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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올림픽 순위만큼 국가브랜드 높힐 수 없을까

FERRIMAN 2008. 9. 2. 10:38

기사 입력시간 : 2008-09-02 오전 2:03:03
[NIE] 올림픽 순위만큼 국가브랜드 높일 수 없을까
해외서 평가한‘코리아 브랜드’ 가치 세계 32위
저개발국 원조 늘리고 한식 등 문화파워 키워야
‘세계 13위 경제규모,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2위’. 경제와 스포츠에서 거둔 결실에 비해 ‘코리아(KOREA) 브랜드’ 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로 인한 국제경쟁력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브랜드의 의미, ‘코리아 브랜드’의 현주소,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과제 등을 짚어본다.


◆국가브랜드=국내외 소비자들이 특정 국가의 비전에 주목하게 하고, 국내 제품 서비스의 품질을 믿게 만드는 국가의 대표적인 ‘소프트 파워’를 가리킨다. 크게 정부, 문화, 관광, 기업, 국민성, 이민 등 6개 항목으로 평가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기업 경영에서 쓰던 ‘브랜드’란 개념이 도시를 거쳐 국가로 넓혀졌다”며 “도시브랜드가 높으면 관광산업이 발달하고 국가브랜드가 높으면 투자와 이민지로 인기를 끌게 된다”고 말했다.

브랜드는 무형의 가치다. 세계 100대 브랜드 무형자산은 9883억 달러에 이른다(인터브랜드 조사). 세계은행이 ‘저소득 국가’로 정의한 63개국 총국민소득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예전에는 국가브랜드가 높으면 기업 제품이 국제경쟁력을 가졌으나 지금은 기업 위상이 올라가면 해당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진다. 자일리톨 껌과 ‘얼음의 나라’ 핀란드가 세계적인 휴대전화 기업 노키아 덕분에 IT강국으로 부상한 것이 한 예다.

또 샤넬은 ‘메이드 인 프랑스(Made in France)’ 브랜드라는 점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 이화진 국가브랜드팀장은 “문화예술 선진국인 프랑스 국가이미지가 제품 브랜드를 뒷받침해 샤넬 No.5가 세계적인 명품 향수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OREA 브랜드 현주소=한국은 세계 13위라는 경제규모에 맞지 않게 국가브랜드 가치가 최하위권이다. 국가브랜드 평가기관인 안홀트-GMI에 따르면 한국 국가브랜드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32위다(2007년 4분기). 현대경제연구원이 2006년 국가브랜드 자산가치를 평가한 결과도 별로 좋지 않다. 한국은 5043억 달러로 일본(3조2259억 달러)과 미국(13조95억 달러)에 비해 각각 6분의 1, 26분의 1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삼성이 한국 기업임을 모르는 외국인이 의외로 많다”며 “한국이 글로벌 기업브랜드에 의한 후광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대장금’ ‘겨울연가’ 이후 후속 한류 히트상품이 없는 점도 아쉬워했다. 문화와 경제가 결합하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스모’처럼 관광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아이콘’은 많이 만들수록 좋다는 것이다.

◆세계의 사례=미국의 자유와 번영, 영국의 전통과 고급, 프랑스의 삶의 질과 우아함, 스위스의 정밀성과 믿음. 국가이미지 관리에 성공한 나라들이다. 국가브랜드를 키운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다. 전쟁으로 파탄난 국가를 50년 만에 ‘부자 나라’로 만들었다.

중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국가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화약, 종이, 나침반, 인쇄술 등 4대 발명품을 화려하게 형상화한 개막식을 통해 중화문화를 세계에 뽐낸 중국은 올림픽의 ‘최고 수혜자’라 할 만하다.

세계 각국은 현재 ‘국가브랜드 전쟁’이 한창이다. 덴마크는 국가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해외 TV 광고를 만들기 위해 펀드까지 만들었다. 미국은 ‘월스트리트 저널’ ‘포춘’에 주기적으로 국가 홍보 광고를 싣는다.

◆공적개발 원조액 높여야=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선 ▶국가마케팅 통합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를 줄이고 ▶한식·한옥·한복·한글 등 ‘한(韓) 스타일’ 사업을 한류 대표상품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무엇보다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해결해 주기 위한 공적개발 원조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연세대 이희진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인도적 차원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지원하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일관되게 펴는 것도 국가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에서 공적개발 원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현재 0.07%로 OECD 28개국 중 27위다. 이 교수는 “OECD 선진국클럽(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려는 단기 목표뿐 아니라 세계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공적개발 원조액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길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