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키기

[중앙일보] 환경호르몬 대처법

FERRIMAN 2008. 11. 19. 21:02

기사 입력시간 : 2008-11-17 오전 1:26:10
[Life] 멜라민 식기선 멜라민 거의 안 나온다
전자레인지에만 안 쓰면 안전
밀폐용기 같은 플라스틱제품도
환경호르몬 대부분 검출 안 돼
최근 멜라민 파동으로 멜라민 식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다. 또 지난달 캐나다 정부는 비스페놀A가 함유된 어린이용 젖병(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플라스틱)의 시판·수입을 금지시켰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재료다. 폴리머·합성수지라고도 한다. 일반 소비자는 그냥 뭉뚱그려 플라스틱이라고 부르지만 종류가 다양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리하는 플라스틱만 해도 모두 41종에 달한다. 이 중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내분비계장애 추정물질)인 비스페놀A가 들어가는 것은 폴리카보네이트(PC) 1종뿐이다. 그나마 국내 주방용기 시장에서 PC 용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65%가 모든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고 여겨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2008년4월 RI리서치 1000명 면접조사).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멜라민 식기의 안전성=멜라민 식기는 일반 가정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체급식소·대중음식점에선 널리 쓰인다. 어린이용 식기·재털이도 만든다. 멜라민은 내열성이 강한 재료다. 섭씨 347도가 돼야 녹는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멜라민 식기에서 멜라민이 용출돼 음식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식약청도 ‘멜라민 식기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가혹 조건에서 시험을 했는데 멜라민 식기에서 멜라민이 용출기준(30ppm) 이상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건국대 화학과 김성훈 교수는 “멜라민 식기를 전자레인지에만 넣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래도 찜찜하다면 멜라민 식기를 너무 장기간 사용하지 말고 자주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주방 용기의 안전성=소비자도 이제 플라스틱 용기를 구입하기 전에 제품에 표시된 라벨을 확인해야 한다. 주방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95%는 폴리프로필렌(PP)이다. PP는 세계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미래의 자원’이라고 칭송할 만큼 환경호르몬과는 무관한 재질이다. PC는 투명한 유아용 젖병·캔 내부 코팅제·일부 밀폐 용기에 쓰인다. PC 용기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A가 들어간다. 따라서 찬반 양론이 있다.

현재는 용기에서 비스페놀A가 2.5ppm까지 검출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나 기준은 곧 0.6ppm으로 낮아진다. 실제로 식약청은 3개월에 한 번씩 비스페놀A 등의 용출시험을 하고 있다. 여기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최근 10년 내 없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지현 국장은 “캐나다에서 최근 비스페놀이 함유된 유아용 젖병을 사용 금지 조치했다”며 “가능한 한 PC 용기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반박했다. 플라스틱 용기가 유리처럼 투명하면 PC, 투명하지 않으면 PP이기 쉽다.

◆DEHP는 사용 금지=식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은 비스페놀A와 DEHP(DOP)다. DEHP는 플라스틱 가소제(유연성을 주는 물질)다. 그러나 DEHP도 모든 플라스틱 용기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DEHP가 함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PVC(플라스틱의 일종) 용기다. PVC는 업소용 랩·병뚜껑 등에 주로 쓰인다. 식약청 용기포장과 이영자 과장은 “국내에선 용기 제조 시 DEHP의 사용을 금지했다”며 “다른 나라에선 아직 사용이 가능해 수입 용기에선 검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기 중 환경호르몬 회피법=캔 음료나 통조림을 직접 가열하는 것은 피한다. 캔 내부가 비스페놀A로 코팅돼 있기 때문이다. 캔을 가열하거나 찌그러진 캔에 든 음료를 마시면 비스페놀A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충북대 약대 홍진태 교수는 “밀폐 용기 속의 식품에 비해 캔 포장식품에서 비스페놀A가 훨씬 많이 나오는 것으로 최근 일본의 조사에서 밝혀졌다”며 “일부 캔 포장식품에선 유아용 젖병(PC 용기)을 95도의 뜨거운 물에 오래 노출시켰을 때보다 15배나 많은 양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젖병의 안쪽 표면이 긁히거나 손상돼 있으면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설거지할 때 철수세미를 사용해 용기나 젖병의 표면에 상처를 내는 것도 곤란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