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매일경제] 삼성, 창업 70주년

FERRIMAN 2008. 3. 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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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70주년 잔치는 못하지만 …'뉴 삼성' 세계가 주목

매출 152조원 GDP 20%…시가총액 157조원

◆삼성, 시련과 도전…22일 창업 70주년◆

삼성이 오는 22일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1938년 대구에서 청과물 무역상인 '삼성상회'로 첫발을 내디딘 삼성은 세계 기업사에서 유례가 없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람도 살기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고희(古稀)'를 맞았지만 삼성은 특검을 의식해 기념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지난 세월 한국 경제 성장 견인차 구실을 해온 삼성이 특검이라는 암초를 극복하고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나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802년에 창립한 듀폰은 세계 '장수 기업'의 대명사다. 흑색 화약에서 시작해 석유화학 나일론 제품에 이어 이제 바이오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찰스 할리데이 회장은 듀폰의 장수 비결에 대해 "듀폰의 DNA에는 혁신적인 변화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도전적이고 살아 있는 조직이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며 장수해 왔다는 의미다.

'삼성 100년' 신화는 가능할 것인가. 70주년을 맞은 삼성이 앞으로 한 세대를 넘어 듀폰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생존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삼성보다 역사가 오래된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쉽지 않다'는 대답을 얻게 된다. 1970년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13년 만에 문을 닫거나 인수ㆍ합병(M&A)으로 사라졌다.

30% 넘는 대기업이 '화무십일홍'처럼 없어진 셈이다.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100년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1900년에 증시에 상장한 회사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GE뿐이다.

'성장'보다 '장수'가 어려운 것은 세대를 넘기면서 겪는 위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最古) 100대 기업'을 연구한 윌리엄 오하라에 따르면 1세대를 30년이라 봤을 때 기업들은 대개 1세대가 끝날 때쯤 위기를 겪는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2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거기서 다시 12%만이 3세대에 살아남는다.

삼성 70주년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에 이어 이건희 회장을 거치며 두 세대는 엄청난 성공을 거둬 왔지만 다음 세대로 가기 위한 진통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100년 넘게 생존해 온 기업들로부터 오하라는 11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력 △직원들의 일체감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관용 △수평적 의사결정 △보수적 재무관리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놓고 볼 때 삼성은 100년 장수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체질 개선' 요구에도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를 가장 먼저,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해 낸 환경 적응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내 응집력, 국내 최저 수준의 부채비율 등은 글로벌 장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스스로를 잘 알고, 세상에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며, 미래를 다스릴 수 있도록 자본을 절약한다."

[반도체신화 쓰다] 이병철 선대 회장(왼쪽 셋째)이 1985년 5월 국내 최초로 256KD램을 양산한 기흥반도체 2라인 준공식에서 이건희 회장(오른쪽 셋째), 금진호 당시 상공부 장관(오른쪽 다섯째) 등과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 제공>
MIT 경영대학원 아리에 디 제우스 교수의 '장수 기업의 조건'은 삼성에 대한 묘사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과거 회장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현재의 전략기획실로 이어지는 중앙집중적 의사결정 구조는 100년 기업으로 영속하기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에서 창의적이고 재기 발랄한 문화로 바꿔 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자업계의 한 CEO는 "현재의 사업구조로 '삼성전자 신화'는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삼성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 "이라고 말했다.

아이팟 신화를 만들어 낸 애플 같은 '상상력'이 삼성의 강력한 하드웨어 생산력과 결합된다면 삼성의 미래는 100년이 아니라 1000년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IT기업 가운데 랭킹 2위에 오를 정도로 훌쩍 커버린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 계열사들이 앞으로 또 어떤 신화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삼성의 선택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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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1 07:25:4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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