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도 세계 금융 위기의 후폭풍에 들어섰다. 수출시장인 미국·유럽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중국의 실물 경제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건설·생산 지표인 철강재 소비량이 불과 석 달 사이에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가격도 최대 40%나 내렸다. 흑자 행진을 구가했던 국유기업도 올 들어 처음으로 이익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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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그간 중국의 눈부신 성장으로 이득을 봐 온 세계 각국의 산업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의 공장’에 들어갈 기계와 부품, 원료를 수출해온 독일·일본·한국 등의 타격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철강재 석 달 연속 가격 인하=중국 실물 경제의 둔화는 ‘산업의 쌀’인 철강재의 수요가 줄어드는 데서 확연히 나타난다. 22일 중국 최대 제철소인 바오강(寶鋼)은 12월 출고분 철강재 가격을 15~40% 내렸다. 10, 11월 출고분에 이은 3개월째 가격 인하다.
철강전문 사이트인 롄허진수왕(聯合金屬網)의 분석사 장핑(張平)은 “국내 수요가 8월 이후 절반 정도 줄어든 데다 금융 위기로 수출 물량마저 줄어 모든 제철소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7월 이후 대부분의 철강재 가격은 30~40% 떨어졌다. 이에 따라 바오강은 물론 3위인 안강(鞍鋼), 4위인 우강(武鋼) 등 32개 제철소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국유기업도 이익 감소=8월에는 대형 국유기업의 이익도 줄었다. 올해 1월 2년 만의 첫 감소(-0.4%)를 보인 뒤 두 번째다. 이익 감소폭도 1월보다 3배 이상(-1.3%) 컸다. 국유기업은 과거 5년 연평균 이익 증가율이 33.7%를 기록할 만큼 호황을 누려 왔다.
하이퉁(海通)증권의 거시경제분석사 류톄쥔(劉鐵軍)은 “전력·석유화학·금속 업종 등의 손실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5대 발전 회사의 손실이 올 들어 167억6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지도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7일부터 닷새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금융위기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한다. 경제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도 25일부터 나흘간 러시아를 방문해 중·러 에너지 회의에 참석한다. 정부 관계자는 “행정과 경제의 총사령탑이 한꺼번에 러시아를 찾는 것은 그만큼 경제 여건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러시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과 깊이 있는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 여파=중국의 경기 침체는 당장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 중국은 독일 기계산업의 주요 시장이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으로의 기계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증가율이 10%대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한 자릿수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으로부터의 주문이 줄면서 독일 방직기계 업계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쇠퇴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9월 중국으로부터의 공작기계 주문이 24% 줄면서 대표 기업인 고마쓰의 주가는 올해 최고가에 비해 70% 가까이 추락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7월 30.2%에 달했던 대중 수출 증가율은 8월 20.7%, 9월 15.5%로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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