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콧물을 보면 질병이 보인다
물처럼 흐르면 초기 감기·알레르기 비염 만성비염·축농증일 땐 누렇고 끈적 코막힘 때 생강·파뿌리 달여 마시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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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콧물이 잘 나는 계절. 날씨가 건조하고 차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의 이상 증상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따라서 부모가 콧물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월간 베이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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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콧물의 계절. 코가 가장 싫어하는 건조하고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방에선 콧물을 비롯해 가래·위액·소화액·장액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액체를 진액(津液)이라 한다. 진액엔 정상과 비정상적인 것이 있는데 콧물은 이 중 ‘비정상’에 속한다. 특히 폐의 기운이 충분하지 못할 때 콧물이 난다고 본다. 콧물을 단지 ‘지저분하고 귀찮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알고 보면 고마운 존재다. 신체의 ‘하수구’ 역할을 한다. 또 콧물은 질병의 예측·진단에 유용하다.
◆투명하고 맑은 콧물=감기 초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을 때 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콧물이 난다. 초기 감기가 원인이라면 휴식과 수분·영양 섭취만으로도 치유된다. 대개는 1주일쯤이면 낫는다. 맑은 콧물이 3주 이상 나오면서 재채기·눈 충혈·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동반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기 쉽다.
경희대 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 남혜정 교수는 “맑은 콧물이 나면 가볍게 땀을 내는 것이 좋다”며 “매운 약제를 복용하거나 닭고기·부추·마늘·고추 등 따뜻하고 매콤한 음식을 섭취하라”고 권했다.
찬 공기를 마시거나 찬 음식을 섭취해 폐가 차가워져도 맑은 콧물이 난다. 한방에선 이런 사람의 코에 따뜻한 수증기를 쐬준다.
◆누렇고 끈적끈적한 콧물=한방에선 맑은 콧물(비루청체, 鼻漏淸涕)이 누런 콧물(비루탁체, 鼻漏濁涕)로 바뀌는 것은 담열(염증 반응) 탓으로 친다. 대개 감기가 심해졌거나 만성 비염·부비동염(축농증) 등이 있을 때 누렇고 끈끈한 콧물이 나온다.
강남 함소아한의원의 김정열 원장은 “찬 공기가 몸속의 열을 뭉치게 해서 국소적으로 과도한 열이 코에 발생하면 누렇고 끈끈한 콧물이 난다”며 “이런 콧물은 폐 진액이 부족하거나 속열이 많은 사람에게 잘 생긴다”고 설명했다.
축농증은 비염·감기와 혼동하기 쉽다. 두개골 속 빈 공간(부비동)에 콧물 등 이물이 차 있는 질환이어서 머리가 무겁고 코 옆쪽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누런 콧물을 보이는 환자에겐 염증 치료를 위해 약성이 차가운 약제를 주로 처방한다.
◆피가 섞인 콧물=피가 섞이고 끈끈한 콧물은 만성 비염의 한 증상일 수 있다. 핏기는 콧속의 열이 너무 심하게 뭉쳐 코 점막의 혈관이 견디지 못하고 터졌기 때문이다. 이런 콧물은 저녁보다 아침에 흔하다. 새벽엔 찬 공기를 가급적 폐에 들여 보내지 않기 위해 콧속의 하비갑개가 부어 오른다. 이런 현상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다만 속열이 많은 사람은 하비갑개가 붓고 충혈되는 정도가 더 심해 코를 비비기만 해도 혈관이 터지거나 코피가 난다. 이런 사람에겐 콧속의 열기를 내리고 진액과 피를 보충하는 치료가 유용하다.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최인화 교수는 “코피가 자주 나면 코를 만지는 횟수를 줄이고, 사람·먼지가 많은 곳을 피하며,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의 섭취를 줄일 것”을 주문했다.
◆보이지 않는 콧물=콧물이 반드시 코를 통해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코 안에 맺혀서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거나 목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코를 풀어도 콧물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것은 대개 찬 바람으로 인해 콧속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탓이다. 이러면 코가 막혀 숨 쉬기가 힘들고 두통도 잘 생긴다.
한방에선 찬 기운을 몰아내고 진액을 보강해 콧속 공기의 순환을 돕는 치료를 한다. 생강과 파의 흰 뿌리를 달여 마셔도 콧물이 코 안에 맺혀 나타나는 코막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생리식염수나 코 세척액을 코에 넣어 목으로 뱉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것을 한방에선 ‘후비루’라 한다. 후비루가 있으면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나며 불쾌한 느낌이 든다.
분당차병원 한방과 홍상선 교수는 “코 점막이 부어서 코의 배출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후비루가 잘 생긴다”며 “비염·축농증의 증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