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세라믹,그리고 Ferrite

[중앙일보] 한국군의 첨단 무기

FERRIMAN 2008. 9. 30. 09:58

기사 입력시간 : 2008-09-30 오전 3:51:31
군살 빼고 근육 키우는 육군 무인정찰기·로봇 … 첨단 무장
[건국 60돌 - 한국군은 변신 중]
철책선 자동 경비 … 밤샘 밀어내기 근무 사라져
보병사단, 정보·기동성 높여 작전반경 7.5배로

 대한민국 군이 10월 1일 건군 60주년인 ‘국군의 날’을 맞는다. 건군 당시 변변한 전투기나 함정 하나 없던 우리 군은 60년이 지난 지금 해외 수출까지 할 정도의 방위산업 역량을 갖췄다.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맞춘 새로운 전투사단의 실험 등 전력 극대화와 군 조직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군 60주년을 맞아 ‘선진강군’으로 변모하려는 우리 군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장면 1=2008년 9월 18일 오전 1시. 경기도 ○○사단 훈련장. 북한의 경비행기 AN-2기 등으로 침투한 적 특수부대가 나타났다는 가상 상황이 설정됐다. 전방에서 본격적인 전투가 개시되기 직전 우리의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에 따라 즉각 비상이 걸렸다. 아군 기동중대는 곧바로 주요 길목의 진지에 배치됐다. 중대장은 모형 항공기 크기의 무인정찰기를 손으로 날렸다. 무인정찰기가 모터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날자 깜깜한 밤인데도 적의 모습이 중대장 앞의 모니터에 드러났다. 무인정찰기에 달린 적외선 카메라는 체온으로 사람을 확인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아군끼리는 서로 확인하는 식별 장치가 있고 개별 통신도 가능하다. 아군 신형 장갑차의 적외선 투시경에도 적의 모습이 비쳤다. 이어 사수가 장갑차 내 모니터에서 표적을 지정하자 장갑차 위에 장착된 무인기관총이 표적을 향해 자동으로 집중 사격을 가했다. 야간투시경으로 관찰 중이던 아군 전투병도 가세했다. 갑작스러운 사격을 받은 적 특수부대원들은 도심 방향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상공을 날고 있던 대대급의 무인정찰기가 이들의 뒤를 쫓았다.

#장면 2=도심으로 도망온 적 특수부대원들은 건물로 피신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사단 사령부로 보고됐다. 다른 기동부대가 건물을 에워쌌다. 아군은 먼저 카메라가 달린 가방 크기의 정찰용 로봇을 건물 안으로 던져 넣었다. 건물로 들어간 로봇은 곧바로 건물 내부 상황을 동영상으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내부 상황을 파악한 아군은 이어 사격용 로봇을 투입했다. 특수강철 재질인 이 로봇들은 웬만한 적의 총기 공격에는 끄떡도 없다. 로봇이 기관총을 쏘면서 적의 일부를 제압하자 방탄조끼와 보호안경을 착용한 아군이 건물 속으로 진입했다. 잠시 후 적 특수부대원들은 순식간에 결박이 가능한 특수 수갑으로 포박당한 채 끌려 나왔다.

이 장면들은 최근 육군 교육사령부가 실시한 새로운 ‘향토사단’의 전투실험 내용이다. 향토사단이란 한강 이남 지역에서 후방 방어와 보급로 보호를 목적으로 부산·광주·대구 등 광역시와 도(道)마다 1개 정도씩 배치되어 있는 부대다. 육군은 2013년부터 시작될 향토사단들의 통폐합에 맞춰 이 향토사단을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부대로 개편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건군 60년을 맞아 군살을 빼고 첨단 장비로 근육을 키우는 대변신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국방 개혁이 완료되면 대북 방어는 3단계 작전개념으로 이뤄지게 된다. 휴전선을 포함한 전방은 전담 경비여단에 맡기고, 미래 보병사단은 전방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순수한 전투 임무만 담당한다. 또 후방은 이 같은 소수 최정예 향토사단이 맡는 개념이다.

이 신개념에 따르면 경비여단은 자동경비시스템으로 철책을 24시간 경계한다. 따라서 병사들의 밤새 밀어내기식 철책 근무가 해제된 미래 보병사단은 전투 위주로 재편성돼 전투력이 크게 강화된다. 정보력과 기동성, 치명적인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작전 범위가 현재 사단보다 7.5배나 넓어진다. 정보통신 네트워크시스템을 활용, 전투력을 일시에 한곳으로 집중하는 ‘벌떼작전’도 가능하다. 이런 전투력 업그레이드에 따라 국방부는 사단 수를 현재 47개에서 20개로 줄이고 군단도 10개에서 6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육군은 향토사단의 실험에 이어 내년부터 미래 보병사단의 전투력을 평가하기 위한 전투실험에 들어가 2016년까지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실험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부대 개편과 병력 감축이 이뤄져 살 빼고 강인해진 우리 군의 새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전투실험=새로운 부대를 만들기 위한 실전적인 실험 과정. 먼저 실험 부대를 지정한 뒤 시뮬레이션 워게임으로 전투력을 평가한다. 또 교범대로 움직이는지 야외에서 기동실험을 해본다. 이어 전투 상황과 똑같은 시설과 환경에서 실전 같은 실험을 실시한다. 일련의 전투실험을 모두 마치는 데 부대 단위에 따라 최소 3∼4년, 길게는 6∼7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