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매일경제] 아버지의 어깨

FERRIMAN 2008. 10. 2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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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아버지의 어깨

전체 학생 중 30%. 이 숫자는 우리 학과 여학생 비율이다. 전신이 토목공학과인 건설환경공학과에서 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여학생은 홍일점으로 가끔 입학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대기업 입사시험에도 당당히 합격할 정도로 활발하다.

현재 여성들 활약은 우리 학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06년 사법고시 합격자 중 37.7%가 여성이고, 2007년 외무고시와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는 각각 67.7%와 49%나 된다. 또한 의사면허시험 합격자 중 37.2%가 여성이다.

더욱이 지난해 전국 여교사 비율은 초등학교 74%, 중학교 64%, 고등학교(일반계고) 42%였고, 서울 초등학교는 무려 83%에 달하고 있다. 급기야 남자교사 비율을 강제적으로 늘리려는 시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참여자 수가 남성 참여자 수에 계속 접근하거나 초월함에 따라 남성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가정에서도 아버지 역할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옛날처럼 가부장적인 권위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돼 더 이상 아버지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아버지 존재 자체가 불필요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2000년 5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 열 번째로 '아버지'를 열거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현재 65억 인구를 보존할 만큼의 냉동정자가 이미 보존돼 있으며 더 이상 남자는 물리적으로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가정에서 자식들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아버지 등 뒤만큼 피난하기에 편안한 곳은 없을 것이다. 또한 아버지 가슴만큼 포근한 쉼터와 떡 벌어진 아버지 어깨만큼 든든한 믿음을 어디서 얻겠는가.

국내외 경제사정이 극히 어려운 요즈음에도 아버지들은 가족의 모든 문제를 가슴에 안고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 노릇을 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세상의 아버지는 울지 않는다. 그러나 돌아서서 마시는 아버지 술잔의 반은 눈물이었다'는 시가 생각나는 이 가을에 가족들이여, 아버지 어깨가 처지지 않게 힘을 넣어 줍시다.

[홍원표 중앙대 대외협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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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17:44:1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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