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엉뚱한 주장에 맞서지 말아야
집에서 함께 살아가기 가족 대처법 대소변 실수해도 대수롭지 않게 행동을 난폭·짜증·망상 땐 우울증 약으로 좋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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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에게 그릇 닦기, 옷 접기 등 소일거리를 줘 운동효과와 성취감을 함께 얻도록 해야 한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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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초 목이 말라 잠에서 깬 이모씨(52)는 치매 환자인 어머니가 갑자기 없어진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밖에 나가 어머니를 애타게 찾던 중 어디선가 “나 여기있어”라는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 보니 어머니가 난간 사이에 끼어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이 일로 어머니는 골절을 입어 병원 신세까지 졌다. 이처럼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은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쉽지 않다. 치매는 심장병·암·뇌졸중과 함께 4대 사망 원인. 국내 환자 수만 15만∼30만 명에 달한다. 가족까지 합하면 100만 명이 치매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환자와 싸워선 안 돼=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치매 환자가 정상인과 같은 사고·행동을 한다면 환자가 아니다”며 “예상치 못한 행동에 가족이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선 치매라는 ‘장기전’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엉뚱한 주장을 하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준다. 맞서 싸우거나 고치려 들지 않아야 한다. 환자는 기억력이 떨어져 같은 질문을 여러번 한다. 이럴 때도 반복해 대답해 준다. 말 상대하기 ‘답답하다’고 해서 대화를 끊으면 환자의 언어장애가 더 심해진다. 대소변 실수를 하더라도 나무라선 안 된다. 환자는 화장실에서 배변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릴 수 있다. 대변을 손으로 만지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때도 환자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치매 환자의 운동·식사법=밤에 불안감을 느끼는 치매 환자가 많다. 야간 조명이 필요하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면 화장실 문에 인형을 달아둔다. 치매 환자와 함께 저녁 식사 뒤에 20~30분간 평지 걷기를 한다. 치매 환자는 운동량이 적어 소화력이 떨어진다. 환자는 그릇 닦기, 걸레 빨기, 옷 접기 등 소일거리를 통해 운동 효과와 성취감을 함께 얻는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치매 환자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방금 식사를 하고도 또 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 있다”며 “과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환자의 요구에 응하되 소량씩 여러 번 나눠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예쁜’ 증상과 ‘안 예쁜’ 증상=치매 가족 입장에선 기억장애·언어장애·계산능력 저하 등은 비교적 ‘예쁜’ 증상에 속한다. ‘예쁘지 않은’ 증상도 있다. 예민함·난폭성·짜증·의심·망상·불안·불면·강박증세·배회 등이다. 이런 ‘안 예쁜’ 증상이 심하면 환자에게 치매 치료제가 아닌 다른 약을 복용시키는 경우도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홍창형 교수는 “치매 환자의 ‘안 예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약은 정신병 치료제·안정제·우울증 치료제 등”이며 “한두 알의 약으로 가족내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우울증 치료제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우울증 치료제도 장기간 다량 사용하면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밤의 혼돈’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밤의 혼돈’은 야간에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정신병 치료제 안전할까=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과 정인과 교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노인성 치매 환자에게 정신병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국내엔 치매 가족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의사가 더 많다”고 소개했다.
정신병 치료제를 복용하면 치매 환자의 뇌졸중 발생과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최근 영국 런던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7000여 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병 치료제를 복용한 치매 환자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정상인의 3.5배에 달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