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중앙일보]'꿈의 기억 소자' 테라비트 원천 기술 개발

FERRIMAN 2008. 6. 16. 10:15
기사 입력시간 : 2008-06-16 오전 3:01:11
손톱크기에 CD 1500장 기억 ‘테라비트’ 원천 기술 개발
표준연구원 이우 박사팀, 신형 F램 기술 성공
포스텍 김광수 교수팀, 수퍼자기저항 만들어
극도로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는 다공성 산화물을 거푸집으로 사용해 기판 위에 올려 놓는다. 이어 PZT 산화물을 집어넣어 기판에 달라붙도록 하고 맨 위에 전극으로 사용할 백금을 코팅한다. 이어 거푸집을 제거하면 기판 위에 정보를 저장하는 나노 크기의 소자가 배열된다.
‘꿈의 기억 소자’로 통하는 테라비트(1테라는 1조) 기억소자 개발을 앞당기는 획기적 첨단기술 두 가지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테라비트는 CD 1500장 분량의 정보를 엄지손톱 크기의 면적에 저장하는 수준이다. 이런 기억소자가 상용화되면 수퍼컴퓨터에 저장해야 할 엄청난 양의 정보를 노트북컴퓨터에 담을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이우 박사팀과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백성기 교수팀은 D램· S램· 플래시메모리의 특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F램을, 포스텍 화학과 김광수 교수팀은 자기저항 효율을 기존 소자보다 1만 배 이상 높인 수퍼자기저항 스핀밸브를 개발했다. 이들 두 연구 성과는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 16일자 온라인판에 동시 발표됐다.

◇신형 F램=이우 박사팀은 F램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의 F램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집적도를 높이기 어려워 답보 상태이던 F램의 기술 개발에 활로가 열리게 됐다. 연구팀은 납-지르코늄-티타늄 복합 산화물(PZT)로 F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에서 만든 기억용량은 300킬로비트(Kb)였다. 이 박사는 “테라비트의 기억소자로 만드는 건 시간문제”라며 “F램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PZT로 고집적 F램을 만드는 데는 극히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는 다공성 산화알루미늄을 썼다. 이를 거푸집 대용으로 한 것. 백금이 코팅된 기판 위에 이 거푸집을 올려 놓은 뒤 PZT를 집어넣었다. 이어 그 위에 전극으로 쓸 백금을 올려 놓은 뒤 거푸집을 제거했다. 이 박사는 “수백만 번 이상 읽고 쓰는 동작을 수행한 후 급격하게 정보가 손실되는 ‘전기적 피로’ 현상을 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저항 1만 배 향상=김광수 교수팀은 벌집 모양의 탄소 원자들의 평면 배열(그래핀)을 이용해 자기저항 효율을 1만 배 높인 수퍼자기저항을 만들어냈다.수퍼자기저항은 학계에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다. 자기저항 효율이 크면 기억 저장장치의 정보를 쉽게 읽어내 소형화·고집적화가 쉽다.

연구팀은 그래핀의 양쪽에 강한 자석의 성질을 띤 전극을 설치한 뒤 전류를 흘렸다. 이때 두 전극의 자석 방향을 서로 반대로 했을 때 수퍼자기저항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전자의 회전방향이 반대인 데다 자기장의 방향이 반대로 돼 있을 때 또 하나의 걸림돌이 생겨 전류의 흐름이 완전히 막힌 결과다.

김 교수는 “전자의 회전방향뿐 아니라 전자의 위치를 결정하는 파동함수까지 일치하도록 해야 전류가 잘 흐르지만 그러지 못하게 외부자기장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차세대 기억소자와 전자소자의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