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엄마의 저녁상

FERRIMAN 2007. 12. 25. 10:32

친구 자제의 혼사에 참석했다가 엄마에게 잠시 들렀습니다.

마침 저녁 식사 중이시더군요.

"기다리다 배고파서 먼저 묵고 있다." 시며 미안해 하셨습니다.

"잘 하셨어요. 저는 저녁 먹었습니다." 했습니다.

 

근 40년만에 만난 친구도 있고 해서 소주 한잔이라도 하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지요.

반가운 친구 땜에 어머니를 서운케 해 드린게지요.

식탁을 보았습니다.

밥, 북어국, 김 , 이것이 전부 였습니다.

순간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반찬이 그게 뭐요!!"

"아니다 반찬은 냉장고에 많이 있다. 너 저녁 해 멕일려고 사둔 것도 있고.." 하셨습니다.

자식이 온다니까 불편한 몸 이끌고, 반찬거리 사러 다녀오신게지요. 

"왜 안드시오!!! 사전에 전화 안해야되는건데... 내가 반찬 따로 준비 할 필요 없다고 종전에도

이야기 했잖소. 먹는거 귀한 시절도 아닌데.... " 숨도 쉬지 않고 날카롭게 던졌습니다.

"잇몸이 아물지 않아서 못씹는다 아이가...."

그렇습니다. 지금 틀니 치료차 병원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엄마는 자식이 좋아하는거 차려서 많이 먹이는 걸로 사랑을 표현하는게지요.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이 가슴 가득히 차 올랐습니다.  

숫가락 놓으시는 것 보고 일어 났습니다.

"여기서 자고 내일 가면 안되나..." 하셨습니다.

대꾸없이 나섰습니다.

" 다음달 니 생일인데 이거 애에미한테 전해 주고, 이건 가다가 차에서 먹고...."

흰 편지봉투에는 돈인 것 같고, 검정 비닐봉지에는 과일인가, 과자인가 싶었습니다.  

목속으로 무언가 치밀어 올라 말이 안나왔습니다.

내 지갑에서 5만원을 세아려 흰봉투 위에 포겠습니다.

"합쳐서 병원비에 보태소..." 했습니다.

엄마는 강하게 거절했습니다. " 아이다. 병원비 있다. 내가 니 줄려고 준비해 둔거다..."

하시면서요.

받아서 식탁위에 던지듯이 두고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갑자기 눈시울이 화끈거렸습니다.

베란다에서 내차 떠나는걸 보고 계실 어머니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쳐다 볼수가 없었습니다.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