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대공황 vs 2008년 결정적으로 다른 점

FERRIMAN 2008. 10. 14. 16:12

기사 입력시간 : 2008-10-14 오전 2:59:06
대공황 vs 2008년 결정적으로 다른 점
“전 세계 공조 강하고 경제 기초체력 견고 … 대공황 거론 지나쳐”
 “대공황 이후 최악인 건 맞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처럼 증시가 장기 침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을 대공황과 비교하는 건 지나치다는 견해가 더 많다. 당시 미국 다우지수는 34개월 동안 89%나 떨어진 뒤 하락을 멈췄다. 현재 다우지수는 지난해 고점에 비해 40%, 코스피지수는 38% 정도 떨어졌다.

위기의 진행 과정은 비슷하다. 대공황 직전 미국은 땅과 주식에 대한 극심한 투기 바람이 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기 팽창에 캘빈 쿨리지, 허버트 후버 대통령으로 이어진 공화당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더해져 다우지수는 8년간 394%나 올랐다. 유럽은 더 했다. 독일 주가는 5년 반 동안 1080%, 프랑스는 7년간 420% 급등했다. 이번 위기는 미국·유럽의 주택 투기와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파생금융상품이 문제를 키웠다. 미국 공화당 정권의 금융 규제완화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이 이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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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공황과 이번 위기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 공조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대공황 때 경험이 부족한 FRB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하지만 이번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황 땐 없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있는 것도 차이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국가에 대한 ‘최종 대부자’가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 또 하나 긍정적인 점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금융 혼란이 생산·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당시보다 훨씬 작다”고 말했다. 대공황 당시 미국 실업률은 24.9%까지 치솟았지만 이번엔 6.1% 수준이다. 국민총생산(GNP)도 대공황 때는 거의 반 토막 났지만 올해는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진 않고 있다. 삼성증권 소장호 연구위원은 “지금 대공황 가능성을 거론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