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만 한 천체망원경 9년 뒤 나온다
“더 멀리, 더 자세히 우주 보자” 유럽서 컨소시엄 만들어 추진 미국·캐나다선 지름 30m 계획 국내는 보현산의 1.8m가 최대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는 막대 형태의 약간 긴 망원경을 처음 사용해 달 표면이 지구처럼 울퉁불퉁하고, 목성에도 달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유엔은 갈릴레오가 그렇게 한 지 올해로 400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올해를 ‘세계 천문의 해’로 지정했다.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는 15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유엔이 정한 2009 세계 천문의 해 공식 선포식을 열었다.
갈릴레오 이후 천문학은 거대 망원경과 우주망원경에 힘입어 우주의 속살을 들여다 보게 됐다. 지금 세계에 일고 있는 지름 20~50m에 이르는 거대한 망원경 건설 계획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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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카네기천문대 주도로 건설 중인 지름 25m짜리 천체망원경의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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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름 25~50m 거대망원경 건설=스웨덴 룬드대학을 주축으로 한 유럽컨소시엄은 지름 50m의 거대한 망원경(Euro50)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 개념 설계 단계지만 건설비만 모이면 당장이라도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지름 2m 또는 8m 되는 반사거울을 여러 개 모아 50m에 달하는 거대한 반사거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캐나다 컨소시엄은 지름 30m짜리(TMT)를, 유럽천문대도 지름 42m짜리 천체 망원경(E-ELT)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름 25m짜리 천체망원경(GMT)은 미국 카네기천문대의 주도로 건설 중이다. 한국도 여기에 지분 10%에 해당하는 건설비를 내기로 하고 참여하고 있다. Euro50은 2018년, TMT는 2015년, E-ELT는 2017년, GMT는 2018년 완공 목표로 잡고 있다.
현재 세계 천문대를 주도하고 있는 천체망원경의 지름은 최대 10m다. 이런 크기의 천체망원경도 우주의 신비를 캐내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해오는 등 천문학의 발전을 견인했다.
지름 10m급이 처음으로 건설된 것은 캘리포니아 공대 등 미국 컨소시엄이 하와이에 1993년과 98년 건설한 쌍둥이 천체망원경 켁(Keck)이다. 그 이후 다시 거대망원경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GMT만 해도 거대한 천체망원경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10여 년 뒤에는 크기 면에서 뒤로 밀릴 판이다.
◆왜 크기 경쟁하나=지름 5m짜리의 미국 팔로마 천체망원경이 완성된 것은 49년이다. 약 40년 뒤 지름이 팔로마 천체망원경의 두 배가 됐다. 켁 이전까지의 천문 관측의 발전은 우주를 관측하기 좋은 천문대 위치, 광센서 성능 개량 등이 주요 역할을 했다. 망원경의 지름이 아니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그런 개선은 한계에 부닥쳤고, 초대형 망원경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대형 망원경에 속하는 지름 8~10m급 천체망원경은 전 세계에 현재 13대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보현산 천문대의 1.8m급이 최대이다.
◆우주의 속살 들여다 보자=거대한 천체망원경을 건설하면 그만큼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은 “외계 행성계로부터 초기 우주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인류가 보지 못한 우주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고 싶은 인류의 호기심을 이들 거대 천체망원경은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하의 경우 우주 초기에 형성된 ‘원시 은하’가 현재의 ‘구조가 잘 갖춰진 은하’로 진화했는지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 것도 이들 거대 망원경의 주요 임무다. 그런가 하면 블랙홀이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해답을 찾는 데 거대 망원경은 크게 기여할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 |