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천과학관

[전자신문] 과학관은 살아있다-(1) 프롤로그

FERRIMAN 2008. 11. 25. 10:29

ETnews

[과학관은 살아있다](1) 프롤로그
[ 2008-10-21 ]  
과학기술은 21세기 국가경쟁력이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 과학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국가 경쟁력 순위 31위에 비하면 높은 성적이고, 다른 어떤 분야의 순위보다도 높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과학강국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 과학기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과학 문화의 보급과 과학에 대한 관심도는 턱없이 낮아서다. 실제로 지난 2006년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과학기술 흥미도는 세계 55위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장기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저변이 확대되고,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늘어야 지속적인 과학발전을 이룰 수 있다.

 과학관은 어린이가 과학과 만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과학과 생활공간이 지역적으로, 문화적으로 일치한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호주 등 과학 선진국은 이런 공간을 갖고 있다. 그들의 과학관은 살아있다. 본지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공동으로 어린이 과학문화 대중화 운동의 출발점인 선진국의 과학관을 발로 뛰며, 어떤 철학과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가 배울점은 무엇인지를 총 9회에 걸쳐 살펴본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학에 대해 ‘어렵다’ ‘재미없다’ ‘힘들다’ 등으로 인식한다. 어려서부터 학문과 이론으로서의 과학을 접해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과학기술 흥미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과학기술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실험·실습·체험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과학을 익힐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관심은 재미와 흥미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세계 10위권에 오른 한국의 빠른 과학기술 발전속도에 비해 과학문화 확산 속도는 다소 느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과학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참여도를 늘릴 수 있도록 과학문화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과 함께 놀 수 있는 ‘과학관’은 어린이 과학문화 대중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과학관은=과학강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과학관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라빌레뜨 과학산업박물관, 일본 도쿄의 미라이칸(과학미래관) 등이 그것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웬만한 도시마다 훌륭한 체험형 과학관을 갖추고 있다.

이들 과학관은 전시품을 단순히 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듣고·만지고·체험(Hands-on)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제는 체험을 넘어, 느끼고·교감할 수 있는(Hearts-on) 전시를 지향한다.

각 과학관은 많은 박사급 인력을 뽑아 전시기획을 담당토록 한다. 때문에 참신한 기획전시가 이어지고, 주기적으로 전시품을 교체해 한번 방문했던 관람객이 다시 방문해도 마치 처음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한다.

◇한국 과학관의 현실=우리나라에는 약 60여 개 과학관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인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서울과학관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설립한 과학관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인구대비로 보면 100만명당 1개가 조금 넘는 꼴이다.

반면 독일은 인구 9만명당 1개, 프랑스는 11만명당 1개, 미국은 14만명당 1개의 과학관이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과학관의 수부터가 절대 부족이다.

질도 문제다. 우리나라 과학관에는 재미나 볼거리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 2002년 국립서울과학관에서 개최됐던 ‘인체의 신비전’을 빼면 특별히 인상적인 전시를 찾기 힘들다. 현재의 인력구조와 부족한 예산으로는 선진국 과학관의 전시나 운영방식을 따라갈 수 없다.

◇과학관 거듭나야=정부는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과천과학관과 함께 대구·광주·부산 등 광역자치단체별 종합과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관이 진정한 과학문화 대중화 현장으로 거듭나려면 선진화된 전시와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시전문 인력 양성도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관에 대한 투자와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과천과학관 직제와 예산을 확정하면서 77명 정원에 200억원대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대로라면 큰 돈을 들여 과학관을 지었지만,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외국 과학관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과천과학관과 전시면적이 비슷한 미국보스턴과학박물관 직원은 840명에 이르고, 규모가 더 작은 미국 익스플로러토리움도 250명이나 된다.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직원이 무려 1500명에 달한다. 과천과학관보다 작은 규모의 일본국립과학박물관도 연구직 78명을 포함해 총 135명의 직원이 있고, 연간 운영비는 350억원에 이른다.

최완식 충남대 교수(기술교육학회지 편집위원장)는 “과천과학관을 80명이 운영한다는 것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는 수준”이라며 “좋은 정책과 새 시설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유지·발전시키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력 상징 랜드마크 ‘국립과천과학관’

오는 11월 과천에는 세계적 규모의 과학관이 개관한다. 정부가 4500억원을 들여 지난 2006년부터 건립하기 시작한 ‘국립과천과학관’이다. 국가 과학기술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라는 말에 걸맞게 부지면적 24만3970㎡에 연면적 4만9464㎡로 건설돼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과천과학관은 5개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옥외전시시설 및 천체관측시설을 갖추고 있다.

상설전시는 △기초과학관 △어린이탐구체험관 △명예의 전당 △연구성과전시관 △첨단기술관 △자연사관 △전통과학관 등으로 꾸며진다. 특별전시관은 주제를 정해 일정기간 동안 전시하는 것으로, 첫 전시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2009년)를 기념해 ‘다윈의 꿈’을 주제로 진행한다.

실내뿐 아니라 과학관 밖에도 △우주항공 △에너지 △교통과 수송 △역사의 광장 △지질동산 △공룡동산 6개의 테마공원으로 옥외전시장을 꾸몄다. 생태공원도 조성해 살아 있는 자연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과학관 앞에는 과학광장, 과학문화광장, 조각공원 등을 마련해 과학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휴식할 수 있는 시설도 넉넉히 조성했다.

체험형 전시로 전시의 ‘질’도 한 단계 높인다. 과천과학관은 전시품의 50% 이상을 첨단 연출매체를 이용한 체험·참여형으로 준비했다.

과학대중화 운동의 일환으로 유아, 초·중·고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과학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어린이과학교실·기초과학교실·전시물탐구교실·가족과학교실 등을 운영하며, 실험 중심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특별취재팀=김상룡차장 srkim@etnews.co.kr

  권상희, 김준배, 권건호, 이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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