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매일경제] 교수생활 30년

FERRIMAN 2008. 9. 2. 10:24

 

  매경 인터넷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매경춘추] 교수생활 30년

신학기를 맞이하여 캠퍼스는 학생들이 방학에서 돌아와 무척 생기가 넘친다. 매학기 이런 모습을 보면서 3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항상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어느 강연회에서 자신이 교수생활을 경험한 바에 따르면 30대에는 자기도 모르는 것을 가르쳤고, 40대에는 자기가 아는 것만 가르쳤고, 50대에는 학생들이 알 수 있는 것만 가르쳤다고 하였다.

필자도 30대 교수시절에는 모르는 것이 많아 사전에 강의준비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 시절은 가르치는 것이 곧 배우는 것이란 진리를 깨달은 시절이다.

40대에는 내가 아는 것을 학생들에게 되도록 많이 전달해주고 싶은 의욕이 충만하여 열정적으로 강의를 한 시절이라 기억된다. 그러나 이 시절 강의는 너무 일방통행식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해본다.

50대에는 눈높이 강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눈이 뜨인 시절이다. 아무리 많은 강의를 하여도 학생들 소화능력을 초과하는 부분은 학습효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노교수는 교수생활 30년 중 처음 10년은 열정으로 제자들을 가르쳤고, 다음 10년은 기술로 가르쳤고, 마지막 10년은 사랑으로 가르쳤다고 회고하였다. 되돌아보면 필자도 지난 30년 동안 동생 같은 제자들을 가르치던 교수 초년 시절부터 아들 같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요즈음에 이르기까지 이런 마음가짐으로 가르쳐온 것 같다.

계속하여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동안 얻은 모든 지식을 총정리하여 학생들에게 훌륭한 지식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어쩐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의도된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더 좋을 것이다.

60대 교수 문턱에 선 요즈음 캠퍼스에서 학생들 모습을 볼 때 옛날보다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혹시 앞에서 소개한 노교수처럼 나 자신도 사랑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이미 변화한 것은 아닐까?

[홍원표 중앙대 대외협력본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8.09.01 17:55:10 입력

확대 축소 프린트 닫기
Copyright ⓒ 2007 매경인터넷(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