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기업간 전략적 제휴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돼 온 삼성전자와 소니의 액정패널(LCD) 합작사업이 소니의 전략 수정으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2004년 4월 삼성과 LCD 합작사(S-LCD)를 설립하고 이른바 '수직적 통합'을 통해 TV용 패널을 확보해온 소니가 자국 내 기업인 샤프로부터도 패널을 공급받으려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니는 S-LCD와 샤프로부터 동시에 패널을 조달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려 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니는 합작사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절감하고, 기술혁신이 빠른 LCD를 시장 수요 변화에 부응해 기동성 있게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전략을 취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분간은 양면전략이겠지만 소니가 최근 S-LCD 8세대 라인 2단계 투자에서 발을 뺀 점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는 삼성과 결별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패널 설계 및 제조 부문의 최강자인 삼성과 TV세트의 전통적인 강자인 소니는 합작사 설립을 통해 LCD 규격의 표준을 선도하고, 이를 통해 세계 LCD산업의 선두를 지켜왔다. 삼성은 TV용 LCD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고, 소니는 LCD를 제때 공급받을 수 있는 등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 양사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장치산업에서 투자위험을 분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니가 결별을 공식 선언한다면 삼성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삼성이 LCD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상실하게 됨은 물론 합작을 통해 얻었던 시너지효과도 잃을 수 있다. 특히 특검으로 적극적 투자를 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삼성에 소니의 결별은 설상가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이 곤경에 처한다면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간 치열한 경쟁에서 지켜온 한국의 LCD강국 위상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공급과잉과 중복투자의 염려가 상존하는 LCD산업에서 업체간 가격경쟁이 심화됨으로써 채산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전자산업에서 일본의 한국 기업 타도 공세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 업계와 정부는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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