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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개인 지놈 지도 만들 수 있다.

FERRIMAN 2008. 12. 5. 23:07

기사 입력시간 : 2008-12-05 오전 2:41:13
개인 유전자 손바닥 보듯 … 암 발생 ‘싹’부터 자른다
김성진 박사 지놈 지도는
‘마른 밀가루 반죽이나 가루 같은 귀지를 만드는 유전자와 알코올 중독증 관련 유전자 10개 중 7개, 비만 관련 유전자 30개 중 19개, 고혈압 관련 유전자 15개 중 11개 보유’.

가천의과학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소’ 소장인 김성진 박사의 지놈 지도에서 밝혀진 질병 또는 신체 특성 관련 유전자(SNP:단일염기다형성) 현황의 일부다. 그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놈 지도가 완성된 사람이자 그 지도상에서 질병 관련 유전자가 몇 개나 발견됐는지도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사람으로 기록됐다. 그의 지놈 지도는 한 개인의 것이기 이전에 앞으로 다른 한국인 지놈 지도가 나왔을 때 비교할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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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 지도를 보면 어떤 질병을 잘 일으키는 유전자 숫자에서부터 신체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그런 유전자는 122개로 ‘표현형(Phenotype)’이라고 부른다. 그중 김 박사의 표현형 27개가 이번에 공개됐다. 개인 지놈 지도의 해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질병 관련 유전자는 가급적 적게 가지고 있으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 유전자가 많으면 환경이 악화하거나 어떤 충격을 받으면 관련 질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질병 관련 유전자라고 해도 어떤 것은 발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것은 미미하다. 그 영향이 다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김 박사의 귀지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계에 많은 형태다. 마른 밀가루 반죽 또는 가루 형태다.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이에 속한다. 서양인은 10명 중 8명이 축축하게 젖은 형태다. 이는 유전자만 봐도 안다.

알코올 중독증 관련 유전자는 10개 중 7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 박종화 박사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빠져 있어 알코올 중독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박사의 지놈 지도를 넘겨받아 분석을 담당했다.

김 박사는 하지불안증후군의 발병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1.44배, 노인성 황반변성은 8.2배 높았다. 전립선 암 관련 위험 유전자도 하나 나타났다. 제2형 당뇨병 관련 유전자는 현재 밝혀진 61개 중 36개를, 관상동맥질환은 26개 중 13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있을 때 다리에 불쾌감이 느껴지는 증상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60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시력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 건선 관련 유전자는 9개 중 2개를 가지고 있지만 핵심 발병 위험 인자는 없었다. 김 박사는 여러 질병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런 증상은 없다.

김 박사는 “질병은 지놈 지도상에 나타난 질병 관련 유전자뿐 아니라 환경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환경과의 관계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시대가 되면 개인 맞춤의학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염기서열=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체인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의 배열 순서. 인간 유전자엔 이들 네 종류의 염기체 30억 개가 일정한 순서로 늘어서 있다.

◆단일염기다형성(SNP)= 염기 서열 중 사람마다 중간중간 염기 한 쌍씩이 다른 곳이 나타나는 데 이를 SNP라고 한다. SNP는 보통 300만 개 정도가 있다. 이런 차이가 얼굴색·눈동자 등 인종별·개인별 특징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