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로스쿨·의학대학원의 그늘 |
[ 2008-07-25 ] |
“의사·변호사 돈 잘 번다는 말 그거 옛날 말이에요. 신용불량자 의사도 많고 변호사도 대형 로펌을 제외하고는 사무장 역할까지 직접 해야 겨우 사무실 운영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변호사 후배의 푸념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의사·변호사는 사람들에게 신망받을 뿐 아니라 높은 수입도 보장되는 선택된 직업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도 ‘아 옛날이여’가 됐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병원의 부도율이 일반 중소기업보다 5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병원 경영이 크게 악화돼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병원의 부도율은 종합병원이 3%, 병원급이 13%에 달한다. 병원의 부도는 의사 개인의 부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신용불량자가 돼 자살한 의사가 1년에 4∼5명에 이른다. 또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07 한국 직업 전망’에 따르면 의사의 월급은 평균 501만8000원을 기록, 전체 직업에서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의사 상위 25%의 월평균 소득은 666만7000원인 반면에 하위 25%는 3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월 소득 300만원이라면 웬만한 봉급쟁이보다 나을 게 없다. 보건복지가족부회에 등록된 의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9만7000여명이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너무 많다고 한다. 변호사 업계는 어떤가. 로펌이 대형화되면서 일반 개업변호사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큰돈이 될 만한 사건은 이들 로펌이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서울변회 소속 회원들의 2002년 1인당 연평균 수임사건은 38.2건이었다. 하지만 2004년에는 36건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31.5건까지 급락했다. 변호사 한 사람이 한 달에 3건을 채 수임하지 못했다는 계산이다. 서울변회는 건당 수임료를 평균 600만원으로 잡을 때 월 1800만원가량이며, 월 2000만원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무실 운영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변호사가 가지고 갈 수 있는 월급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의사·변호사의 인기는 여전하다. 다음달 24일 처음으로 시행되는 법학적성시험(LEET)에는 1만960명이 응시해 당초 기대보다는 못 미쳤지만 경쟁률이 5.48 대 1에 달했다. 또 의학(MEET) 및 치의학전문대학원(DEET)도 각각 6164명과 2426명이 지원, 3.75 대 1과 4.5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금 인터넷에는 관련 사이트가 수백개고, 입시학원에는 수강생들로 넘쳐난다. 이들 대학원은 등록금도 상상을 초월한다. 로스쿨 유치 대학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균관대의 1년 학비가 2000만원이다. 의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도 이화여대가 1922만원으로 보통의 부모들은 허리가 휠 정도다. 생활비까지 포함해 졸업까지 계산하면 1억원 가까이 필요하다. 그러니 돈 없으면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이 졸업할 때쯤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한 해 1000명까지 늘어난 사법고시 정원으로 변호사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로스쿨제가 시행되면 변호사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FTA가 타결되면 외국 대형 로펌의 국내 진출과 선진 경영기법을 갖춘 외국 병원들이 몰려 올 것은 뻔한 일다. 이제 변호사나 의사가 더 이상 미래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며 치열한 경쟁을 뚫지 못하면 문닫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로스쿨과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열풍이 행여 우리 사회 잘못된 ‘사’자 직업에 대한 맹신이 아니기를 바란다. 홍승모부장 smhong@et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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