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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면접의 기술 2 | ||||||||||
그리하여 1위부터 10위까지를 뽑는다? 천만에 말씀. 안그런다. 이제 마법이 작용할 차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1위부터 10위까지 하버드대학 출신이 차지했는데 당신이 CEO라면 그들만으로 10명을 죽 뽑겠는가? 안배를 한다. 그러니까 10명의 구성을 사전에 만들어 낸다. 남자 6명, 여자 4명, 단 한 대학엔 2명 이상을 하지 말자,-이런 식으로. 헌데 마침 회사가 오일달러가 풍부한 중동프로젝트를 막 시작하여 전문인력이 필요했다고 치자. 공교롭게도 S대 철학과 출신 지원자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성장했고, 아랍어가 완벽 그 자체이고, 인턴십도 그쪽에서 했다. 사람도 괜찮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란 책으로 명성이 자자한 짐 콜린스가 코치한 대로 회사는 그를 버스에 먼저 태운다. 그러니까 이젠 S대 출신 TO는 한 명밖에 안 남았다. S대 법대를 나와 세계에서 두 번째 명문대학 MBA 출신이라도 불리해진 것이다. 이번엔 회사가 지방의 지원부서에서 허드렛일을 시킬 사람이 꼭 한 명 필요하다. 이런 곳에 세칭 일류대 사람을 보내면 금방 떠나버린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오버 퀄리파잉(over qualifying) 후보는 이제 기피 대상이다. 그래서 온달형인 스타일이 버스에 태워진다. 채용과정은 소재를 활용하여 건축물을 짓듯 그렇게 진행된다. 첨단소재도 벽돌도 쓰임새가 있는 그런 식이 되는 것이다. 면접과정의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렇다. 그러다 보면 면접과정에서 아주 탐이 났는데 어쩔 수 없이 버스에 태우지 못하고 마는 사람이 생겨난다. 당사자에겐 사정을 설명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회사는 없다. 그러니 아주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당신! 한 번 떨어졌다고 절대로 낙심하지 말라. 부지런히 기회의 문을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면접을 하면서 느낀 몇 가지 팁(tip)을 더 말해주고 싶다. 같은 조건이면 좀 더 열심히 살아온 궤적을 가진 사람을 더 쳐주게 마련이다. 자기소개서에 어학연수나 인턴활동란이 텅 비어 있으면, 그리고 아무런 자격증조차 없으면 괜히 부지런하지 않을 것 같다. 감점이다. 일단 면접 후보로 좁혀진 이상 대학 학점이나 필기시험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기소개서에 대부분 어떤 책에서 뭘 읽었는데 감명받았다는 식으로 써놓은 경우가 있는데 면접관이 그 내용의 앞뒤를 설명해 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디서 요약본 몇 줄 읽은 것 가지고는 답변은 불가능하다. 그런 경우 괜히 불성실한 느낌만 준다. 역시 감점. 면접을 마치고 나서 합격자를 압축하기 위해 다시 한번 지원자 파일을 쭉 보게 되는데 지원자가 한 인상적인 답변도 떠오르지 않고 거의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는 곤란하다고 본다. 요새는 오버(over)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자연스럽게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무결한 평범은 불합격의 지름길이다. 어느 분야 한 가지는 전문가 수준이란 인상을 풍길 정도로 즐기면서 연구해온 흔적을 보여주면 좋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오버하면 안 된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자연 스럽게 한다고 어리광부리듯, 내가 이렇게 말해도 면접관이 알아주겠지라는 식의 공주병 혹은 왕자병 티를 내는 것은 그냥 불합격이다. 평소 존경하는 K선배 한 분이 면접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멋있는 메일을 보내주셨다. '세상엔 간절히 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게 있다. 면접과 맞선이 그것이다. 둘이 같은 점은 1. 서로 원한다 2. 서로 잘보이고 싶어한다 3. 서로 솔직하지 못하다 4. 볼수록 값이 떨어진다. 둘이 다른 점은 1. 면접은 갑과 을이 있다 2. 면접은 after가 없다 3. 면접은 정답이 있다.' K선배는 어드바이스를 곁들였다. 면접에 진솔한 게 중요한데 면접이 어려운 까닭은 인간 스스로에게 진솔함이 어렵다는 증거다. 그 이유는 수험생이나 면접관 모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그냥 요령만 달달 외우고 살지 않는가.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특히 면접관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높은 사람일수록 준비가 소홀하기 쉽고 자신의 경험치로 사람을 보려 한다.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통찰력이 필요하다. 결국은 면접관의 수준에 맞는 사람밖에 고르지 못하는 것이다. ※ 김세형칼럼은 이번호로 마칩니다. 성원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논설실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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