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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취업재수생 이렇게하면 성공한다

FERRIMAN 2008. 2. 4. 10:22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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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재수생 이렇게하면 성공한다


토익점수 올리고 자격증 따고…스펙(취업자격조건) 보완하세요

기업의 구직이 뜸한 시기다. 취업을 하려는 사람 처지에서는 그동안 그렇게 노력했건만 제대로 뜻을 못 이뤘는데 앞으로 과연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인지 불안감과 자괴감이 들 수도 있다.

매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취업 재수(再修)'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취업 재수ㆍ삼수를 감수한다고 해도 뾰족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여 한숨만 나오기 십상이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는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늦깎이 취업생들은 초조감을 넘어 자신감을 상실해버릴 위험이 크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추스리고 수험생활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등 해법 찾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처방도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취업에 여러 번 실패한 뒤 직장인이 된 사례를 통해 그들의 성공전략을 살펴본다. 다섯 가지 전략 가운데 나에게 맞는 유형은 어떤 것일까.

◆ 업그레이드파

= 1차 취업에 실패하고 취업재수생 대열에 들어선 H대 사회학과 졸업생 김상훈 씨(30ㆍ가명)는 자신만의 업그레이드 방법으로 졸업 5개월 만에 대기업인 G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김씨는 기본적인 스펙 올리기부터 시작했다. 영어학원을 꾸준히 다니면서 매월 빠지지 않고 토익 시험을 치러 취업할 무렵에는 졸업 때보다 90점이나 높였다. 흔한 자격증 하나 없던 김씨는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획득했다. 한자, 상식공부에도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김씨는 자신을 물리치고 당당히 합격한 취업선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보를 얻었다.

그 다음은 수차례 면접을 보러 다녔다. 관심이 없던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가리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김씨의 업그레이드는 바로 '생각 바꾸기'였다.

눈을 낮춰 중소기업 면접까지 봐가며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그는 "눈을 낮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내실을 업그레이드하라"고 강조했다.

◆ 대학원 진학파

= 2004년 2월 국문과를 졸업한 강승희 씨(30ㆍ가명). 실업상태로 1년이 넘으면서 강씨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일반 회사에도 원서를 넣어지만 서류전형에서도 수 차례 떨어졌다. 결국 졸업한 지 2년이 지나 강씨는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도피성 진학이지만 강씨의 대학원생 활동은 두드러졌다. 국제대학원에 진학한 강씨는 우선 학부시절 전공과는 다른 무역, 통상 등 경영 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들어가며 취업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나갔다.

특히 강씨는 국제대학원 특성상 방학 때마다 마련되는 해외 연수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그는 "취업에 늦은 이상 남들과 다른 뭔가가 필요했다"면서 "차별화된 경험을 쌓기 위해 방학 때 1~2개월 미국ㆍ오스트리아에서 세미나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런 강씨 노력은 주효해 대학원 졸업을 1년이나 남겨두고 대기업 L사에 취업이 결정됐다.

강씨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비전을 분명히 세워 둔다면 대학원 진학이 취업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졸업연기파

= 구직자들에게 취업을 위해서라면 졸업을 늦추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다. K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박수영 씨(28ㆍ가명)도 첫 번째 취업도전에서 실패해 자발적으로 졸업을 연기한 사례다.

경영학 수업을 꾸준히 들었던 박씨는 1과목만 더 수강하면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졸업 연기를 택했다. 또 학점을 높이기 위해 5학년 1학기 들어 필수과목 1과목 외에도 학점이 낮았던 2과목을 추가로 신청했다. 졸업할 때 박씨 학점은 0.1점이 올라 있었다.

박씨는 "서류에서만 수차례 떨어지자 자신감이 사라졌다"면서 "그래서 경영학 부전공 기회를 살렸고 남는 시간을 취업준비에만 쏟아 부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5학년 1학기로 졸업한 뒤 20여 곳에 원서를 냈고, 삼성계열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졸업을 연기함으로써 얻는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특히 가을 졸업생들은 채용 규모가 큰 하반기 취업까지 두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 공사진출파

= 2006년 말 한국동서발전에 입사한 서한현 씨(37). 그는 수년 동안 고시공부에 매달려온 이른바 '고시낭인'이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인 서씨가 행정고시 공부를 접은 때는 만 35세.

서씨는 "나이 때문에 기업체 입사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면서 "연령 제한이 없는 공사 쪽으로 눈을 돌렸다"고 밝혔다.

나이가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고시공부를 통해 익힌 지식이 업무에 유용해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씨는 마침내 한국동서발전 정기 공채에 합격했다.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자 68명 중 최고령자였다.

그는 지난해 초까지 5주 동안 교육을 받고 사업소에 배치됐다. 늦었지만 사회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동서발전은 2006년 전체 신입 합격자 128명 중 만 30세가 넘은 사람이 17명에 달했다.

인사교육팀 관계자는 "나이 든 합격자들은 어린 동기들을 어른스럽게 다루고 이끌어간다"면서 "늦게 입사한 이들은 만회를 위해 좀 더 열심히 일하려는 자세도 엿보인다"고 밝혔다.

◆ 틈새공략파

=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충무로 지점장 김태옥 씨(34)는 5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세종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다니며 진로를 고민했던 김 지점장은 신생 외식업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의 문을 두드렸다. 어차피 가중되는 취업난에 대기업 입사가 어려운 마당에 평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자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묵묵히 자신의 길만을 달려온 김씨는 입사 4년 만에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그가 받는 보수는 일반 대기업 과장 보다 많다.

김씨는 "남들이 가는 길을 고집하기 보다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직업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틈새를 찾으면 대기업보다 안정적이고 보수 높은 직업이 많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만 보는 것은 적성과 맞지 않았다"면서 "사회의 평가잣대를 의식하지 말고 평소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면 현명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호 기자 / 이명진 기자 / 안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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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07:24:2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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