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영재는 음악도 수학공식으로
입력 2020-11-12 00:03:03
한 부분이 전체와 동일한 구조로 반복되는 것. 1975년 나온 프랙탈(fractal) 이론이다. 자연의 현상, 인체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1993년 영화화 된 ‘쥬라기 공원’의 원작 소설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복잡성을 주장하는 데에, 또 작은 원인이 큰 결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의 근본적 원리로 프랙탈 이론이 사용됐다.
김택수
이 이론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과학 영재 출신의 작곡가 김택수(40·사진)가 이러한 실험을 했다. 제목은 ‘프래탈리시모!!(Frattalissimo!!)’. 프랙탈 이론을 다른 음악용어들처럼 이탈리아어로 바꾸기 위해 ‘c’를 빼고 ‘가장 프랙탈스럽게’라는 뜻의 가상 이탈리아어로 만들어냈다. 클라리넷, 자일로폰 등 4대의 타악기, 피아노, 첼로가 연주하는 7분짜리 음악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김택수는 "어디에서 봐도 항상 같은 게 나오고, 각도와 차원을 달리해도 결과적으로 같은 것이 보이는 구조가 프랙탈이다. 음의 높이, 리듬, 화성을 프랙탈 구조로 만들어 보려 했다"고 했다. 짧은 음 하나와 긴 음 둘을 결합해 곡의 기본적인 모티브를 만들고 이를 지속하면서 같은 패턴을 만들었다. "화음도 거의 한 종류를 형태만 바꿔가며 썼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들어도 같은 화성을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택수는 1998년 국제 화학 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땄고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작곡과에 다시 입학, 대학원까지 마치고 미 인디애나 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9년엔 윤이상 작곡대상에도 입상했다. 현재는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다.
‘프래탈리시모’에 대해 김택수는 "고등학생 때 프랙탈 이론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이 이론은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데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자극됐다"고 했다. "음악을 듣고 떠올리는 심상은 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밀물이 서서히 올라오는 밤바다의 인상이 가장 보편적이지 않을까 싶다. ‘물’이라는 물질이 시야, 거리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며 드라마를 만드는 것 같은 경험을 이 음악이 선사하리라 본다."
2012년 미국 아스펜 음악제에서 연주된 ‘프래탈리시모’는 다음 달 8일 무관중 연주로 녹화해 유튜브로 공개된다. 공연 제목은 ‘과학×음악 콘서트’. 김택수 등 작곡가 5명이 과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찾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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