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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업, 채용면접 방식의 변화

FERRIMAN 2008. 10. 23. 10:15

기사 입력시간 : 2008-10-23 오전 3:42:14
기업 채용 ‘면접의 진화’ 실무형 인재 콕 집어낸다
해외에서 객장에서 치열한 실전 테스트
“경기침체 반영해 위기 해결능력 많이 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오예선(23)씨는 8월 LG생활건강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홍콩에서 3박4일간의 면접이었다. 오씨는 홍콩의 한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과제를 받았다. ‘쇼핑센터에서 명품을 골라 그 제품을 만든 회사의 마케팅 전략과 차별화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오씨는 “막막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는 해결이 안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씨는 “외국인 고객과 매장 직원을 인터뷰하고 제품을 분석하는 것은 정말 진땀이 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오씨에게는 이 밖에도 ‘된장과 같은 한국 전통 발효과학을 샴푸나 비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보디워시 등에 밀려 수요가 줄어드는 비누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방안’ 등과 같은 과제가 쏟아졌다. 모두가 회사와 제품, 마케팅 이론, 설득력, 창조성이 겸비되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힘든 문제들이다.

기업의 채용면접이 실무형 인재를 찾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인사담당자들은 “필기시험을 중시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앞으로는 기업을 몇 개 선택해 그 기업을 철저하게 연구한 뒤 지원하는 타깃형 전략을 짜야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맞춤형 인재 찾기 면접=지난해 11월 외환은행에 입사한 정재인(28) 계장 역시 치열한 면접을 거쳐야 했다. 2박3일간 합숙워크숍으로 진행된 면접은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도 소화하기가 벅찼다. 정 계장은 “외환은행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전략을 세우라는 과제를 소화할 때는 막연하게 공부했던 금융지식은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합숙 기간 중 여러 개의 과제를 소화시켜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한다.

수시 채용하는 한미약품은 영업직 지원자를 대상으로 현장체험 면접을 실시한다. 2~3일 동안 한미약품의 주요 고객인 병원과 의원, 약국 등을 영업팀장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올해부터 실제 수출이나 영업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제시하고 응시자의 대처능력을 알아보는 면접을 실시한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금융상품을 하나 고르게 한 뒤 심사위원과 같이 응시한 동료에게 그 상품을 구매토록 설득하게 했다. 대우증권이 내놓은 금융상품의 특성을 모르면 합격증을 받기 힘든 것이다.

◆“실무형 면접은 불황 극복책”=경제가 나빠지면서 실무형 면접을 택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말 채용이 마무리되는 대기업 중 상당수는 기업의 특성에 맞는 면접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 하반기 채용에서는 학점·나이·학력 등을 따지지 않는 ‘열린 채용’이 지난해보다 10% 정도 늘어났다. 영어 점수도 높은 점수보다 토익 700점 정도의 수준을 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신 봉사활동·인턴 경험을 적어 넣으라는 회사가 많았다.

권오용 SK그룹 브랜드관리실장은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독자적 문제 해결 능력을 많이 보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회사 전체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패기와 진취성을 갖췄는지가 주요한 면접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런 변화가 부담스럽다. 임모(이화여대 경영학과 4)씨는 “면접에서 요구하는 사안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많아져 취업준비가 더 힘들어졌다”며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더 큰 고통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연내 채용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 254곳을 설문한 결과 31.1%가 채용을 보류하거나 축소 또는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찬·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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