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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노년층은 일하고 싶다.

FERRIMAN 2009. 1.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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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장노년층은 일하고 싶다

5년 후면 한국사회 첫 번째 베이비부머가 60세에 들어선다. 이 베이비부머들은 하루 평균 600여 명이 환갑을 맞으면서 곧 바로 국민연금 수급자가 된다. 그 뒤를 이어 60~70년대에 출생한 제2, 제3 베이비부머들이 이 땅을 늙은이 나라로 만들어 간다. 고령화가 끝나고 바야흐로 고령사회 진입이 시작된다.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이들은 늘어난 평균 수명에 반비례해 짧아진 경제 수명 속에서 할 일 없는 노년층으로 묻혀 버린다. 훌륭한 경력과 잘 훈련된 고급인력의 낭비다.

고령화를 일찍이 경험한 선진국들은 이들 장노년층 활용에 대해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노력이 활발하다. 장노년층 인력 개발은 국가가 이들이 갖고 있는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고령사회의 필수사업이다.

이러한 이용되지 않는(untapped) 장노년층 탤런트를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정부를 지지한 장노년층을 홀대하는 것이며 말만 하는 진정성 없는 무책임한 정부로 만들 수 있다.

1차적 퇴직을 경험한 50대는 그들 경력을 존중해줄 수 있는 자리만 있다면 임금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일하려 한다. 65세 이상 인구 중 43%가 일하고 싶어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50세에 은퇴하고 연금이나 타려고 하는 프랑스 은퇴층을 탓하는 실벤드니 프랑스은퇴자협회장 얘기를 들으면 정부는 우리나라 장노년층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그러나 50대 이상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있는 것도 낮은 임금에 단기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또 고용이 돼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고용은 곧 뒤이은 실직과 맞물려 고용과 실업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기술이 필요없는 낮은 임금의 일자리에다 승진 기회가 전혀 없는 그런 직종이다. 올해 실시될 사회적 일자리 12만5000개도 그렇다.

50대 이상은 경기가 좋을 때도 취업하기 어렵다. 현재 처한 글로벌 경제난 속에서 장노년층 취업을 얘기하는 것은 '얘깃거리도 안 되는 사치'란 핀잔을 들을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모두가 말하는 일자리란 청년층 일자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젊은 층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50대 이상 구직자가 젊은 층과 경쟁하면 무조건 지게 돼 있다. 미국 유명 TV 퀴즈 게임인 제퍼디(Jeopady)는 나이든 층과 젊은 층을 구분해 퀴즈경쟁을 붙인다. 문제에 대답하는 반응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은 기능적 작용이 느려짐은 있을지언정 일반 신체적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일자리 나누기가 성행해도 이미 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50대 이상이 혜택을 볼 일은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젊은이를 끌어안고 그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50대 이상 가장들이란 얘기다. 그 가장이 무너지면 가정이 깨지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는 법령에는 기업의 고령자 의무고용비율이 있다. 이제 기업만 의무고용을 강조할 때가 아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비롯해 전국 227개 지자체, 공사 등 공공기관에 3%대 예외인력을 고용한다면 인력 3만명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고임금도 원하지 않는다.

정부 부처마다 파트타임제를 실시한다면 국민 세금으로 만드는 12만5000개 임시직 사회적 일자리보다 더 좋은 일자리가 될 것이다. 정부의 솔선수범은 곧장 기업의 우호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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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6 17:43: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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