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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데뷔 20년 '봄 여름 가을 겨울'

FERRIMAN 2008. 10. 28. 11:26

기사 입력시간 : 2008-10-28 오전 1:52:55
[me] 데뷔 20년 콘서트 여는 ‘봄 여를 가을 겨울’
“남의 이야기 들어주는 음악 하고파”
 기타리스트 김종진(46)과 드러머 전태관(46) 두사람으로 이뤄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들이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로 정식 데뷔한 게 1988년이다. 밴드의 20년은 파격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데뷔 앨범부터 선보인 수준 높은 연주곡은 ‘경음악’으로 치부되던 연주 음악의 위상을 단박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퓨전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멜로디와 작법은 가요계에 놀라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최근 내놓은 8집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는 오래 숙성된 명품 와인 같은 맛을 내는 수작이라는 평가다. 다음 달 8일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 극장에서 20주년 콘서트를 여는 이들을 서울 삼성동의 녹음실 ‘루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그들은 12년 된 와인을 꺼내 놓고 기자를 맞았다.


 -20년간 노래를 통해 남자 이야기를 해온 것 같다. 이번 앨범에도 ‘남자의 노래’가 있지 않나.

김종진=“21세기로 넘어오면서 여자의 세상으로 바뀐 것 같다. 온통 여자에 대한 얘기다. 남자의 고충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남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즘 세상살이가 팍팍해 그런지 이번 앨범에서 ‘남자의 노래’가 좋다는 사람이 많다. ‘아웃사이더’-‘어떤 이의 꿈’-‘브라보 마이 라이프’-‘슬퍼도 울지 않을거야’-‘남자의 노래’, 이렇게 남자 노래의 계보가 이어진 것 같다.”

-이번 앨범에는 본인들의 얘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담았다.

전태관=“ 다양한 사람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노래로 풀었다. 남의 말을 들어주고, 남을 빛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됐다. 이번 앨범도 그런 맥락에서 만든 것이다. 이번 작업으로 경험의 영역을 넓혔고, 대중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의 틀을 깨준 것이다. ”

-‘어떤 이의 꿈’은 꾸준히 사랑받는 곡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은 무엇인가.

김=“음악의 파장으로 사람들을 치유하는 광대가 되고 싶다. 힘들 때 꽃잎 흩날리던 시절의 명곡을 찾아 들으면, 다시 기운이 나지 않나.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

전=“게리 무어는 ‘아까 쳤던 프레이즈보다 지금 치는 것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게 음악인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라는 곡이 있었다. 자꾸 꺼내어 들쳐보고 싶은 일기 같은 노래는 무엇인가.

김=“6집 앨범(‘바나나 쉐이크’)이 좋았고, 요즘은 ‘사랑하나봐’가 자꾸 입에 맴돈다. 터져나오듯 넘치는 사랑의 느낌을 음악으로 만든 것이니까….”

전=“이번 앨범의 ‘순이’가 정말 좋다. 휴대전화 컬러링도 그 노래다. ‘영원에 대하여’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좋다. 딱 하나만 고르라면 ‘영원에 대하여’다.”

-다른 성격의 두 멤버가 20년 넘게 우정을 쌓아왔다.

김=“정확히 26년 우정이다. 처음에는 태관군의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다 보니 그게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이더라.”

전=“종진 군은 음악이든 뭐든 이상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처음에는 그게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모든 새로움의 원동력은 종진 군의 아이디어에서 나오더라. ”

-걸어온 길 만큼 앞으로 걸어갈 길도 중요하다.

김=“지금까지 20년은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20년은 우리의 ‘류(類)’또는 ‘풍(風)’을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바둑에 서봉수 류, 조치훈 류가 있듯이…. 누가 들어도 ‘어, 봄여름가을겨울 스타일이네’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전=“밴드를 시작할 때 목표로 했던 음악 중 3분의 2는 했다. 앞으로 나머지 3분의 1을 하고 싶다. 종교 음악, 아이들을 위한 음악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