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천과학관

[전자신문] 과학관은 살아있다.- (6) 일본 과학미래관

FERRIMAN 2008. 11. 25. 10:48

ETnews

[과학관은 살아있다] (6)일본 과학미래관
[ 2008-11-25 ]  
일본 도쿄 오다이바. 이곳은 해변공원과 팔레트타운, 배과학관, 아리아케 등이 있는 일본 최고의 데이트 명소다. 그곳에 미라이칸이 있다. 공식 명칭은 ‘일본과학미래관(The National Museum of Emerging Science and Innovations)’이다. 21세기 새로운 지식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개방한 과학박물관이다. ‘인간과 21세기 신지식을 직접 연결해준다’를 모토로 지난 2001년 7월 9일 개관했다. 미라이칸은 최첨단 과학과 기술력이 집결된 일본 ‘기술지식과 혁신의 장’이다.



도쿄 긴자거리와 가까운 신바시역에서 모노레일 ‘유리카모메’를 타고 한 13분쯤 가면 오다이바가 나온다. 유리카모메 1일권은 800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레인보우 브리지를 넘어가다 보면 결코 아깝지 않다. 유리카모메는 운전사 없이 컴퓨터로만 운행되는 차세대 교통수단이다. 오다이바는 코엑스와 대덕연구단지, 그리고 중앙국립과학관을 합쳐 놓은 정도랄까. 하지만 바다를 메우고, 그곳에 모노레일을 깔고, 각종 과학박물관과 전시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라이칸 외에도 배과학관, 텔레콤센터, 후지TV, 파나소닉센터, 놀이와 쇼핑이 복합된 팔레트타운, 카이힌공원, 아쿠아시티, 도요타 메가웹 등이 있다. 야간 팔레트타운에는 초기 엑스포 전시장에서 볼 만한 패리스힐(대관람차)이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을 선보이며 돌아간다. 주말이면 이곳은 가족동반 나들이와 데이트족으로 밤과 낮이 붐빈다. 야경이 아름답다.

◇자원봉사자가 만든 노벨상=취재 당일 미라이칸에는 노벨상 수상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2008년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난부 요시치로 시카코대 페르미연구소 명예교수, 고바야시 마코토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 명예교수, 일본 교토대 유가와이론물리연구소의 마스카와 도시히데 3명이 노벨상을 탔기 때문이다. 일본은 물리학상 말고도 시모무라 오사무 미국 해양생물연구소 교수가 올해 화학상을 받았다. 한 해 네 명이 기초과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탔다는 사실이 놀랍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16명에 이르며 기초과학 부문에서만 1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연구개발품을 들여다보는 어린이와 그를 지켜보는 어머니, 자원봉사자 표정에는 자부심이 넘친다. 노벨상이라고는 평화상과 문학상만 있는 줄 아는 우리의 현실이 답답해지는 순간이다.

일본 과학관의 자원봉사시스템은 유명하다. 미라이칸 자원봉사시스템은 규모 면에서 우리의 그것을 압도한다. 자원봉사자 등록 수만 해도 3만2000여명에서 4만여명 규모다. 모두 90분 내 미라이칸 통근이 가능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90분이 넘으면 비싼 교통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인터프리터, 자원봉사자, 어텐던트 등으로 구분된다. 고등학생부터 회갑이 넘은 노인까지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고 담당구역을 오간다. 인터프리터는 방문자에게 첨단 과학기술을 설명하고 실연한다. 인터프리터는 이곳 자원봉사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명예직이다. 자원봉사자는 인터프리터를 도와서 전시 해설이나 실험실을 담당한다. 어텐던트는 전시관을 찾은 사람을 안내하는 담당자다.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키우는 인큐베이터들이다.

◇과학에 눈을 열고, 새로운 세계를 보자=과학미래관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일본인의 낙관적 전망이 담겨 있다. 과학기술과 일반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사회 전 분야가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다. 미라이칸 설립이념에는 “우리는 과학과 기술이 문화의 한 부문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 과학과 기술의 역할의 논의와 심사숙고 등 모든 것을 위해 열린 토론의 장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과학기술과 지식이 인간의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전망이 일본 과학기술을 키운 힘이다. 마모루 모리 미라이칸 관장은 “세상을 보는 렌즈가 과학”이며, “미라이칸을 찾으면 새로운 가치와 인간생활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리는 일본 우주인 출신이다.

미라이칸의 대표적 전시물은 거대한 지구모형이다. 1만여개의 LED로 만들어진 이 지구 모형이 ‘더 지오 코스모스(The Geo-Cosmos)’다. 지오 코스모스는 6층 높이의 공중에 떠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6.5m 원 모형에 3차원으로 현재 지구 모습을 구현한다. LED가 표현하는 영상은 24시간 전 NASA에서 촬영한 지구의 실제 모습이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기 위해 표면에 지구의 온도도 나온다. 가끔은 달과 화성의 모습도 등장한다.

미라이칸의 전시물은 복잡하지 않다. 상설전시관은 지구환경과 프런티어, 기술혁신과 미래, 정보과학기술과 사회, 생명과학과 인간이라는 4개의 주제로 구분된다. 인기가 높은 기술혁신과 미래관에는 혼다의 로봇 아시모의 공연, 나노테크놀로지 체험, 미래 자기부상열차 등 전시물별로 나노, 로봇, 초전도, 마이크로머신, 화학기술 등의 세계로 다시 세분화된다. 정보과학기술과 사회 공간에는 언어와 영상을 0과 1로 디지털화하는 과정을 체험으로 보여준다. 기초과학 부문을 강조하는 일본 전시관의 특징이다. 이 밖에 기획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 과학도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 각종 심포지엄이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다목적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은 돔시어터 가이아관. 이곳에는 30여분간 별자리 관측 및 우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영상이 준비돼 있다. 대전이나 과천 국립과학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주말은 오전 11시면 오후 상영분까지 모두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다이아몬드를 만들어요=매주 주말 1시 30분이면 어린이 대상 체험프로그램이 열린다. 로봇 조립에서부터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다이아몬드까지도 만든다.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자원봉사자가 이끄는 이 프로그램들은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된다. 방학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용한다. 실험실을 들어가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어린이에게 취재를 하려 했더니 안내자가 말린다. 외부에서 자원봉사자 얼굴을 찍는 것은 허용되지만, 어린이 얼굴은 정면으로 촬영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교육에 방해가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기획전시관에서는 어린이 대상 ‘전지’ 교육 및 체험학습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 전지협회 임직원이 나와 전지에 관한 어린이 연구개발 과제를 전시하고, 각종 게임 및 공연을 하고 있었다. ‘전지’라는 전문 분야에도 불구하고 전시관은 어린이와 부모로 가득했다.

도쿄(일본)=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박스>교통비만 받아요

미라이칸을 움직이는 사람은 4만여명이다. 18세부터 60세까지 남녀로 구성된 자원봉사자, 그들이 미라이칸을 움직이는 핵심인재다. 미라이칸 거점사업은 ‘과학을 전한다’ ‘인재를 양성한다’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세 가지다. 다양한 전시기법을 만들고, 과학자 손에 있는 과학기술을 일반시민에게 연계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를 키우고, 연구기술자와 미디어·자원봉사자·동호회·방문자·행정부·학교·국내외 과학관·산업계 8개 부문에서 네트워크를 조직해 과학문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과학커뮤니케이터인 자원봉사자가 있다. 이들의 입과 손짓에서 일본 노벨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는 보통 과학 관련 대학생이나, 해당 부문 종사자 등이 많은 편이다. 주중에는 나이가 많은 교사경험이나 과학기술계 퇴직자들이 담당하고, 주말에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이 담당한다. 어린이가 아플 것을 대비해 퇴직 간호사와 의사들도 배치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쿄 인근에 거주한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원하는 비용은 2000엔 정도의 교통비가 유일하다. 밥도 안 준다. 이들은 도시락을 싸와서 직원식당에서 함께 먹는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자원봉사를 한다.

우주정거장 우주인거주동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히로코 이소다(컴퓨터 마케팅)씨 등 네 명은 대부분 일주일에 세 번가량 토요일마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직업은 가지가지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 하네다 공항의 항공사 훈련교관, 도쿄에 있는 회사에서 엔지니어 헤드헌팅을 담당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5년가량을 이곳에서 만나다 보니 이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이들이 하는 일은 하루종일 방문하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우주인이 우주인거주동에서 생활하는 것을 설명한다.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할 때와 동일한 조건이다. 소변과 대변 볼 때, 잠잘 때 등을 설명한다. 캥거루 주머니처럼 생긴 침낭을 보고 어린이가 웃는다. 어른들도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이들은 미라이칸에서 제공하는 200여페이지에 이르는 매뉴얼을 외우고, 관람객에게 설명한다. 보다 재미있는 설명을 위해 웹 서핑과 전문서적을 읽기도 한다. 휴일날 이렇게 나와서 자원봉사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부분의 이곳 자원봉사자는 어릴 때 과학관을 다니면서 과학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다. 내가 설명하는 것을 재미있게 이해하는 어린이와 어른을 보면 기분이 좋다. 진짜 과학자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을 뒤로 하고 나오는 벽에 연도마다 탄생한 우주인의 사진과 사인이 전시돼 있었다. 2003년 이후 이곳을 찾은 우주인들이 자기 얼굴에 사인을 하고 간 터라 제법 많은 우주인의 멋진 사인을 볼 수 있었다. 이소연 우주인도 끄트머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도쿄(일본)=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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