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우주 항공

[사이언스타임즈]한국 우주인 배출이 던져준 가치와 평가

FERRIMAN 2008. 5. 2. 11:56

한국 우주인 배출이 던져준 3대 논쟁 ‘우주인 정의’, ‘교체’, ‘가치와 성과’ 2008년 04월 29일(화)

▲ 장영근 교수 
과학문화 시론 지난 8일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가 러시아 소유즈 유인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약 10일간 체류하며 임무를 수행한 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다. 이번 우주인의 탄생은 한국도 유인우주탐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주개척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청소년들에게는 과학기술과 우주에 대한 꿈과 이상을 심어주는 역할도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주개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미국, 러시아,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국가 위상제고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하는 남의 일쯤으로 치부한다. 이번 한국 우주인의 배출은 아득한 곳에 있는 우주를 대중 속으로 끌어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우주인의 탄생은 많은 논란도 불러왔다.

아직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주요 이슈를 살펴보자. 첫 번째는 러시아의 소유즈 유인우주선을 타고 갔던 이소연씨가 우주인이냐, 단순 우주관광객이냐 하는 우주인의 지위에 관한 논쟁이다. 두 번째는 불과 발사 한 달을 남겨두고 우주인의 교체가 있었는데 아직도 교체의 진실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한 우주과학실험이 260억원을 투자할 정도의 가치와 성과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우주산업이 진짜 미래성장동력이 되고 인류의 미래가 될 것인가와 관련한 논란이다.

이소연 씨가 우주관광객이라는 논란은 미국의 ‘스페이스 어드벤처(Space Adventure)’사가 러시아 우주청과 200억원(2000만 달러)의 비용을 내면 소유즈 유인우주선에 승선해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상업적으로 운영한다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데니스 티토가 우주여행을 한 후 현재까지 5명의 거부들이 개인비용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을 다녀왔다. 우리가 러시아 정부에 지불했던 200억원도 유사한 가격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의심의 눈길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하다.

유인우주선에 탑승하여 우주비행을 하는 비행사는 우주선 조종사, 비행 엔지니어, 임무 전문가, 단순 우주비행 참여자(SFP; Space Flight Participant) 등으로 나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우리나라 이소연 씨의 지위를 단순 우주비행 참여자로 분류하여 논란이 가속화되었다. 미국은 그들의 관점에서 판단했을 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을 수행했다면 별 논쟁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사업 임무를 가지고 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최근 중국이 선조우 유인우주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올해 베이징 올림픽 직후에는 선조우 7호를 발사해 우주인의 우주유영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37개국에서 우주인이 탄생했지만 대부분 미국과 러시아의 유인우주선을 이용했다. 일본은 상당한 우주 예산을 미국과의 협력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기보’라는 실험모듈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조립하기 위해 일본 우주인들이 우주왕복선에 계속 승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도 자국의 우주임무 수행을 위해 종종 러시아의 소유즈 유인우주선을 이용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러시아에 유사한 비용을 제공한다. 유인우주선 탑승에 공짜는 없다. 이제는 이소연 씨가 우주인인가, 우주관광객인가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자.

정부는 발사 한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우주인 교체를 발표했다. 탑승 우주인이었던 고산 씨를 보안규정 위반으로 이소연 씨로 교체했다. 일부에서는 교체에 대한 이유에 의혹이 있다고 한다. 정부가 유인우주기술 관련 정보 확보를 종용해서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의심도 한다. 물론 주관기관인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우주인 양성사업의 타당성을 강조하면서 유인우주기술의 확보를 지나치게 강조한 측면도 있었다.

실제로 고산 씨와 이소연 씨가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설계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 자동차운전학원에서 운전 교습을 받는다고 해서 자동차 엔진과 설계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인훈련센터에서 소유즈 발사체와 유인우주선의 구성과 기본적인 작동원리는 배우지만 유인우주선 설계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생명유지장치와 관련 안전기술, 우주선과 발사체의 접속기술은 배웠을 것이다.

과연 우주선 관련 교재를 복사하고 빌려 보았다는 것이 1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은 탑승 우주인을 단숨에 교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가. 기술이 민감해서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규정상 지켜야 될 사항을 그것도 2회 이상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우주선 관련 교재를 호기심 외에는 굳이 볼 필요가 없었다. 결국 이공계 전공자인 고산 씨가 나름대로 한국에서는 없는 새로운 기술수집에 대해 욕심을 부렸고, 규정 위반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소유즈 탑승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해서 약 10일간 머물기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 승무원 복무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도 이에 준하는 훈련규정이 있다. 그리고 한국이 러시아와 계약 시에도 자료를 보호하고 훈련실 이외에는 이동하지 않으며 모든 비밀은 누설하지 않도록 한다는 부속서 조항도 있다.

▲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한 이소연 씨  ⓒSBS
이번에 이소연 씨가 수행했던 우주과학실험은 13가지의 기초과학실험과 5가지의 교육실험이었다. 9박 10일간의 제한된 시간과 일회성 실험으로 실질적 과학성과를 얻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실제 지상에서 무중력 상태를 모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낙하타워’나 ‘포물선 비행’을 통해 불과 수초에서 25초 정도의 무중력 상태를 얻는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0일간의 무중력장은 엄청난 시간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 연구로 연계되어야 우수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한 번의 초파리 실험으로 노화유전자를 찾고 유전자 변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과에 대한 지나친 홍보도 경계해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우주개척의 역사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서 발전해 왔다. 향후 50년 동안의 우주미래는 달과 화성탐사를 포함하는 우주탐사 및 우주식민지 개척, 우주여행, 우주공장의 운영, 그리고 우주에너지 자원의 탐사 등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주개발과 탐사를 통해 경제적 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우주여행은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00년 전 만해도 항공여행이 오늘날과 같이 대중화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약 2-3억원이 드는 고도 100km의 준 우주궤도에 오르는 우주여행도 예약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1억원 대의 60km 준 우주궤도 여행 티켓도 나와 있다. 미국, 일본 및 유럽의 회사들은 우주정거장처럼 지구 주변을 도는 우주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다. 객실, 레스토랑, 스포츠 스타디움 등을 갖춘 분당 3회전하는 원심력으로 인공중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인공중력은 여행객들이 둥둥 떠다니지 않고 지구 위처럼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지구자원의 고갈은 우주자원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다. 방사능 부산물이 거의 없고 효율적인 핵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헬륨3’라는 원소는 지구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나 달에는 엄청난 양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주에너지의 보고인 우주 태양광 발전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도 3만 6000km 궤도에 초대형위성을 띄우거나 달 기지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생산되는 전기에너지를 지구로 송전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생성된 전력을 저밀도의 마이크로파 빔으로 변환(변환효율 80-90%)하여 지구로 송전할 계획이다. 레이저 전송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빔은 지상의 초대형 수신안테나에 의해 수신돼 다시 전기에너지로 환원된다. 아직은 송전 상의 위해성, 과대 비용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2040년경에는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주에는 중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압력도 거의 없는 진공상태다. 공기가 없기 때문에 대류현상도 없다. 이런 우주환경에서는 물질에 전기를 걸어 불순물이 전혀 없는 높은 농도의 순수물질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제조가 불가능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우주는 우주에너지, 자원, 신약개발 등 ‘뉴테크’의 보고가 될 것이다. 미래에 가장 각광을 받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 ykchang@kau.ac.kr

저작권자 2008.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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