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중앙일보] 각국의 우주선 엔진 개발

FERRIMAN 2008. 4. 18. 09:30
기사 입력시간 : 2008-04-18 오전 1:36:06
우주선에 ‘태양광 돛’ 달고 명왕성 도전
각국 우주선 엔진 개발 어디까지 왔나
태양빛에서 받은 에너지로 1년에 30억㎞ 항해
이온 엔진, 수명 길지만 시속 100㎞ 가속에 4일
플라스마로 우주선을 움직이게 한다는 가상도. 왼쪽이 플라스마를 쏘는 우주정거장이며, 오른쪽이 우주선이다. [워싱턴대 제공]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우주에 머문 지 11일째다. 하루 뒤면 지구로 귀환한다. 우리나라가 이제야 세계에서 36번째로 우주인을 배출하고 있는 사이 우주 선진 각국은 태양계의 먼 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새로운 우주선 추진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상용화하기 시작한 이온엔진, 한창 개발 중인 플라스마 엔진, 태양 돛 엔진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개발하고 있는 플라스마 엔진은 화성 왕복에 걸리는 2년6개월을 단 3개월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유인 화성 탐사도 더욱 빨리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3개월에 화성 왕복=지금까지 화성 탐사에 사용해 온 로켓과 우주선 엔진으로는 화성 왕복에 2년6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는 유인 탐사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왕복 기간 동안 우주인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귀환 연료 등을 실으면 우주선은 스스로 주체하기 어려운 ‘뚱보’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워싱턴대학의 로버트 윙글리 박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맥빔(Mag-beam) 추진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윙글리 박사의 구상은 우주선이 엔진을 달지 않고도 국제우주정거장 같은 곳에서 쏘는 플라스마 빔을 받아 목적지까지 항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의 힘을 이용하는 무동력 우주선의 개념이다. 이를 위해 플라스마 빔을 만드는 국제우주정거장이 출발지와 목적지 양쪽에 있어야 한다. 목적지에서는 고속으로 날아오는 우주선을 정지시키기 위한 플라스마 빔을 쏜다.

플라스마 빔을 쏘는 노즐의 지름이 32m이면 우주선을 초속 11.7㎞, 하루 100만㎞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이 속도라면 화성행 편도에 76일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더 고속으로 만들면 석 달이면 왕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태양빛 받는 돛=핀란드 쿠프라우주센터 연구팀은 태양빛을 받아 추진력을 얻는 특수한 태양광 돛을 개발하고 있다. 양성(+)을 띠는 약 50㎞ 길이의 특수 실 100가닥을 회전시키고, 그 실들이 태양풍의 양자와 부딪쳐 추진력을 얻게 한다는 구상이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항상 뿜어져 나오는 고속 플라스마의 흐름을 말한다.

먼저 금속과 수지 등으로 만든 특수한 실이 전기적 성질을 띠도록 전자총을 쏜다. 전자총은 우주선의 태양전지에서 만든 전기로 구동된다.

특수 실의 굵기는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더 가늘게 만들어야 한다. 연구팀 책임자인 핀란드 기상연구소 페카 잰후넨 박사는 “이런 실과 실을 감고 푸는 기계의 개발이 큰 난관”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 엔진을 장착한 200㎏의 우주선은 연간 30억㎞를 달릴 수 있다. 명왕성까지 5년 정도면 갈 수 있는 셈이다. 태양광 돛은 우주선에 거대한 연료통을 달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태양광 돛은 NASA도 개발 중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가 제작한 첫 태양광 돛 우주선 ‘코스모스1호’는 2005년 6월 발사됐으나 실패했었다. 코스모스1호의 태양풍 돛은 8개의 알루미늄으로 지지대에 지름이 30m였다.

◇장거리 우주 탐사에 큰 역할=최근 새로 등장한 우주선 엔진이 이온 엔진이다. 아주 작은 엔진으로 10년 가까이 우주 탐사를 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드는 등 이온 엔진은 우주선 엔진의 강자로 부상했다. 소행성 세레스와 베스타를 탐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발사된 미국의 ‘여명(Dawn)’, 유럽연합의 달 탐사선인 스마트-1에도 이미 이온 엔진을 장착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명에 장착한 이온 엔진은 세 개로 각각 30㎝에 불과하다. 하나의 엔진이 최대 출력을 낸다 해도 노트의 종이 한 장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을 낼 뿐이다. 출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도 4일이 걸릴 정도다. 그러나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의 힘을 합하면 기존 우주 탐사선 발사 때 로켓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 로켓이 단 몇 분 만에 연료를 다 소모하는 반면 이온 엔진은 수년 동안 가동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