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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명문 MBA 인터뷰 방법

FERRIMAN 2008. 5. 3. 11:07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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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美명문 MBA 인터뷰 통과하려면

리더십ㆍ팀워크ㆍ향후목표…진솔한 본인 이야기로 대답

지난 3월 1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MBA에 지원한 이석진 씨(33ㆍ금융계 근무)는 인터뷰 시작부터 진땀을 뺐다. 학교 입학사정위원회(애드컴ㆍAdmissions committee) 담당자가 대뜸 책상 위 카드 세 장 중 한 장을 뽑은 뒤 뒷면에 적힌 질문을 설명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왜 한국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는가.' 당황한 이씨가 10여 분에 걸쳐 어렵사리 대답을 마치자 애드컴은 이력서 내용에 대해 꼬치꼬치 질문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이씨는 " '숭례문 전소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의견을 말해 보라'와 같이 상당히 구체적인 질문 카드를 뽑아 인터뷰를 망쳤다는 지원자도 수두룩하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MBA 최종 관문인 인터뷰는 당락의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40분에서 1시간가량 영어로 진행되는 데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뷰 방식부터 내용이 한층 까다로워지는 추세여서 MBA 인터뷰는 한국 지원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대목이다. 미국 명문 MBA의 한국 동문들에게서 사실상 '합격'을 좌우하는 면접 단골 질문과 합격 비법을 들어봤다.

■ 인터뷰 주요 평가기준

동문 등 인터뷰 진행자들이 학교 측에 보고하는 평가 항목은 상당히 정형화돼 있다. 핵심 평가 영역은 △목표 의식(졸업 후 경력 경로의 구체성, 학교에 대한 열정 등) △리더십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기술(영어, 논리력 등) 등이다.

지난 8년 동안 100여 명의 와튼스쿨 지원자를 인터뷰했던 A씨는 "각 항목은 1~5점 또는 1~4점 등 계량적 배점이 있는 동시에 인터뷰 후 개인 느낌을 서술형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MBA(CBS)도 평가 항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평가 결과는 모두 점수와 주관식으로 보고해야 한다. 다만 컬럼비아는 'Red Flag(주의)' 항목이 별도로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동문 시각으로 봤을 때 지원자 단점과 향후 후배 동문으로서의 자격 여부에 대한 질문이다.

켈로그의 경우 '팀워크'를 중시하는 학풍답게 '대인관계 기술(인터퍼스널 스킬)'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이 항목 하부에 성숙도,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리스닝(듣기) 등 4가지 평가 요소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주요 7가지 평가 항목 중 세부 요소가 있는 항목은 '대인관계 기술'과 '영어(이해ㆍ대화)' 등 2개뿐이다.

올해 켈로그 인터뷰를 진행한 동문 C씨는 "켈로그는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을 잘 듣는 자세도 상당히 중시한다"며 "대인관계 평가에 듣기 배점이 별도로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스탠퍼드 MBA 출신인 D씨는 "동문들을 만나면 졸업 후 동문회 등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 좋은 지원자를 뽑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며 "다른 MBA에 비해 신입생 수(1년 6~7명 수준)가 많지 않다 보니 튀거나 독선적인 느낌을 주는 지원자는 거의 탈락한다"고 말했다.

동문들은 평가 가장 마지막 항목으로 최종 평가를 내려야 한다. 지원자를 강하게 추천할 수도, 보통으로 추천할 수도, 심지어 거부할 수도 있다. 동문 종합평가에서 거부된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켈로그의 또 다른 동문 E씨는 "동문들이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100% 합격시키지는 못해도 형편없는 지원자를 100% 탈락시킬 수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런 질문을 던진다

많은 학교들은 '질문 가이드라인'을 동문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에 평가 항목별 샘플 질문도 제시된다. 인터뷰 진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평가에 큰 오차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동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부분 그해의 각 학교 에세이 질문과 거의 유사한 내용들이다.

CBS 동문인 B씨는 "매해 샘플 질문이 7개 정도 오는데 지원자가 에세이에 쓴 내용을 동문 입장에서 철저히 검증하라는 의도인 것 같다"며 "이력서와 에세이를 함부로 꾸며낼 경우 설명하는 지원자 자신은 몰라도 동문들은 금방 알아챌 수 있다"고 충고했다.

와튼 출신인 A씨 역시 "지원자들이 의외로 'MBA에 왜 가려고 하는가' '왜 와튼인가' '왜 지금인가' 등 3가지 핵심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한다"며 "또 10명 중 7~8명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써준 대본(스크립트)을 그대로 읽는데 많은 동문이 이런 지원자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다"고 말했다.

꾸며낸 모범 답안보다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가 동문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는다는 의미다.

스탠퍼드 MBA 출신인 D씨는 "리더십 평가 항목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리더와 최상의 리더를 설명하라는 질문은 매년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단순한 상황 나열이 아닌 상반된 두 리더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도 설명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렇게 하면 탈락

인터뷰를 3년 이상 진행했던 동문들은 결국 최종 탈락한 지원자들을 보면 일정 유형이 있다고 했다. 즉 똑같은 질문을 던져도 합격생은 학교와 자신의 목표를 진정 사랑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반면 탈락자 대부분은 복장부터 답변까지 성의가 없다는 느낌이 확 든다는 설명이다.

켈로그 동문인 E씨는 "유창한 영어 실력 여부를 떠나 리더십, 팀워크, 향후 목표 등 정형화된 질문에는 대답이 막힘 없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와튼 출신 A씨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합격생은 학교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정말 고민과 조사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드는 지원자"라며 "반대로 나는 똑똑하니까 당연히 MBA에 가야 한다는 등 잘난 척하는 지원자는 어김없이 나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거짓말을 하는 지원자, 준비한 답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지원자, 모호한 대답을 하는 지원자 등도 동문들에겐 기피 대상이다.

답변 내용만큼 복장, 자세 등 외적 인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40여 분간 인터뷰에 임하는 지원자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문보다 미국에서 직접 온 '애드컴'의 경우 복장 등에 더욱 보수적인 편이다. 따라서 맞선 자리에 온 듯한 복장, 힙합 스타일 바지 등은 진정성에 의심을 던질 만한 복장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또 인터뷰하는 동안 한 번도 동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도 좋지 않은 태도다.

[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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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3 07:29:3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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