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드라이버들은 대개 소음과 진동에 민감하다.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소리 없이 강하다’는 자동차 광고문구가 히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취향을 알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소음을 소음으로 다스리는 기술, 소리를 모아들이는 신소재,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인 디자인 같은 것이 예다.
◇소음으로 소음 잡는다=지난달 혼다코리아가 출시한 신형 어코드 3.5L 모델은 6기통 가변실린더를 장착했다. 복잡한 시내나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을 할 경우에는 3∼4개의 실린더를 사용하고, 가속을 하거나 오르막길을 달릴 때는 6개 실린더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이다. 혼다코리아 정우영 사장은 “고출력과 고연비를 동시에 달성한 친환경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변실린더의 단점은 실린더가 작동을 시작하거나 멈추는 순간 소음과 진동이 크다는 것이다. 혼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소음과 진동을 이용했다.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면 스피커를 통해 소음의 파장과 정반대의 소리를 내보내는 소음상쇄시스템(ANC)을 적용했다. 오디오시스템이 켜져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작동한다. 주파수가 낮은 영역이어서 실제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사람이 듣기는 어렵다.
진동을 없애는 방식도 비슷하다. 엔진의 회전수가 변화하는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진동이 발생하면 엔진 앞과 뒤 마운트에 달린 액추에이터(구동체)가 작동해 차체로 전달되는 진동을 차단한다.
◇속속 등장하는 신소재=지난해 9월 출시된 대형 세단 재규어 XJ2.7디젤은 가솔린 모델 못지않은 승차감을 뽐낸다. 엔진실 밑바닥이 소리를 흡수하는 방음재로 처리돼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제거된다. 여기에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했고, 엔진실과 보닛 사이를 진공상태로 만들었다. 또 이중으로 된 소음차단벽으로 엔진을 둘러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10dB(데시벨) 낮췄다. 자동차 엔진 소리는 대개 75dB 수준이다. 영국 자동차보증위원회가 XJ2.7디젤의 실내 소음을 측정한 결과 유럽연합(EU)의 디젤 차량 소음 기준보다 7dB 정도 낮게 나왔다. 진동을 없애는 방식도 유별나다. 핸들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없애기 위해 충격흡수식 에어백을 장착했고,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수압과 자력을 이용한 엔진충격 흡수대로 90% 이상 흡수했다.
포드의 뉴토러스에도 소음흡수 신소재가 적용됐다. 독일 아헨연구소가 개발한 소재로 ‘소노소브’라 불린다. 이 소재는 같은 두께의 소재와 비교해 소음흡수가 20% 이상 뛰어나다. 바람 소리를 줄이기 위해 도어와 헤드라이너 등에 장착됐다. GM의 신형 캐딜락인 올뉴CTS는 ‘콰이어트 스틸(조용한 쇠)’로 불리는 특수소재를 사용했다. 이를 사용한 결과 소음 수준이 3dB 정도 낮아졌다. GM코리아 관계자는 “올뉴CTS에는 덜그럭거리는 소음을 없앤 와이퍼, 어쿠스틱 재료를 사용해 소음발생을 최소화한 트렁크도 채택됐다”며 “세심한 부분까지 소음을 없애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소음·진동 제거 기술이 사용됐다. 루프와 도어·언더보디 등에 진동과 소음을 흡수하는 소재가 깔렸다. 사람 귀에 민감한 고주파 바람 소리를 줄이기 위해 모든 유리는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사용됐다. 공기저항 계수는 벤츠 E350이나 렉서스 ES350의 0.28보다 적은 0.27을 기록, 시속 200㎞로 주행해도 운전석과 뒷자리 간의 대화가 가능하다.
심재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