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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지방 식사, 운동부족 당뇨 부른다

FERRIMAN 2008. 10. 20. 12:01

기사 입력시간 : 2008-10-20 오전 2:20:57
[Life] “고지방 식사 - 운동 부족 당뇨 부른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인과 최신 치료법
발병원인의 70%는 본인, 30%는 부모
초기부터 생활습관 바꾸고 약 먹어야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30세 이상)은 10%에 근접한다. ‘당뇨 대란’으로 표현된다. 반면 스웨덴은 3∼4%에 그친다. 게다가 이 수치는 몇 년째 거의 불변이다. 마침 한림대의대·스웨덴 웁살라대 국제학술심포지엄이 9일 서울에서 열려 이 분야 전문가인 웁살라대병원 퍼-올라 칼슨(당뇨·내분비과) 교수가 내한했다. 한강성심병원 이병완 교수와 한강성심병원 홍은경(내분비대사내과)교수가 그를 만나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는 당뇨병의 최신 지식을 나눴다.


당뇨 환자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은 일반인의 3~5배에 이른다. 사진은 경동맥 혈류검사를 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 [한림대의료원 제공]
 ◆유전과 생활습관의 합작품=당뇨병의 주된 원인이 서구식 식사라면 왜 스웨덴의 당뇨병 유병률이 우리보다 낮을까?

칼슨 교수는 “유전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서구인은 수백 년 전부터 육류 등 고열량·고지방 식사를 즐겨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하지만 저열량 식사를 하던 동양인의 식탁이 갑자기 고열량으로 바뀐 것이 당뇨병 급증의 원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당뇨병에 취약한 유전자(DNA)를 보유한 데다 잘못된 라이프 스타일이 유발인자로 작용한다는 것.

또 그는 “스웨덴 정부가 금연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흡연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도 당뇨병 발생률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사모아. 인구의 80~90%가 2형 당뇨병 환자다. 섭취 열량과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재앙’을 맞았다는 것이 칼슨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가족 모두 전통적인 식사와 운동을 강화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완 교수는 “당뇨병은 70%는 본인, 30%는 부모 탓인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해서 걸리는 병이므로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뇨병 초기부터 약 써야=과거엔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먼저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권했다. 이후 2개월이 지나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먹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해 단계적으로 약의 용량을 올린다. 인슐린은 마지막 카드였다.

홍 교수는 “이 같은 기존의 방법으로 치료하면 얼마 안 가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 혈당 조절이 힘들어지고, 당뇨병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근거로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당뇨병 약을 복용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최근 경향”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당뇨병학회도 2006년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당뇨병 약 사용을 권장했다.


이 교수는 “3개월마다 당화혈색소 검사를 실시해 6.5% 미만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설폰요소제(인슐린 분비촉진제)·글리타존(인슐린 저항성 개선제)·인슐린 주사 등을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스웨덴에선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유지 목표를 6% 미만(미국은 7% 미만)으로 잡고 있다.


◆오래 살려면 심장 합병증 낮춰야=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가능한 병으로, 몇 가지만 주의하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 금연·절주·체중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 정기적인 검사가 그것이다.

당뇨병 환자의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홍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심근경색 등 심장병에 걸릴 위험은 정상인의 3∼5배”며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10~20%)보다 심장병에 걸릴 위험률(25∼30%)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당뇨병성 심장병이 무서운 것은 일반 검사로는 진단이 불가능한 무증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칼슨 교수는 “검은 빵·딱딱한 빵 등 당지수(Glycemic Index)가 낮은 식품을 즐겨 먹고, 혈당·당화혈색소 관리를 철저히 하며, 혈압을 80/130 이하로 유지하고, 고지혈증 치료제·항응고제 등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웨덴·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사람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이 교수는 “‘프렌치 패러덕스’(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영국·미국·독일 등 다른 서구인보다 낮은 것)의 비결이 포도주라면 ‘스칸디나비아 패러덕스’는 혈관 건강에 유익한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식생활 덕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