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의 즐거움(Happy Monday)'이라는 책에서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일은 우리가 세상에 내미는 명함과 같다고 했다. 누구와 어떻게 일하는지는 곧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은 단순한 생계수단을 넘어 사회 속에서 자리 잡는 방식이자 만족과 성숙을 이루는 토대다.
이제 사람들에게 일은 평생을 걸친 자기 발견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대에 일하고 싶어하고 또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해가며 자의 반 타의 반 일터에서 밀려나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사오십대에 직장을 그만두는 많은 사람들이 '은퇴'와 '퇴직'을 동일시해 버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퇴(retirement)란 생산활동을 중지하고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삶의 형태를 말한다.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 '퇴직'과는 분명히 다르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은퇴 요건은 작은 일이라도 지속하거나 사회봉사 등을 통해 기여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국민의 인생 2막은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된다. 퇴직과 은퇴 그리고 노후생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실천하는지에 따라 사회의 모습은 현저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장수 솔개 이야기가 생각난다. 솔개는 평균수명인 40세가 되면 발톱이 무뎌지고, 부리가 길어지고, 깃털이 두껍게 자라 먹이사냥이 힘겨워진다고 한다. 이때 죽음을 감지한 일부 솔개는 스스로 부리를 바위에 찧고 발톱과 깃털을 자진해서 뽑아버리는 고통스러운 갱생수행을 시도하는데 부리와 발톱, 깃털을 모두 새것으로 갖춘, 거듭난 솔개는 30년을 더 산다고 한다.
퇴직은 은퇴가 아니며, 은퇴 역시 마무리가 아니다. 지금껏 해 온 일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보고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은퇴의 영문인 'retire'를 're+tire'로 생각하자. 중고차에 새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것, 솔개가 거듭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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