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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160년 지멘스 대체에너지회사로 다 바꿨다

FERRIMAN 2008. 5. 3. 11:00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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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년 지멘스 대체에너지회사로 다 바꿨다

미국ㆍ유럽 등에 풍력발전소 엔지니어만 3700명
친환경 R&D에 年 3조이상 투자…특허만 3만개

뮌헨은 독일이 낳은 세계적 기업인 지멘스와 BMW의 도시다. 뮌헨 공항에서 도심으로 20여 분 이동하자 우측에 스타디움 전체가 조명 처리된 '알리안츠 아레나'가 한눈에 들어온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개막전이 열렸던 그곳이다. 뮌헨의 새 랜드마크인 '알리안츠 아레나'에는 친환경 에너지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지멘스의 첨단 테크놀로지가 집약돼 있다. 30분마다 흰색, 파란색, 붉은색 등으로 스타디움 전체 색깔이 바뀌는데 여기엔 지멘스 자회사인 오스람이 만든 에너지 절약형 전구 2만5400개가 들어갔다. 중앙통제실에서 일하는 지멘스 직원 디터 클라우스 씨는 "외부 온도와 입장객 수에 따라 난방 온도나 습도, 기압까지 중앙통제실에서 조절한다"며 "난방에 가스를 사용하고 자동 온도조절시스템을 도입해 전력소비량을 크게 줄인 친환경 축구 경기장"이라고 소개했다.

160년 역사를 지닌 '노(老)기업' 지멘스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목표는 친환경산업과 관련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지멘스가 지난해 영국 리버풀 버보(Burbo) 해안에 설치한 풍력발전 시설 전경. 운용사인 시스케이프 에너지는 풍력 터빈 25개를 통해 8만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뮌헨에 위치한 지멘스 펠락 R&D센터에는 석ㆍ박사급 연구원 6000여 명이 '이산화탄소(CO₂)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울리히 바스트 박사는 가솔린 엔진용 분사 시스템인 '피에조(Piezo) 인젝션'을 보여주며 "이 제품을 차량에 적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바바리안에 건설 중인 복합 화력발전소에 투입할 신형 가스터빈도 지멘스 기술력의 집약체다.

이 가스터빈이 적용되면 발전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이 연간 4만t이나 감소한다는 얘기다. 연간 2만㎞를 주행하는 승용차 1만2000대가 1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바스트 박사는 "400도 이상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세라믹 코팅 기술이 고효율 가스터빈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며 "지멘스는 무려 15년간 가스터빈에 코팅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가 친환경 사업에서 앞서가는 비결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에 있다.

지난해 지멘스가 순수하게 R&D에 투자한 금액은 34억유로(5조4000억원), R&D 인력은 전 세계에 걸쳐 3만2500여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R&D 투자 상위 10대 기업의 2006년 R&D 투자 규모는 10조원 수준이다. 지멘스 한 곳이 국내 10개 기업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지멘스는 특히 연간 20억유로(3조12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친환경 기술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친환경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특허만 이미 3만여 개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지멘스는 특허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6만여 개 특허 가운데 절반은 친환경 관련 기술이다. 한 해에만 5000여 건의 특허가 새로 출원된다고 한다.

상당수 기술은 이미 제품으로 구현됐다. 고효율 발전소, 친환경 가스 터빈, 풍력발전 시스템, LED전구 등은 지멘스가 선보인 대표적 친환경 제품이다.

지멘스는 최근 '핏포(Fit4) 2010'으로 불리는 미래 전략을 세우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핵심 사업영역을 △에너지ㆍ환경 기술 △자동화 시스템 △산업 인프라스트럭처 △헬스케어 등 네 가지로 압축했다.

가전은 보시, 컴퓨터는 후지쓰, 통신장비는 노키아 등과 합작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핵심 비즈니스에서 비켜났다. 자동차 부품 사업은 아예 매각했다.

대체에너지 분야도 지멘스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금맥'이다. 지멘스는 1991년 덴마크에 세계 최초로 해안 풍력발전소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이미 전 세계에 6300여 개 풍력 터빈을 가동해 전력 550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 영국 글래스고 등에도 풍력발전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풍력발전 엔지니어를 3700여 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지멘스는 또 세계 최초로 스코틀랜드에서 200가구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조력발전 시스템을 시험 가동 중이다.

독일에선 지열을 저장해 전력을 가동하거나 바위 틈에 흐르는 더운 물을 증발시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생체 에너지와 태양광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멘스가 개발한 10가지 선도적 기술만 적용해도 2050년까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40%에 해당하는 연간 100억t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멘스는 R&D 성과와 비즈니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톱다운'과 '보텀업'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3만여 명에 이르는 연구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기술개발을 하고, 지멘스 기술총괄은 R&D 성과를 적용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양방향 시스템이다. 심지어 에너지 관련 리서치 업무에만 30여 명이 전담 배치돼 짧게는 20일 단위로 지멘스가 발전소를 건설한 지역에 대해 에너지 수요, 공급, 가격 등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지멘스는 어떤 기업?

지멘스는 1847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16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지멘스는 매출 724억4800만유로(약 113조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진출해 직원만 47만1000여 명을 둔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160여 년 전 지멘스는 전신기를 제작해 부설하는 업체로 출발했다. 회사명은 창업주인 베르너 폰 지멘스 이름에서 따왔다.

지멘스 역사는 곧 연구개발 역사다. 1879년 최초로 전철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인공 심장박동기, 실시간 진단 초음파 기계, 컬러 액정 휴대폰 등이 모두 지멘스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멘스는 보청기부터 승강기, 철도차량, 빌딩 자동화, 송ㆍ배전 설비, 플랜트 건설 등 수많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강력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 비즈니스를 에너지와 산업 자동화, 헬스케어 중심으로 개편했다.

[뮌헨 =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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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사업 돈 많이 들지만 10년후 어마어마한 수익낼것"

2008.05.02 07:19:5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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