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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무인기, 드론의 발전, 에어택시, 드론

FERRIMAN 2021. 10. 12. 19:30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훈련용 공중표적으로 시작한 드론, 여객 운송에 도전장

입력 2021-10-12 00:31:00

 

드론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미국이 운용 중인 최첨단 무인기 리퍼. [사진 위키백과]

다방면에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무인비행체, 드론(drone)은 처음엔 대공포와 전투기 사격훈련을 위한 무인표적기로 개발됐다. 1935년 영국이 개발한 ‘DH(드하빌랜드)-82 Queen Bee(퀸비)’가 드론의 실질적인 원조로 알려져 있다. 

그 이전에도 무인 비행체 개발과 연구는 여럿 있었다. 주로 폭탄을 싣고 날아가 적진에 떨어져 자폭하는 형태를 구상했다. 1917년 미국에서 130㎏의 폭탄을 싣고 비행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스페리 에어리얼 토페도’를 개발했다는 기록이 있다. 

■ 「 영국 대공포 훈련용 표적기가 원조 

미국이 무인비행체에 ‘드론’ 명명 

군사용 이어 물류·여객까지 확장 

‘안전’ 놓치면 드론 설 자리 없어 

」   

이어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에는 일회용 무인기 ‘케터링 버그’가 제작됐다. 복엽기(2개의 날개가 나란히 겹쳐진 비행기)를 개조한 케터링 버그는 조종석에 100㎏이 넘는 폭탄을 싣고 사전에 입력된 항로를 따라 80㎞ 이상 자동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목표지역에 도달하면 엔진을 멈추고 날개를 분리해 동체 폭탄만 떨어뜨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성공률이 낮아 실전에는 사용되지 못했다고 한다. 

방역약품을 살포하고 있는 드론. [뉴스1]

이 같은 무인비행체는 그야말로 일회용이었다. 반면 여왕벌이라는 의미를 가진 ‘퀸비’는 재사용이 가능했다. 최근 『사회 대변혁과 드론시대』(형설출판사)라는 책을 출간한 구본환 전 인천공항사장은 "영국이 400기 이상의 퀸비를 양산한 것도 재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퀸비는 무인비행체를 드론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이 깊다. 

드론 명칭을 둘러싼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무인비행체가 날아가는 소리가 영어사전의 뜻 그대로 ‘벌이 왱왱거리는 소리’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다. 퀸비와 연관된 건 두 번째 설이다. 여기에도 여러 버전이 있지만,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군사 분석가인 스티브 잘로가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객 운송용으로 개발 중인 에어택시. [연합뉴스]

잘로가에 따르면 1935년 영국 해군의 초청으로 퀸비를 활용한 대공사격 시범을 참관한 미국 해군 제독 윌리엄 스탠들리가 귀국 후 퀸비와 같은 무인비행체 개발을 휘하의 델머 파니 사령관에게 지시했다. 이듬해 파니는 선구 모델인 ‘여왕벌(퀸비)’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자신들이 개발한 무인비행체에 ‘수컷 벌(드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드론이란 명칭을 영국이 붙였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장한 드론은 거의 군사용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무인비행체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라고도 부른다. 1951년 미국이 ‘라이언 파이어비(Ryan Firebee)’라는 최초의 제트추진 무인기를 개발했으며, 베트남전에서 정찰용으로 사용됐다. 

현대식 무기로 드론이 본격 등장한 건 1982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전쟁부터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소형 정찰용 무인기 ‘스카우트(Scout)’가 레바논을 지원하던 시리아군의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됐다는 것이다. 

드론의 실질적 원조인 영국의 무인표적기 퀸비를 처칠 총리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 위키백과]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보스니아·이라크전 등에서 등장한 미국의 ‘프레데터(Predator)’와 ‘리퍼(Reaper)’는 대테러 전쟁의 주력으로 평가될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정밀한 감시와 정찰을 위한 초미니 스파이 드론도 등장했다. 드론은 최근엔 물류와 농업, 의료, 환경보호 등 다양한 민간용도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물품을 운송하고, 농약을 살포하고, 섬이나 산간 오지에 의료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드론이 이제는 새로운 분야인 여객 수송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가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을 통해서다. UAM은 친환경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e-VTOL) 등을 이용해 도심과 공항 등 주요 지점 간에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새로운 항공교통체계를 말한다. 

국내에선 2025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운용개념서 1.0』에 따르면 UAM에 드론이 등장하는 시기는 2030년쯤이다. 초기에는 비행사가 직접 탑승해 조종하게 되고, 이후 성장기(2030~2034년)에 접어들면 통제실에서 비행체를 원격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운용 중인 드론 대부분이 원격조정 방식이다. 

성숙기를 맞을 거로 예상되는 2035년 이후에는 자율비행 드론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때가 되면 승객이 목적지만 입력하면 드론이 알아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 스스로 비행하게 된다. 지상에 자율주행차가 있다면 하늘에는 자율비행 드론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자율비행 드론이 예정대로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의 나진항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은 "자율주행차 개발이 생각보다 늦어지는 것처럼 자율비행 드론도 크기, 운항 경로, 항로 혼잡도 등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제약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율주행차보다는 빨리 개발될 거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드론의 끊임없는 변신 속에서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안전’이다. 작은 방심이나 오류가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여객용 드론은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자율비행 드론을 기대해 본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