었다. 

200만원대 중저가 제품군에서도 LG TV는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삼성 TV는 동영상 끌림 항목에서 별 네개, 시야각 항목에서 별 세개를 받는 등 다소 뒤졌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여러 측정 장치로 평가했으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화질은 이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무관하게 세계 시장에서 더 잘 팔리고 있는 쪽은 QLED TV다.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글로벌 QLED TV 판매량이 344만5000대였던 반면 OLED TV는 188만8000대로 절반가량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점유율(매출 기준) 30.4%로 LG전자(16.3%)에 크게 앞섰다. 

삼성전자 외에도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 같은 일부 후발주자들이 QLED TV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진영에선 삼성전자가 90% 이상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OLED TV는 LG전자 외에도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유럽의 필립스, 중국 스카이워스 등 보다 많은 기업들이 생산 중이며 이 진영에서 LG전자 생산량 비중은 60%대 정도다. 

두 기업은 OLED와 QLED를 놓고 시장 안팎에서 첨예한 신경전도 벌이면서 화질 전쟁의 주도권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지난해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 광고를 허위·과장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자, 삼성전자는 직후 LG전자가 OLED TV 광고에서 자사 TV를 근거 없이 비방했다며 역시 공정위에 신고했다. QLED는 무기 물질인 양자점을 써서 그 입자 하나하나가 빛과 색을 내도록 해 화질 개선을 꾀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가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에 양자점 입자를 바른 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결합한 형태로, 진정한 의미의 QLED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   

이창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