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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가장 비싸게 경매된 클래식 승용차

FERRIMAN 2008. 9. 20. 13:48

기사 입력시간 : 2008-09-20 오전 2:12:25
럭셔리 클래식 카, 경매시장 새 강자로 뜬다
금융 위기로 투자처 못 찾은 자금 몰려
메르세데스-벤츠 540K 스페셜 로드스터, 1937년식, 530만 유로(약 82억원). [RM옥션스]
 국제적인 금융 위기 속에 럭셔리한 클래식 승용차가 경매 시장에서 100억원 넘게 거래되며 최고의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정 생산된 희귀 자동차와 유명인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클래식 승용차 경매가 활성화하면서 미술품 못지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경매업체 본햄의 루퍼트 배너 부사장은 “금융 위기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돌던 자금이 새롭게 클래식 승용차 경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5월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RM옥션스와 소더비가 공동 주최한 경매에선 영국의 유명 라디오 DJ인 크리스 에번스가 ‘1961년식 페라리 250 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를 자동차 경매 사상 최고액인 704만 유로(당시 약 113억원)에 구입했다. 2002년 사망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제임스 코번이 보유했던 차로, 56대만 한정 생산됐다.

최근 1년간 승용차 경매 시장을 살펴보면 100만 유로(약 15억원)에 팔려도 10위권에 얼굴을 내밀지 못할 정도다.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1937년식 메르세데스-벤츠 540K 스페셜 로드스터’의 낙찰가도 530만 유로(약 82억원)에 달한다.

클래식 승용차 경매는 90년대 초반까지 미술품 못지않게 세계 경매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승용차 경매 시장에 거품이 너무 많다는 비판과 함께 낙찰받은 뒤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 때문에 승용차 경매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해 지난 20년간은 암흑기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승용차 경매 시장의 특징은 50~60년대 제작된 럭셔리한 최고급 승용차들이 본격적으로 경매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산업은 질적·양적으로 모두 성장해 ‘자동차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했다. 당시 최고급 차를 꿈에 그리던 어린 아이들이 장년층으로 성장해 큰돈을 만지면서 경매에 뛰어든 것이다.

몇몇 명품업체가 여러 대륙을 오가는 클래식 승용차 랠리를 기획한 것도 경매 시장에 불을 붙였다. 이 랠리는 세계 곳곳에서 오래된 승용차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클래식 승용차 판매업체의 마틴 치스홀름 사장은 “클래식 자동차 랠리로 자동차 수집가가 네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향 창고에서 클래식 승용차를 발견했다 해도 그냥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보존 상태가 중요하다. 그래서 클래식 승용차를 원 상태로 복원하고, 이를 계속 유지·관리하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