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사이언스타임즈] 상온초전도체는 발견될까?

FERRIMAN 2008. 5. 15. 09:24

고체물리학의 대박, 상온초전도체는 발견될까?(하) 에너지 걱정 없는 세상의 꿈 2008년 05월 15일(목)

21세기 과학난제 물리학계뿐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며 보통 사람들까지 고온 초전도체에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던 까닭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이전의 저온 초전도체와 달리 상업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었다.

절대온도 93도 정도이면 초전도체를 만들기 위해 비싼 액체헬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대신 풍부하고 값싸며 잘 알려진 액체질소를 쓰면 된다. 액체질소는 절대온도 77도, 즉 영하 196도에서 끓기 시작한다. 반면 액체헬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절대온도 약 4도에서 끓는다.

그러니 당시에 고온 초전도체는 금방이라도 세상을 바꿀 것처럼 비춰졌다. 당장에라도 초전도체를 활용한 기술들이 등장할 것처럼 느껴졌다. 고온 초전도체에 대한 기대는 곧바로 노벨상에서도 나타났다. 1987년 노벨 물리학상은 1986년 고온 초전도체를 처음으로 발견한 K. 알렉 뮬러와 J. 조르그 베드노르츠에게 수여되었다.

자기부상열차와 전선에 이용하기 시작

▲ 일본의 초전도 자기부상열차. 이 열차는 고온 초전도체 전선을 사용한다. 
하지만 고온 초전도체가 등장한지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우리는 고온 초전도체가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혀 느낄 수 없다. 기대와 달리 고온 초전도체는 별 볼일이 없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고온 초전도체가 생각보다 실용화하기 힘든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온 초전도체는 저온 초전도체와 달리 금속이 아니라 세라믹 물질로 만들어진다. 즉 도자기 같은 물질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고온 초전도체는 깨지기 쉽고 전선이나 필름처럼 유연성을 갖게 하기가 힘들다.

뿐만 아니라 고온 초전도체는 만들기가 매우 까다롭다. 고온 초전도체는 여러 종류의 원소들을 아주 얇은 층으로 쌓아올려야 한다. 절대온도 93도에서 고온 초전도체를 찾아낸 미국 휴스턴 대학의 폴 추 교수는 “원자수준에서 매우 정교하게 물질을 쌓아 올려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고온 초전도체는 조금씩 실용화되는 추세이다. 한 예로 미국의 한 초전도체 회사의 경우 고온 초전도체에 유연성을 주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세라믹 고온 초전도체를 매우 가늘게 만들어 이를 여러 개 묶어서 구리선처럼 구부러지는 고온 초전도체 전선을 만들어냈다. 이 전선은 일반 구리전선보다 150배 정도 전류를 더 많이 운반한다.
현재 이 전선이 구축된 곳이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라는 도시에는 고온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전선이 일부 설치되었다. 조만간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도 고온 초전도체 전선이 쓰일 전망이다.

한편 이 고온 초전도체 전선은 일본에서 실험중인 초전도 자기부상열차에서도 쓰였다. 2003년 12월 3일, 일본의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581킬로미터의 속도를 달성했다. 이것은 현재 세상에서 가장 빠른 기차의 속도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

올해 새로운 타입의 고온 초전도체 발견

고온 초전도체는 상업화 측면보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별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왜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 문제를 두고 그동안 여러 주장들이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 물리학자들 사이에 서로 완전히 동의할만한 이론은 등장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고체물리학자들에게 최대 난제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에 새로운 타입의 고온 초전도체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6년에 발견된 이래 고온 초전도체는 구리와 산소 화합물인 커프레이트라는 물질에서만 나타났다.

그런데 올해 중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전혀 다른 물질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올 2월 일본 도쿄과학기술원의 호소노 히데오 연구팀은 철과 비소 화합물로 절대온도 26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물론 이 온도는 고온 초전도 현상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 중국의 연구팀이 뒤를 이어 이 물질을 연구한 결과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 3월 25일, 중국 헤페이에 위치한 과학기술대학의 첸 연구팀은 이 새로운 타입의 물질이 절대온도 43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난다고 발표했다. 3일 후에는 또다른 중국인 과학자인 쫑-시안 자오 연구팀이 절대온도 52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관측했다. 4월 13일, 이 연구팀은 이전보다 더 올린 절대온도 5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았다.

새로운 타입의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까지 기존의 고온 초전도체보다 월등히 낮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 현재까지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높은 온도는 절대온도 138도다.

하지만 새로운 타입의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은 과학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온 초전도 현상의 이론을 세우려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타입의 고온 초전도체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 열쇠가 한 개인 것보다 두 개이면 훨씬 유리한 것처럼 말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고온 초전도체가 기존의 고온 초전도체와는 어떤 다른 특성을 보이는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수소가 상온 초전도체 1순위 후보

한편 올 3월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독일의 연구팀이 수소를 포함한 화합물을 이용해 최초로 초전도 현상을 실험적으로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 3월 14일자에 발표되었다.

수소화합물을 이용한 초전도 현상이 학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오래 전에 상온 초전도체의 후보물질로 수소가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상온 초전도체? 이것은 또 뭘까?

상온 초전도체는 고온 초전도체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우리가 생활하는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말한다. 기존의 이론을 깨고 등장한 고온 초전도체로 인해 상온 초전도체도 발견되지 말라는 이유는 없다고 과학자들은 생각한다. 고온 초전도 현상이 아직도 어떻게 해서 나타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욱 초전도 현상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가 그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온 초전도체가 등장하기 전에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펼쳐졌다. 금속 수소에서 말이다. 1968년 코넬대 물리학 교수인 닐 애시크로프 박사는 금속 수소가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이론을 펼쳤다.

주기율표에서 수소는 리튬과 나트륨 등 알칼리 금속과 같은 열의 가장 윗자리에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만은 알칼리 금속이 아니다. 그러나 수소에 어머 어마한 압력을 가하면 다른 알칼리 금속처럼 수소도 금속의 특성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 1930년대에 등장했다. 이런 수소를 금속 수소라고 부른다.

에너지 걱정 없는 미래

▲ 올 3월 수소화합물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해낸 독일의 존 체 박사. 수소는 상온 초전도체의 1순위 후보다. 
금속 수소가 상온 초전도 현상을 나타낼 것이라는 이론은 존재하지만 상온 초전도체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갈 길이 멀다. 실제로 금속 수소를 만들만큼 강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996년 미국 로렌스 리버무어 국립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우연히 어머 어마한 압력 상태에서 마이크로초라는 아주 짧은 순간에 금속 수소를 만들어본 적이 있는 게 고작이니까.

그래서 과학자들은 금속 수소 대신에 수소를 포함한 화합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독일 카스카첸완 대학의 존 체 박사 연구팀은 실란이라는 수소화합물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현상을 관측했다고 올 3월에 발표했다. 수소를 금속으로 만들려면 400 기기파스칼이라는 어마어마한 압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체 박사 연구팀은 실란을 약 100 기가파스칼로 압력을 가하자 절대온도 17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다.

이 연구팀은 앞으로 수소화합물이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지를 연구함으로써 액체질소나 액체헬륨과 같은 냉매 없이도 초전도체가 작동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가 등장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전기를 생산하느라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도 없다. 초전도 전선은 전기를 거의 소모하지 않고 계속 흘려줄 테니까 말이다. 거대한 의료장비인 MRI는 휴대용 컴퓨터처럼 작아져 어디에서나 널리 쓰일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열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따라서 훨씬 소형화될 수 있다.

21세기에는 상온 초전도체가 과연 발견될까? 이를 떠나 고온 초전도 현상은 이론적으로 규명이 될까? 초전도 현상이 최초로 실험적으로 발견된 후 40년 이상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이론이 등장했듯, 언젠가는 이 현상도 이론적으로 풀릴 것이다.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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