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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풍력, 지열 활용하는 시카고

FERRIMAN 2008. 6. 4. 09:23
기사 입력시간 : 2008-06-04 오전 1:52:46
[Save Earth Save Us] 지열로 냉난방비 70% ‘세이브’
미국 ‘친환경 에너지’ 현장 르포 ③·끝 풍력·지열 활용하는 시카고
소음 적은 풍력 발전기 옥상서 돌려 전기 얻어
시카고의 벤처기업 ‘에어로텍처’가 개발한 나선형 풍력발전기. [에어로텍처 제공]
미국 시카고의 클라이본가에 위치한 무주택 서민용 니어노스 아파트. 시 당국에서 운영하는 이 아파트 6층 옥상엔 이상한 은빛 기계들이 설치돼 있다. 길이 3m·지름 1.8m 크기의 기다란 원통 모양 철제 구조물 8개가 연결된 것인데, 내부에서는 나선형 터빈들이 바람을 타고 경쾌하게 돌고 있다. 기존의 거대한 풍차 모양과는 다른 신개념의 풍력 발전기 ‘520H’다.

이 수평형 풍력발전기는 시카고의 벤처기업 ‘에어로텍처 (Aerotecture)’가 개발했다. 이 회사의 빌 베커 사장은 지난달 29일 “기존의 풍차형 발전기는 높이가 수십m인 대형 구조물인 데다 대형 팬의 소음이 심해 도심에서 먼 사막 한복판에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520H는 크기도 작고 소음도 없어 건물 옥상 등에 쉽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 건물에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시카고 당국은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설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열 냉난방은 일정한 깊이의 지하에선 늘 일정한 온도가 유지된다는 점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즉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땅속에 2~4m가량의 파이프를 박은 뒤 이 안으로 물을 순환시켜 발생시킨 지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시 환경국 래리 머릿은 “여름·겨울 날씨가 혹독한 시카고에선 지열 냉난방 시스템으로 에너지 비용을 50~70%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열 냉난방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자 시카고 시당국은 이 시스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엔 지열 대신 물속 온도를 활용하는 새로운 냉난방 시스템을 오대호 부근 항만안전보호소 건물에 설치했다. 지하 대신 주변 연못 속에 파이프를 설치한 뒤 이 안으로 물을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고유가로 대체에너지가 각광받으면서 미국에서는 그간 외면받던 원전까지 부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말 이후 40년 동안 새 원전이 건설되지 않았다. 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에 이어 86년에는 체르노빌 참사가 발생하면서 원전이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시카고 근교 드레스덴 원전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낡은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원전 조종실 내의 계기판 등 모든 기계가 40년 전 그대로다. 심지어 전화조차 박물관에서나 볼 만한 골동품이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져 현재 14개 회사가 34개의 원전을 짓겠다고 밝힌 상태다.

드레스덴 원전 운용사인 엑셀론의 마릴린 크레이 부사장은 “체르노빌 참사를 목격한 세대가 사라지면서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준 데다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선 원자력도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카고=남정호 특파원


시카고 시청 옥상엔 폭염 막는 녹색 풀밭
표면 온도 수십 도 낮춰


초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미국 시카고 시청사 옥상은 특별하다. 회색 콘크리트여야 할 옥상 바닥이 온통 시원스러운 녹색 풀밭이다. 리처드 댈리 시장이 2001년 환경보호 차원에서 도입한 ‘그린 루프 (Green Roof·사진)’다. 시 관계자는 “15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고, 새집과 벌집 등도 있어 동물들의 서식처 역할도 한다”고 밝혔다.

그린 루프는 미관상으로만 좋은 게 아니다. 무엇보다 건물 옥상을 덮은 풀밭은 여름철 폭염을 막아준다. 한창 더울 때면 그린 루프가 설치된 시카고 시청 옥상의 표면 온도가 최고 섭씨 70도까지 올라가는 주변 건물보다 14~44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겨울에는 실내 난방열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비가 오면 옥상에 떨어지는 강수량의 최고 75%까지를 그린 루프가 머금어 물난리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이 밖에 탄소동화작용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며 공기 청정기능도 있다.

시카고 시 당국은 다기능 그린 루프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선 소방서·경찰서 등 공공건물 옥상부터 풀밭으로 바꿨다. 아울러 그린 루프 기금을 만들어 건물 옥상을 바꾸려는 개인들에게 금전적 지원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