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벨상 잔치가 열렸다 우주의 신비를 밝혀낸 비대칭 현상 2008년 10월 09일(목)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우리나라 시각으로 화요일 오후 6시 45분에 발표됐다. 수상자는 1명의 미국인과 2명의 일본인이다. 그런데 수상자의 사진을 보면 모두 동양인에다 이름도 전부 일본식이다.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의 고바야시 마코토(64) 명예교수와 일본 교토대 유가와 이론물리연구소의 마스카와 도시히데(68) 명예교수의 일본인 2명과 미 시카고대 페르미연구소의 난부 요이치로(87) 명예교수의 미국인 1명이 올 노벨 물리학상 영예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난부 교수 이름에서 풍기듯 일본 출신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대학까지 나와 교수로 있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일본계 미국인이었다. 그러니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이번 노벨 물리학상 3명은 모두 일본인인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 열도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썩거리고 있다고 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아직까지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이웃나라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에 완벽한 대칭이란 없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의 비대칭성이 주제였다. 3명의 물리학자 모두 우주에 나타나는 비대칭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마스카와 교수와 고바야시 교수는 우주가 물질로만 가득한데, 왜 우주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 나타났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의 상금 절반을 나눠가지고, 난부 교수는 소립자 세계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으로 불리는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상금의 절반을 받는다. 이렇게 짧은 말로 수상 업적을 얘기하면 일반 독자들은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긴 물리학이란 게 그리 만만치 않은 학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치부해버리면 끝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지 말고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설명한 비대칭 현상이란 게 무엇인지를 참을성을 갖고 들여다보자.
하지만 자연에서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실 완벽한 대칭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의 얼굴은 좌우가 조금씩 달라 어느 반쪽으로만 얼굴을 대칭해서 만들면 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 그런데 우주도 대칭적이면서도 조금씩 빗나간 비대칭성을 띤다. 그 한 가지가 바로 우주의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이다.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탄생했을 때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양이 생겨났다. 그런데 지금 우주는 반물질은 온데간데없고 물질만 가득 차 있다. 반물질은 물질과는 질량과 같은 특성을 갖지만 전하의 부호만 반대인 것을 말한다. 비대칭이 있어 우리가 존재
디랙이 발견한 반물질은 물리학에 대칭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동양철학에 음양이 있듯 물질이 있으면 반물질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물질의 등장은 곧 우주가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주었다.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만나면 질량은 모두 사라지고 순수한 에너지로 바뀐다. 따라서 지금 우주에는 어떤 사물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주에는 수많은 은하와 태양계 그리고 우리가 존재한다. 물질과 반물질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지 않는 덕분에 말이다. 아주 작은 차이가 현재의 우리를 낳았다.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만났을 때 100억 개의 반입자 당 한 개의 입자가 살아남아 오늘날의 우주가 만들어졌다. 아주 조금 엇나간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물질과 반물질은 뭐가 다르단 것일까? 바로 여기에서 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얘기가 시작된다. 일본인 고바야시 교수와 마스카와 교수는 1970년대 위기에 처한 표준모형을 구제해주는 이론을 발표했다. 6가지 3가족 쿼크의 탄생 스토리
6가지 3가족 쿼크는 바로 고바야시와 마스카와 교수가 물질과 반물질이 어떻게 다른지를 고민하다 만들어졌다. 1972년 이들은 물질과 반물질이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기본 힘 가운데 약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이론을 세웠다. 그 결과, 붕괴하는 속도가 반물질이 더 빨라, 적은 양의 물질이 남게 된 것이라고 믿었다. 이들의 이론은 처음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까지 발견된 쿼크는 3가지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74년 참 쿼크가, 1977년 바톰 쿼크가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1994년 마지막으로 탑 쿼크도 발견되었다. 한편 고바야시와 마스카와 교수는 당시 이론에서 B중간자라는 입자에서 CP 대칭성이 깨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CP 대칭성에서 C는 전하가 반대로 바뀌는 대칭이고, P는 거울 대칭이다. 즉 CP 대칭성이 유지되면 모든 물질이 반물질로 바뀌는 거울 속으로 우리가 들어간다고 했을 때 자연의 법칙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CP 대칭성 깨짐은 1960년대에 K중간자라는 입자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K중간자보다 훨씬 무거운 B중간자가 CP 대칭성 깨짐의 또 다른 후보입자였다. 이 점은 최근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대형 연구실험을 통해서 말이다. 고바야시가 몸을 담고 있는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KEK)의 벨실험과, 미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의 바바실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2001년 이 두 대형 실험은 각각 B중간자의 CP 대칭성을 확인함으로써 고바야시와 마스카와의 이론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 대칭성 깨짐으로 탄생한 힉스 입자 그렇다면 상금 100만 크로나(약 18억원)의 절반을 차지한 난부 교수가 발견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이란 뭘까? 말 그대로 하면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진다는 것인데 어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자연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이렇게 4가지 기본 힘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주가 지금으로부터 137억 년 전 탄생했을 때만 해도 애초엔 4가지 힘이 하나의 형태였다. 빅뱅 직후부터 10-43초까지 말이다. 그러다 10-43초 쯤에 중력이 처음으로 갈라졌고, 10-35초쯤 강력이 떨어져나가고 전자기력과 약력이 한 꼴로 합쳐진 전자기약력(electroweak force)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10-12초쯤 되면 전자기력과 약력이 서로 갈라져 4가지 기본 힘이 오늘날과 같은 꼴이 되었다. 지난 세기부터 물리학자들은 이 4가지 기본 힘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중력을 제외하고 3가지 힘을 통합함으로써 표준모형을 탄생시켰다. 1960년에 난부 교수는 전자기력과 약력에서 나타나는 비대칭 현상에서 자발적 대칭성 깨짐을 발견함으로써 표준모형의 완성에 기여했다. 기본입자 가운데에는 기본 힘을 전달하는 매개입자가 있다.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입자는 광자로 질량이 없다. 그런데 10-12초에 전자기력과 함께 갈라져 나온 약력의 매개입자인 W와 Z 입자는 상당히 무겁다. 바로 전자기력과 약력이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지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난부 교수가 처음으로 물리학계에 소개했다.
난부 교수의 전자기력과 약력에서 나타나는 자발적 대칭성 깨짐은 1990년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전자양전자가속기(LEP)에서 확인되었다. 그리고 힉스 입자는 CERN이 올해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조만간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면 이 분야의 과학자들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후보 0순위로 오른다. |
박미용 기자 |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10.09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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